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또 봄날이 간다

황주리,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2000, 91x73
Acrylic on Canveas

 

ㅡ 누구에게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갑자기'지만,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는 서서히 끊임없이 몰락해가는 우리들의 육체... 태어나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다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걷기 시작하는 순간, 또박또박 말을 하게 되는 순간, 자라서 사춘기가 되어 어느 날 갑자기 월경을 하고 수염이 나는 순간, 지나고 나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누군가와의 첫사랑의 순간,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는 순간, 몇 개 되지 않던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많아진 걸 발견하는 순간, 틀니를 끼게 되는 순간... . 우리들의 삶에는 그렇게 갑작스런 순간들이 있다. 마치 아주 느리게 올라가는 엘리컬레이터의 계단 하나하나처럼.
  그러나 돌이켜보면 모든 생의 계단은 그리 느리게 올라가게 되어 있지는 않은 것이다. 모든 순간이 짧은 섬광처럼 지나갈 것이다.  ( ... )
  연분홍 치마는 봄바람에 흩날리고,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슬프다.  ( ... )
또 봄날이 간다.

_ 황주리, <날씨가 너무 좋아요>, 생각의나무, 2001

 

 

::: 황주리,의 그림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kcaf.or.kr/art500/hwangjulie/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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