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현실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낸 듯한 느낌을 주어 미생이 떠오르다가도, 빽과 같은 인맥과 지위를 이용한 비리를 뽑아내려 증거들을 모으고 싸우는 과정이 여느 수사물 영화들을 떠올리게도 했다. 나는 공기업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했음에도 소설을 읽으며 완벽하다시피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고, 그 속 인물들의 생각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 얇지 않은 장편소설임에도 그렇게 몰입하여 읽으니 정말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한편으론 '이건 판타지가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기관의 이전 원장이 나간 후, 새로 들어온 원장이 든든한 빽을 가지고 있고, 직급이 낮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짧은 임기이지만 회사 내의 썩은 비리들을 뽑아 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 믿고 함께 새로운 회사로 갈아엎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사람들이 함께 있기까지 하다니.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런 이야기들이 사람들에게 퍼지고, 이런 모습의 회사가 이상적이라 생각되어 실제로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간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는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니까. 능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고, 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합당한 처벌을 받으며, 높은 직위의 사람은 아래 직급의 사람 대신 책임을 져주고 아래 직급의 사람은 그런 사람을 존경하며 진심으로 따르는. 그런 당연한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뤄지는 사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