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공부 - 똑바로 볼수록 더 환해지는 삶에 대하여
박광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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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잘 죽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된지 수 년 정도.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죽음은 어떤 계획을 세우건 대비가 다 되기 전에 찾아올지도 모르고, 막상 때가 다가오면 아직 하지 못한게 걸려 후회에 가득한 죽음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 후회도 할 틈도 없이, 대비따윈 생각할 필요도 없을 때 죽으면 깔끔한 죽음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충동이 가장 강할 때, 고통에 빠져 제 입으로 죽음을 바라거나 삶에 절망해 오직 죽음으로 편해지기만을 바라는 상태에서 충동대로 죽으면 될까? 자신의 삶의 마지막이 깊은 분노와 절망으로 끝맺음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금방 그건 좀...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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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상태로 누워서 지내던 피해자는 이후에도 줄곧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유서도 적어놓았다. '언니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 내가 죽여달라고 한 것이니, 언니도 피해자다.'

10년간 한집에서 같이 살았던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후 한 달간 시신을 방치하다가 결국 경찰에 자수했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나서서 그녀의 선처를 호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족은 아니었지만, 장기간 같이 산 사람으로서 촉탁살인 외에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봤어야 했다."라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 한국에서 '죽을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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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죽음 공부'는 저자 박광우 의사님이 죽음을 목전에 둔 여러 환자들, 특히 암 환자들과 함께한 경험들을 다룬다. 암이 한 부위가 아니라 다른 부위들로 퍼지고, 더이상 치료가 아닌 연명만을 위한 항암 치료를 하는 환자들. 심지어 그 끝이 대략적으로나마 정해져 있는 환자들을 만날 때 마다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앉아있는 그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 그 다음으로 큰 마음의 짐이 실린다. 도대체 무엇이 옳은 것일까. 환자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몇 시간이라도 더 살 수 있도록 하는게 옳을까. 이미 죽음이 정해진 이가 조금 더 살기 위해, 그가 죽고난 뒤 그의 가족들의 등골이 휠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 맞을까. 어떤 치료를, 그리고 어떤 말을 해야 그들이 조금 더 '잘 죽을 수' 있을까. 


책에는 이에 대한 고민들이 가득 들어있고, 실제로 저자님께서 선택한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이끌었는지들도 일부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죽음을 너무도 두려워하고 죽은 이들을 신성시한다. 그렇기에 죽은 이의 빚을 짊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그리고 그 두려운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한 생각은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밤길이 무서워서 해가 지면 집에서 꼼짝도 않는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이다. 계속 나아가지 못하고 눈만 가리고 있으면 밤하늘과 야경의 아름다움은 영영 알 수 없지 않은가. 


이 무수한 죽음이 담긴 책은, 우리가 더 나은 죽음을 계획할 수 있도록 여러 죽음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책이며, 더 나은 죽음을 위해 더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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