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감댁 여인들 - 세 자매가 선사하는 따스한 봄바람
이지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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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소개

조선시대,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세 자매가 운명의 굴레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찾아가려 애쓰는 이야기.




 Review

살아간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슬픔을 견디는 일일지도 모른다. 소설 '홍대감댁 여인들'은 조선 후기, 혹은 그즈음의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사회적 억압과 상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온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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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은 조금 달랐습니다. 복사꽃, 살구꽃이 막 피기 시작하였는데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서방님의 죽음을 애통해하듯 닷새간 이상하리만큼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다시 하늘이 맑아졌을 땐 못다 핀 꽃들이 져버린 후였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제 모습 같아 서글펐지요.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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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 예임, 예흔, 예도 - 는 모두 비극의 삶을 안고 있다.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어 자신을 탓해야 했던 장녀 예임, 사랑을 믿고 도망쳤다가 배신당하고 비구니가 된 차녀 예흔, 규방 여인이지만 자유분방하고 꿈이 큰 막내 예도. 이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본인의 선택과는 거리가 먼, 신분과 성별이 정해놓은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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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게 가장 불행한 일은 부인이 저의 삶을 비켜나가는 것입니다. 제가 부인을 만나고부터 잘 살고 싶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입니다."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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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건 이들의 서사가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점이다. 갓난아이가 죽는 일, 출산 후 산모가 세상을 떠나는 일, 혹은 불치병으로 남편이 사라지는 일—all 너무나 ‘일상적인’ 죽음들이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감정의 과잉보다 차라리 묵직한 수긍에 가까운 이 죽음의 반복은 오히려 현실성을 더한다. 이 책에서 울컥하게 만드는 순간들은, 절절한 오열보다는 조용히 술잔을 들고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는 장면, 비가 그치지 않던 날의 기억, 그리고 “젖을 것이 더 이상 없다”는 말과 같은 순간들이다.


또한,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인연은 피어난다.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지만, 그 안에서 최소한의 선택권과 온기를 나누는 인간 관계들이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파고든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 다시 삶을 꿈꾸는 것, 모두 당연하지 않던 시대에 이 이야기 속 인물들은 그러한 꿈을 꾼다.


 도서 '홍대감댁 여인들'은 거대한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처 위에 피어난 작고 단단한 마음들을 하나씩 쌓아 올린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결국 시대의 잔혹함보다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말없이 보여준다. 당신이 고단한 하루 끝에 이 책을 펼친다면, 누군가의 생이 어쩐지 당신의 생을 닮아 있다는 감정에, 조용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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