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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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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blog.naver.com/voicej727/221966711970



“가장 마음 아픈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리나가 실종된 직후의 시간은 파편으로 남았다. "




이 소설은 3년 전 ‘실버로드’라는 도로에서 딸을 잃어버린 한 남자(렐레)가 딸의 실종에 끈을 놓지 않고 추적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실버로드’는 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

딸을 잃어버린 뒤, 밤낮으로 그 도로를 달리며 수색하는 한 남자의 심경이 황량한 숲의 적막감과 풍경을 통해 그려진다. 그것이 이 소설 전체의 색채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가인 스티나 약손은 이곳의 풍경을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실버로드 도로의 삭막함, 숲의 냄새, 고립된 집들의 생경함을 독자의 몸에도 젖어 들게 한다. 독자는 렐레와 이곳을 함께 수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테네는 밖에서 답을 찾았다. 친구와 심리학자, 신문 기자에게 의지했다. …

리나의 실종에 관련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모임을 주최했으며,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렐레는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만의 가장 사적인 일들, 렐레가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리나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반면 렐레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리나를 찾아야 했다. 오로지 그 애를 찾는 일만 중요했다. 그해 여름부터 그는 실버로드를 따라 운전하기 시작했다.” -27p

-


렐레는 3년 전, 실버로드 한 버스정류장에서 여느 때와 같이 딸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딸이 사라졌다. 목격자도 단서도 없이. 그는 딸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되었다. 그는 딸을 곧 잃어버릴 장소에 데려다준 사람이 되었다. 숱한 죄책감과 절망 속에서, 그는 이제 밤낮으로 낡은 볼보 승용차를 몰고 실버로드를 달린다.

이곳은 한여름이면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시작된다. 렐레는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밤에도 딸을 찾아 나선다.

타인이 이해할 수 없을 고통의 세계에서 사는 렐레. 익숙하고 일상적인 세계가 그의 딸을 데려가고 다시는 돌려주지 않았다. 그에게 주변 인물들은 ‘실버로드’ 만큼이나 낯설고 믿을 수 없으며, 연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몸 깊숙한 곳에서 비명이 점점 형태를 잡아갔다.

메야는 엄마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혼자 여기 남아 있을 배짱도 없었다.” -15p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메야’의 존재 덕분이다. 한 번도 아버지의 존재를 가져보지 못했기에, 그리워해 본 적도 없다는 ‘메야’. 약과 정신적인 질환 속에서 수십 번 이사를 하며, 새로운 남자를 찾는 그녀의 엄마. 메야는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자신에게 의지하는 엄마를 돌보고, 극단적인 순간들을 두려워하며 엄마 곁에 머무른다.

이번에도 새로운 남자를 찾아 이사 온 엄마. 그녀를 따라, 메야는 점점 실버로드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렐레를 만난다. 메야와 렐레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하듯 엮어지고, 점점 그들은 서로에게 다가간다. 곧 그들이 만날 것이라는 예견할 수 있고, 그것이 긴장감을 계속 불어넣는다. 



“제 경험상 잘 웃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더군요.”

“무슨 말이죠?”

“아무 이유 없이 웃고 미소로 상대를 속이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악하더군요.”

“명심하죠.”

-64p

about/ 작가, 스티나 약손

<실버로드>는 1983년생 스티나 약손의 데뷔작이자 2018년 스웨덴 최고의 크라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데뷔작으로 이 상을 받은 작가는 스티나 약손이 최초다.

스웨덴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은 이 소설은 2019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리열쇠상’은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 협회에서 수여하는 권위 있는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으로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소설은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스티나 약손은 단숨에 차기작이 기대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스티나 약손은 스웨덴 북부의 작은 도시인 셸레프테오에서 성장했고, 20대에 남편을 만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주했다. 미국으로 간 뒤 고향 스웨덴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며 향수를 달랬다고 말한다. 그 소설이 바로 <실버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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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블록
키스 스튜어트 지음, 권가비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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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국식유머와 위트. 자폐아이를 둔 아빠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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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년의 블록>을 읽고, 키스 스튜어트 / 영국 아마존 소설 1위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편지는커녕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말이라도 다시 건네볼지 알수가 없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샘 걱정을 하느라
전부 다 소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의 발작, 아이의 침묵,
우리에게 비명을 질러대던 나날들, …

"그런 온갖 일에 허둥대는 사이에
조디와 내가 함께 가졌던 마음은 색이 바래져버렸다.
이제 샘과 떨어져 있으니,
그게 불과 몇 시간에 불과한데도,
느낌이 이상했다. 중압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대신 그 자리에 슬픔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자연은 감정의 공백을 증오하는 것 같았다.”

