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한 마을
현영강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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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를 그린 명작 소설 [멋진 신세계]와 [1984]를 떠올리게 되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철저히 계급주의로 돌아가는 '시티'와 그 시티에서, 주로 가장 낮은 곳인 F-58 구역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만든 평등주의를 띈 '마을' 두 곳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계급제 사회와 철저하게 규율화 된 시스템, 그리고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과 짊어져야 하는 것들을 극단적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만큼 과연 나는 어느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원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에는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시티의 불합리함, 모순에 실증이나 마을로 도망친 사람들, 그 마을 속에서도 '안전을 위해선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권력을 거머쥐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다시 시티로 돌아가는 사람들까지. 


많은 인물이 나오는 만큼 그들의 세밀한 성격 묘사와 각자의 욕구, 바램, 가치관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인간관계 속 이야기들은 한 권의 책으로도 수많은 인간 군상을 만나며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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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장벽 위, 무엇이 있을지 확실한 장벽 아래, 제리 씨는 어느 쪽이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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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하게 설계된 여러 인물이 등장해 부딪치고, 각자의 이상을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고민은 어떤 사람이라도 하나쯤은 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질이 좋았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로서도 여러 인물을 기억하려 메모하면서 잘 읽도록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후에 전개되는 여러 갈등과 고민을 보며 이만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절대 아깝지 않은 노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질서'일까, 누군가의 편의를 위한, 착취의 결과물인 '복종'일까? 


478페이지란 험악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분량이지만 그 분량이 오히려 오랫동안, 진득하게 즐길 수 있어 고맙게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장편 소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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