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가정 내 폭력... 간단하게 본질을 보자. 힘 있는 가해자가 힘 없는 피해자에게 행한 폭력이다.

[서평-장르소설]#장르소설 #이디스워튼의환상이야기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무서운 걸 보고 나면 며칠 간 잘 자다가 별안간 이유 없이 깨어나 밤잠을 설치는 유형의 사람이지만 무서운 걸 보는 걸 참 좋아한다. 꼭 무서운 것만이 아니라 기이하고 신비한 것들을 보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제목 중 "환상"이라는 단어에 푹 꽂혔다. 게다가 예쁜 거, 빈티지 한 거 좋아하는 내 취향 저격의 표지 디자인이라니? 이건 못 먹어도 고다! 라고 생각해서 신청을 했더니 나한테 왔네?

 이 책의 저자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은 <순수의 시대>.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뉴욕의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삼각관계에 대해 써낸 것으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의 이름은 숱하게 들어봤지만 고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는 이 책의 후기를 적기 위해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기 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시간이 된다면 꼭 읽어 봐야겠다고 to read list에 기입해 두었다.

 이 책 한 권에는 8편의 이상야릇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처음 1편 '시간이 흐른 후에야'의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해도 "으잉? 이게 뭐야? 귀신의 집... 대놓고 호러로 가는 거야?"라며 실망을 금치 못했었다. 앞으로의 전개가 너무 뻔해 보였다.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우울한 사연을 가진 대저택에 출몰하는 귀신이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부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그런 이야기일 것 같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니었다. 오! 그래서 다들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된다"고 했던 거구나! 

 1편에서 맛 본 알알한 통수의 맛은 남은 7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읽는 동안에도 지속되었다. 1편을 읽을 때 이미 단단히 혼(?)이 났던 탓에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고 읽은 덕에 다른 7편에서 받은 충격이1 편에서 받은 충격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끝맛이 기묘한 이야기들이라 읽는 내내 자꾸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생각났다. 일단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랬고,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엄청 무섭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읽는 동안에도 그렇지만 특히 읽고 난 후의 기분이 기기묘묘하다는 점이 그랬다. 그런 점때문에 한 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나에게는 썩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100자평]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대놓고 무서운 건 아니지만 읽고 나서 다 이해하고 나면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단편 소설 8편으로 꽉 찬 책

[서평-사회의학]#의학 #논란의료

논란의료
박창범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1년 1월

 작년 말 간호대 편입 준비를 하면서 받았던 예상 면접 질문에 공통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4차 혁명. 물론 그 전에도 COVID-19 사태와 관련하여 원격 의료 같은 개념은 숱하게 들어서 IT계열의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이 의료 업계에도 무관하지는 않겠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관련 업계에서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초미의 관심사일 줄은 몰랐기에 새삼 심각해졌던 기억이 난다. 온라인 면접을 앞두고 부랴부랴 의료 업계에 퍼진 4차 혁명의 영향력을 살펴보니 과연, 코 앞까지 그 영향력이 미쳐 있었다. 하지만 생명과 관련된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정리해서 면접에 임했고 정신없는 학업에 관련 이슈를 잠시 잊고 있었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면서 다시금 4차 혁명과 의료 업계의 관계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책의 구성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일 첫 번째 장은 4차 산업혁명과 그로 인해 달라질 의료 미래에 관한 논란 거리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주요 논점은 역시 "원격의료"였다. 도대체 원격의료란 무엇이기에 찬반논란이 이다지도 거센가를 시작으로 원격의료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개인의료정보의 전산화, 그로 인한 개인의료정보의 빅데이터화의 득과 실, 개인의료정보를 전산화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자 및 관리자의 적합성에 대해서 연계적으로 언급되었다. 그리고 현 사태와 맞물려 핫이슈가 된 원격의료에 잠시 밀려났지만 과학 산업 기술과 의료 업계의 관계성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전자조작기술"에 대한 논쟁 거리도 함께 실려 있다.

 다음 두 번째 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 체제와 의료기관의 자율성에 대한 논란 거리들을 모아 놓았는데, 그냥 공익과 사익의 대립 구도로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도 해외에 장기 체류하면서 본의 아니게 병원에 갈 일이 잦았던 경험의 기회가 없었더라면 나 또한 우리 나라 건강보험체제와 의료기관의 관리? 접근성? 이 얼마나 국민들을 위해 잘 되어 있는 지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현 사태와 관련하여 다른 나라들(특히 선진국으로 인식되었던 나라들)의 의료 체계에 대한 소식들을 숱하게 접하면서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국민건강보험의 공익성은 비용 지불 대비 누리는 혜택을 따지자면 수혜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다. 하지만 의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을까? '가성비'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하는 세상에서 왜 의사들은 '가성비'를 따지면 욕을 먹어야 하는가? 가 쟁점인 장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연계성은 없지만 그 하나하나가 사실 오래된 논란 거리인 것들을 모아 놓은 장이다. 예를 들어 치과 의사, 한의사, 의사의 고유한 의료 영역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성범죄자들에게 화학적 거세를 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왜 아직까지도 시행되고 있지 않는 걸까? 최근 HIV에 감염된 사람들이 한국에서도 늘고 있는데 의료인 중에는 감염자가 없을까? 만약 있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의료 행위를 해도 되는 걸까? 낙태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논란인데 만약 복중의 태아가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에 대해서 앞 장들과 마찬가지로 찬반의 근거들과 우리 나라의 관련 판례들,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포인트는 '제시'에 있는 것 같다. 물론 부분적으로 저자의 사견도 반영되어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현재 의료 업계에는 이러한 논쟁 거리들이 존재하고 그것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근거는 이러저러하다고 제시하며 왜 그런 근거들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러면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와 같은 논쟁 거리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를 제시하며 읽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과 근거를 재정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제들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술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100자평] 논란의료

논란의료
박창범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1년 1월

현 사태와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원격진료˝에 대한 논쟁 거리들은 물론 이제까지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언급되어온 의료계의 논쟁 거리들에 대한 찬반의 입장과 우리 나라의 관련 판례, 다른 나라의 실태를 ˝제시˝해놓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