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이묵돌 지음 / 김영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줄거리 소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와, 그 상처를 구원하려 수만 년의 시간을 돌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 Review

 이묵돌의 신간, '초월'이 붙잡고 있는 것은 사랑이 인간성의 본질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 이묵돌은 이번 (초)장편소설에서, 두 명의 주연 인물들로 '상처'와 '결핍'을 삶의 전제로 깔아 이를 채우려는 욕망이 어떻게 사람을 파괴하면서도 동시에 구원으로 이끄는지를 그린다.


 민진과 해도. 두 인물에게 삶은 목적 없는 생존에 가깝다.

 두 인물은 하고 싶은 일도, 가야 할 방향도 없다. 특히 민진은 출생부터 고아로 시작해 입양조차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구속이 되었던 덕분일지.


---

그녀가 필요로 했던 것은 또 하나의 딸이 아니라 자기 아들의 친구이자 보호자가 될 타인이었다.

p.71

---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는 민진의 세계는 공허하고 불안정하며, 척박하고 건조하다.


 해도는 그런 민진의 과거와 상처를 가까이에서 마주하면서도 끝내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지 못한다. 그럼에도 해도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손에 쥐고, 오직 그녀를 향한 본능 같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것, 괴로움 끝에 찾아오는 행복이 아니라 괴로움을 견디는 것조차 행복이 되는 것, 현명하지 않고 미련한 것, 미련함으로써 현명해지는 것, 죽음마저 불사하게 되지만 결코 죽을 수 없게 되는 것, 영원히 살고 싶어지는 순간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p.333

---


 이 소설이 인상적인 건, SF와 로맨스, 디스토피아와 휴머니즘이 한데 뒤섞여 있으면서도 장르적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 역행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후회’라는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우리는 모두 삶의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을 꿈꾼다. '초월'은 그 꿈을 쥔 사람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넘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읽는 내내 '초월'은 영화처럼 장면들이 넘어갔다.


---

그가 본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삶에 미쳐 있었다. 더 나은 삶, 더 훌륭한 인생을 위해 영혼이라도 바칠 것 같은 사람들.

"하지만 오늘 그 남자는 정반대였어. 그놈은 뭐라고 해야 할까, 삶은 없고 영혼밖에 남지 않은 사람 같았어."

p.430

---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사건, 매 장마다 쌓여가는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에 폭발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책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그런 단점과 결코 가볍지 않은 분량임에도 이묵돌의 문장은 독자의 멱살을 잡아끌어 결국 끝까지 그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든다.


---

"사랑한다는 건, 내가 아끼는 것이 슬프고 외롭게 살다가 죽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거야.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지."

p.595

---


'초월'은 사랑을 단순히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자기 한계를 넘는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묻는다.

 “그 구원과 헌신이 정말 진정한 사랑일까?”


 이 질문은 소설이 끝나도 여전히 머릿속에 남는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사랑'의 실체는,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진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을까.


---

그는 좀처럼 약속 같은 걸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한번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는 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해도가 모든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먼 곳에서 나의 행복을 기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내 앞에 나타났다. 나를 잊어보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눈에 나를 알아보았다. 나를 사랑한다고,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말했었지만 결국에는 나를 떠나갔다.

p.24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