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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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그의 작품들이 '이게 글이고, 이런게 소설이며, 이게 이야기구나' 싶은 감상을 주었다면 지금의 이묵돌이 쓴 소설의 감상에는 '이런 사람이 글을 쓰는구나'다. 그의 [시간과 장의사] 중에서 '더 많은 슬픔을 느끼게 된 사람은 글을 쓰게 된다' 는 글귀처럼 이전의 책들은 슬픔을 더욱 깊고, 시퍼렇게. 아주 깊고 어두운 파란 빛의 책이었다면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때]는 푸른 바다에 뭍이 생기고 나무도 자라며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들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야말로 다채로워 더 보고 즐기기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멀쩡한 사람도 일시적 우울증에 빠질 것 같은 글을 읽으며 내게 이 이상의 소설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었는데 내가 '시간과 장의사'를 읽고 핸드폰 메모장에 끄적이던 시절에서 이젠 서평으로 쌀을 사먹게 됐듯 그의 글솜씨도, 소재도 더욱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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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것은 어른이 되어야 할 필요를, 제각기 절실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흐르는 시간이나 나잇살만으로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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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은 이묵돌 작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 처럼 그의 첫 SF 소설이다. 늘 그의 소설들이 보여주듯이 이번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틀에서 특유의 상상력을 펼쳐놓고 그 위에서 '삶'에 대한 토론장을 연다. 항상 트렌드를 잘 꼬집어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만큼 이번 SF소설은 인공지능으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세상, 기계보다 더 완벽함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사람, 지구와 연결된 엘레베이터를 제외한다면 고립된 달에서 채광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 등 우리의 단편적인 상상에 불과했던 이야기들을 다른 시간선과 세계선에 있는 우주를 엿보고 온듯 생생히 그려낸다.

그 세계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SF가 현실이 되지 않은 지금에도 얼마든지 유효하고, 혹은 필요한 생각을 품게 한다. 


유튜브 '남과 바다' 채널에서 이묵돌 작가의 40분짜리 팟캐스트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역마'와 '시간과 장의사' 두 권이지만 가장 좋은 책은 늘 최근 낸 책이다, 늘 성장하고 있으니까' 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에서 가장 잘 보여준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서 이 작가가 먹고싶은거 먹고, 가고싶은데 가며 계속 글을 찍어내게 만들고 싶은 애정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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