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발단은 젊은 시절 갑작스런 귀향이라는 내키지 않을 수 있는 계기로 시작되지만 이후의 전개는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져 작 중 표현인 '무자비한 따스함'에 걸맞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내가(무월) 쓰고 있는 글이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덜 다칠 수 있게끔 연착륙하게 돕고, 다시금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글이라면 이 소설은 곤두박질쳤을진 모르더라도 그곳에서 다시 안정을 찾고 새로운 일상에 뿌리내리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에 문득 내 이상과 겹쳐보였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건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면, 내가 지쳐있다면 과연 나는 어떤 말을 듣길 바랄까?' 라는 물음을 깊이 되내이고, 곱씹어 찾아낸 결과물이 소설이 만드는 따뜻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가장 아픈 곳을 어루어만져주는 위로가 되었다. 힘든 순간을 보내는 소설 초반부에는 타인과 거리를 두고 있어 참혹한 외로움을 느끼는 부분이 공감갔고, 후반에서는 그럼에도 적절한 거리를 두고 늘 자신의 위치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들에게 내 주변 사람들이 오버랩되어 또 한번 공감갔다. 이 소설은 다른 작품들처럼 극적인 계기를 통해 눈부시게 성장하고, 커다란 것을 이뤄내진 않는다. 다만 인물들과의 깊은 관계와 가까운 사람들이 건네는 오지랖으로 포장된 선의의 따스함 속에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지친 몸과 상처를 회복하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