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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현 서평>
책의 제목과 표지의 그림부터가 예술적입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의 바닷가. 우산을 든 한 남자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다른 이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신과 의사를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라는 예기치 않은 삶의 흐름, 사건, 고통 속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기도 하고,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삶의 궤적에서 틀어지기도’ 하고, ‘때론 매우 절망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누구에게나 있고, 우리 모두 비 온 뒤를 걸어갑니다. 비 온 뒤에 조금 더 자신의 자리에 있는 자들이 그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 작가는 그것이 바로 ‘정신과 의사’인 자신의 일이라고 말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쓴 자기계발서는 많이 보았던 것 같은데, 심리학 에세이 중에서도 이렇게 담담하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자신을 투영한 경우가 있었나 싶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정신과 의사. 의사이기 전에 그저 ‘한 사람’의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습니다.
특히 첫 장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너무 좋았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들 역시 나의 세계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삶의 큰 비극 앞에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운이 좋게도, 그리 큰 비극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비 온 뒤를 평온하게 걸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를 한 걸음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