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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유하 작가의 <sf란 무엇인가>를 읽고 sf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sf에 푹빠진 작가라는 것을 느낄수있었다.
SF 작가인 남유하는 환상과 호러, 성장소설까지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가제본으로 받은 <부디 너희 세상에도>에는 4개의 호러 SF 단편이 실려 있었다.
반짝이는 것
에이의 숟가락
뇌의 나무
화면공포증
"현대사회의 기틀을 해부하는
초현실적 공포"
표지부터가 엄청 으스스하다...
이번에도 남유하 유니버스의 초현실적 디스토피아를
짧은 단편들로 새롭게 구현해냈다.
복잡다단한 도시 속에 살아가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초현실적 재앙이라는 주제를 과감하게 날 것으로 드러낸다.
특유 상상력으로 현대 질서에 통제되는 인간의 욕망,
그 심중을 직시하는 소설집이다.
오랜만에 즐거운 호러문학을 만났다!!
노인 부양 , 안락사, 스마트폰 중독 등 최근 사회 이슈와도 맞물려 있는 주제가 많아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단편집 수록작은
반짝이는 것, 에이의 숟가락, 뇌의 나무, 화면 공포증 등
제목만 봐도 독자의 호기심을 끌만 하다.
가제본 상태로 먼저 받았지만 작가 특유의 독창성과 상상력을 누리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화면공포증>이란 단편이었다.
<화면공포증> 시놉시스
: 화면을 보면 불쾌감이 든다는 ‘화면 공포증’. 이 화면 공포증이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한다. 이 증상에 걸린 사람은 종국에 화면 너머로 가기 위해 스크린에 머리를 부딪다 죽게 된다는데. 괴담인지 진짜일지 모를 이 공포증에 의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나’의 주변에서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을 벌어지고, ‘나’조차도 이 증상에 걸린 거 같다.
남자친구와 영화관에 간 주인공 나(조 대리)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누군가가 거대한 스크린으로 돌진하더니 자신의 머리를 쿵, 다시 쿵 박는 것이었다. 피범벅인 얼굴을 뒤로 하고 영화관 밖으로 나온 나.그 이후로도 엇비슷한 광경을 계속 목격하게 된다.
집에 들어와 사건에 대한 검색을 하던 중 '화면공포증 (스크린 포비아)'라는 키워드와 만나게 된다. 화면 공포증의 단계별 증상까지.
<화면공포증의 단계별 증상>
1단계 : 화면을 보면 불쾌감이 든다. 눈의 피로, 안구 통증, 두통, 구토 등
2단계: 화면에서 타인이 보지 못하는 검은 점을 본다.
3단계: 환청
4단계: 극도의 공포와 환각. 발작과 식은땀, 현기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 호소.
5단계: 충돌.
회사 모니터 앞에서 이상하게 강한 피로감을 느끼던 나. 웅성거리는 소리에 연구실 쪽으로 가자, 신입사원이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이상한 소리를 반복하는 것을 보게 된다. "저 너머로 가야해. 저 너머로!" 하는 모습을.
자리로 돌아간 내가 모니터를 보자 시신경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글자들이 해체되고 부서지는 것을 본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게임회사 앞에는 구급차가 세 대나 대기해 있다. 그것을 본 나는 '화면을 특히 많이 보는 사람들이 먼저 감염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직업군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팀장의 기획서 독촉이 계속된다. 그러나 나는 공포감과 메스꺼움을 느끼며 팀장에게 조퇴를 신청한다. 팀장은 직원의 몸 상태보다 기획서를 먼저 걱정하지만, 주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집에 보내준다.
회사를 나오며 엘레베이터 안 음식배달광고 모니터 속에서 나는 오늘의 격언을 본다.
"죽음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축복 중 최고의 축복이다." - 소크라테스
그때 화면 하단에서 볼펜 잉크가 번진듯한 검은 점을 보인다. 이것은 화면공포증 2단계에 해당하는 증상이다. 나는 곧장 안과로 향하지만 의사는 '눈은' 아무 의상이 없다며, 덤덤한 말투로 그를 돌려보낸다. 처방전도 없이.
안과 밖으로 나오자,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자가 나온다. 뾰족한 펜촉으로 자신의 눈을 찌른 여자가 나오며 "난, 저 너머로 가지 않을거야."라고 외친다. 이어서 지하철 안 전광판을 보자 '너도 보여?'라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한다. 화면공포증 3단계. 스크린도어의 전광판,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무수한 핸드폰, 택시 안 미터기 위 내비게이션 화면 등.... 주인공이 화면을 피해 계속 어딘가로 도망치지만, 이 세상에 화면이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인 나는 심해지는 증상 속에서,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은 이미 사소한 패배의 연속이었다면서..
이제 뉴스에서는 화면공포증에 대한 속보가 흘러나온다. 속보를 전하던 아나운서에게도 사건이 벌어지고 전국에 그 장면이 생중계 된다. 내 귓속에서는 환청이 들린다. '잘 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테니까.'
화면공포증의 공포는 이제 주인공의 가족과 남자친구에게도 엄습한다. 환청도 심해진다. 처음에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는 곳으로 주인공을 이끌더니, 구경꾼에서 머물러 있지 말라고, 주인공이 되어보라고 속삭인다.
이 소설은 '화면공포증'이라는 허구의 병을 상상으로 그럴듯하게 그려냈다. 지하철 안과, 식사 자리, 가정 어디에서든 사람들은 이미 무언가를 보고 있다. 정말로 화면에 매혹당하고, 중독된듯이.. 어떤 화면으로부터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며 무언가를 좇고 있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그런 우리 자신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기이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질문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구경꾼의 삶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려고 할 때, 그 모습은 기이한 '관종'의 모습을 닮아있지는 않은지, 이미 그런 것 아닐까 하는 회의를 하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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