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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2호 - 이나르 소설
이나르 지음 / 북랩 / 2023년 4월
평점 :

이야기는 네 소녀가 동물원에서 야생성을 잃고 주어지는 먹이만을 먹으며 늘어진 동물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조금 더 생생한 자연을 보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어떤 소녀는 육식 동물들이 초식 동물을 잔인하게 잡아먹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소녀는 약한 동물은 더 강한 동물에게 잡아먹히기 마련이며, 애초에 그 모습이 잘못된 것이 아닌 '자연의 순리'라는 점을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이후 소녀들은 사냥을 성공하지 못한 사자와 하이에나들이 굶는 모습 등 여러 자연의 모습들을 보았다.
그 중 사냥의 실패를 보며 소녀들은 인간은 농사를 지을 수 있기에 그런 고통을 감수할 필요가 없고, 교환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어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그런 교환 속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으로 더 큰 이득을 보려고 불공정한 교환을 하는 모습을 예시로 들며 '선'과 '공정함'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약한 사람은 언제나 기죽어 있어야 하고, 강자의 조건을 항상 수용해야 할 뿐이거든? 무능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무능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수그리고 있어야 하는 거야. 하는 수 없는 거야..."
소녀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직 미숙하고 어리숙한, 동시에 아직 세상에게서 때묻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 청소년들이기에 던질 수 있는 의문과 생각들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해 생각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약육강식의 자연보다도 더 잔혹할지도 모르는 인간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갖춰져야 하는 '신념'의 기반을 책을 읽는 독자와 함께 단단히 다져 나간다.
"우리 사회는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몰라. 계략이 잘 통하는 사회. 요행 주의자들이 살아가기 쉬운 사회.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사회."
이 책은 인간 사회 속 경제에 대한 기본 개념서가 될 수도 있고, 사람과 '선'에 대해 생각해보는 인문학서이자 철학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사실보다 좋은 점은, 그런 다재다능한 책이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가르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책 속 등장인물들과 자신을 겹쳐보며 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