- 소년의 블록, 13페이지










자폐아를 둔 아빠이자 남편,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 선 한 남자.

그리고 여덟 살 자폐 소년인 샘.

아빠는 샘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두렵다. 샘을 만나러 가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고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두렵기만 하다.

그 와중에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고 현실적인 문제들,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가족들의 등장 등 총체적 난국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제 막 아내와도 별거를 시작하며 삶의 새로운 단계를 앞두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한 사람이자 아빠, 남편으로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삶의 굴곡이 하강 국면으로 꽤 깊어지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마냥 슬퍼지지 않게 영국식 위트와 유머가 번뜩인다. 억지 감동을 짜내는 대신, 주인공 알렉스의 시니컬한 독백과 탁구공 튀듯 오가는 생생한 대화가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영국 브리스틀의 평범한 가장이라고 소개하는 화자는 작가의 삶이 많이 녹아있다. 작가인 ‘키스 스튜어트(Keith Stuart)는 20년 이상 비디오 게임과 디지털 문화를 다뤄온 베테랑 기자로, 슬하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고 말한다. 당시 키스와 두 아들이 함께 비디오 게임, 특히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를 모티브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데뷔 소설인 <소년의 블록>은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아마존 선정 2017 가장 뛰어난 소설이란 평을 받았다. (영국 아마존 분야 1위, 리차드 앤 주디 북클럽 베스트셀러) 또한 전 세계 31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두 번째 소설 <Days of Wonder> 발간 이후, 여전히 세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며 현재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영국 서머셋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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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나는 그런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이곳에 정착하도록 도왔따.

나는, 많고 많은 내 죄 중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주택 담보 대출 상담가로 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우리 고객의 꿈과 희망의 가치를

자산시장 및 그들이 모아둔 저금액과 비교하는 것이다.

나는 8년을 이곳에서 일하며 호황과 불황,

경기회복 초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겪었다.

미봉책으로 잠깐 일할 생각이었다.

좀 더 좋은 일을 잡을 때까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탈락해버렸고

다시는 올라서지 못했다.

<소년의 블록> 17-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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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게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한 달 새에 두번이나  쫓겨났다.

나는 소용돌이 위에서 뱅뱅 도는 부표처럼

정처가 없었다.

<소년의 블록> 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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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이효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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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학 에세이. 


“긴 모정의 무재 속에서

그는 스스로 자라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 


지금은 자신에게 남겨진 의무인

엄마를 돌보며, 늙어버린 엄마를 따라

자신도 늙어간다.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감히 알지 못한다.

그들의 삶의 무게를 그저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다.”

- 책 본문 중에서



<지이현 서평>

책의 제목과 표지의 그림부터가 예술적입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의 바닷가. 우산을 든 한 남자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다른 이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신과 의사를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라는 예기치 않은 삶의 흐름, 사건, 고통 속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기도 하고,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삶의 궤적에서 틀어지기도’ 하고, ‘때론 매우 절망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누구에게나 있고, 우리 모두 비 온 뒤를 걸어갑니다. 비 온 뒤에 조금 더 자신의 자리에 있는 자들이 그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 작가는 그것이 바로 ‘정신과 의사’인 자신의 일이라고 말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쓴 자기계발서는 많이 보았던 것 같은데, 심리학 에세이 중에서도 이렇게 담담하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자신을 투영한 경우가 있었나 싶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정신과 의사. 의사이기 전에 그저 ‘한 사람’의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습니다.

특히 첫 장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너무 좋았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들 역시 나의 세계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삶의 큰 비극 앞에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운이 좋게도, 그리 큰 비극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비 온 뒤를 평온하게 걸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를 한 걸음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책 속에서>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노랫말 가운데

“치매나 조현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환자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끝날 기약이 없는 장기전에 동원된 병사의 삶과 닮았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 중 더러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또 많은 가족과 환자는 서운하더라도,

다들 제 갈 길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

그래도 누군가는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내심 바라며.”


“호전되지 않는 만성 질환으로 장기 입원 중인 환자의 삶은 ‘비 온 뒤 걷기’를 떠오르게 한다.

예기치 않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그 때문에 원하던 삶의 궤적이 틀어졌고, 그것은 때론 매우 절망적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그 비 온 뒤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나의 일은 그 길을 조심스레 걸어가는 이들을 돕는 것이다.

조금씩이라도, 얼마간이라도, 어제보단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생각해보면, 그 비 온 뒤의 길이라는 것은 내 환자들만 걷는 길이 아니다. 나도 그렇고, 우리 대부분 역시 그런 삶을 산다.

우리는 모두, 비 온 뒤를 걷는다.”


<작가 소개> 이효근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정신병원에서 만성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정신과의 일이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과 질병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안타까운 순간과 아쉬운 마음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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