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는 밖에서 답을 찾았다. 친구와 심리학자, 신문 기자에게 의지했다. …
리나의 실종에 관련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모임을 주최했으며, 인터뷰했다.
그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렐레는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만의 가장 사적인 일들, 렐레가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리나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반면 렐레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리나를 찾아야 했다. 오로지 그 애를 찾는 일만 중요했다. 그해 여름부터 그는 실버로드를 따라 운전하기 시작했다.”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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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레는 3년 전, 실버로드 한 버스정류장에서 여느 때와 같이 딸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딸이 사라졌다. 목격자도 단서도 없이. 그는 딸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되었다. 그는 딸을 곧 잃어버릴 장소에 데려다준 사람이 되었다. 숱한 죄책감과 절망 속에서, 그는 이제 밤낮으로 낡은 볼보 승용차를 몰고 실버로드를 달린다.
이곳은 한여름이면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시작된다. 렐레는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밤에도 딸을 찾아 나선다.
타인이 이해할 수 없을 고통의 세계에서 사는 렐레. 익숙하고 일상적인 세계가 그의 딸을 데려가고 다시는 돌려주지 않았다. 그에게 주변 인물들은 ‘실버로드’ 만큼이나 낯설고 믿을 수 없으며, 연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