사랑을 찾아갈 거야
정규환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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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소개

도시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한 시티보이의 일상 감각을 통해, 사랑과 정체성, 일과 소비의 균형을 다시 정의하는 에세이.


 Review

사전은 '사랑'을 과거엔 '이성 간에 서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현재는 '어떤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 말한다.


 하지만 정규환의 퀴어 에세이 '사랑을 찾아갈 거야'는 그 '고작'이라 할 수 있는 변화가 누군가에겐 '자신의 세상이 비로소 규정되는 것'으로 다가오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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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됐을 무렵에야 사전은 사랑을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재정의했다. 나는 조금 늦게서야 사랑을 돌려받은 기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붙잡고 국어사전을 펼치고 있을지 모른다. 나처럼, 그렇게 자기 마음에 이름을 붙이려 애쓰는 사람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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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유명해지는 법’보다 ‘나로 산다는 법’에 집중한다.

작가의 이야기에서, 20대에 ‘무엇을 하느냐’가 전부였다면, 30대의 그는 ‘어떻게 나다운가’로 초점을 이동한다. 이 전환은 단순한 태도의 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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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어떤 일이든지 하고 싶었는데, 30대가 되니 어떤 일을 하든 가장 나다운 모습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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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NS 속 인기에 자신을 저당잡히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인기 없는 사람들’은 거품 같은 관심에 휩쓸리지 않고 발밑을 확인하며 나아가는 이들이다.


겉은 고요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쉼 없이 헤엄치는 백조처럼, 보이지 않는 노력의 층위를 인정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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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갖는 욕망을 좇기보다는 자기만의 기쁨을 찾으려는 사람,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 스스로가 행복한 일에 돈과 시간을 쓰고 싶은 사람, 소비를 과시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까지.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공통ㄷ점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행복에 가까운지, 무엇이 가장 나다운지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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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퀴어 서사의 사적 경험을 ‘나다움’이라는 보편의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이다.

‘사회화된 외모’가 내면의 끼를 가리는 장면, ‘애매함’이야말로 우리가 받은 훈련의 결과라는 통찰은 당신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든 정곡을 찌른다.


도시에서의 작은 의식들. 하루 한 잔의 커피, 한 캔의 맥주는 ‘과잉’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리듬이다.

적당한 중독이 삶을 지탱하듯, 통제 가능한 작은 영역은 자신을 지키는 기반이 된다.

그와 비슷하게 저자 정규환은 식물을 돌보는 일이 매력적인 이유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라 부르는 대목에서, 우리는 자율감이 '사랑의 조건'임을 깨닫는다. 그것이 자신을 향하건, 타인을 향하건, 행위를 향하건 간에.


작게 사는 기쁨, 덜 소비하는 만족, 일과 삶의 ‘느슨한 연결’. 이런 소소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요소가 저자를 이루고 있고, 이를 '사랑을 찾아갈 거야'를 통해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것은 시대의 권유를 거스르는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음을 줄이고 자신을 살리는 선택이다.


당신의 사전에서 ‘사랑’은 무엇을 뜻하는가.

타인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적합성인가, 아니면 ‘내가 나로 있을 때’만 발생하는 집중의 다른 이름인가.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끝까지 나로 남을 것인가’.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은 거창하지 않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의 속도’를 회복하는 일.

그때 비로소 사랑은 도착한다.

우리가 ‘사랑을 쫓아갈’ 때가 아니라,

‘나답게 서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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