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HIN 2010-04-01  

  안녕, 나의 오즈님 - 

  당신은 지금 잠을 자고 있겠죠? 

  어떤 꿈인가요?
  행복하고 이쁜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어제, 아니 오늘 새벽,
  그래요, 당신이 깨어나서 있을 그 시간 -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한참이나 뒤척거렸답니다. 

  감기 기운 있다는 핑계로,
  뭔가 의욕이 없고 나른하다는 핑계로,
  하늘은 어째서 내 마음도 몰라주고 맨날 흐린지! 하는 핑계로,
  어제 오전 내내 자고, 오후에도 졸고 그랬으니까
  당연히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그렇게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등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며 징징 대는 대신
  차라리 당신에게 문자라도 보낼걸 그랬어요. 

  진작에, 오즈님이 요즘은 새벽,
  내가 잠 못 드는 그 시간에 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말이죠. 

  다음엔, 어쩌면 오즈님, 당신에게 징징댈지도 모릅니다.
  제발, 나와 대화 좀 해줘요!
  하고요. 

  잘 자요, 나의 오즈님 - 

 

 
 
코코죠 2010-04-02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저의 하루가 시작됐어요. 책상맡에 앉아 뭔가 골몰하고 낙서를 하고 이것저것 음악을 틀어놓고 방안을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쓰고 책을 뒤적이고 그러고 있어요. 이렇게 천천히 새벽으로 갈 거예요.


가끔은 누구나 잠 못 드는 밤이 있지요. 어둠 속에서 뒤척이는 밤은 괴롭지만,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대신 오늘밤은 푹 주무시게 될 테니깐. 지금쯤 코코 잘 주무시면 좋겠다. 동물이나 나무 나오는 꿈도 꾸면서. 잘 자요, 나의 다정한 엘님.


감기는 어때요, 등은 어때요, 허리는 어때요
그리고 마음은 어때요?
괜찮은 거지요?
내일(이제 오늘)은 날씨도 좋을 거예요 아마.
저도 이제는 예쁜 색깔 옷을 입고 싶은데 바람이 우리를 가만 놔두질 않네요.


그런 밤, 그런 밤이면
문자를 보내세요.
제가 깨어있다면, 그리고 전화기가 켜져 있다면
저도 당신에게 꼭꼭 눌러 글자를 만들어 보낼게요.
그렇게라도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어느 잠 못 드는 밤 모두가 잠들어 있을 거라는 쓸쓸함에 손가락이 시려울 때, 제가 떠오른다면, 마침 그때 제가 외롭고 몸이 아픈 당신의 연락을 받는다면, 그 연락에 답할 수 있다면요.
전 기쁠 거예요.


새벽에 깨어있는 직업이다 보니 실연당한 친구, 술에 취한 친구, 잠 못 드는 친구들의 연락을 가끔 받기도 하거든요. 새벽 세시고 네시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나면 안심이 돼요. 내가 깨어 있어서 그들의 연락을 받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고요. 안 그랬다면 그들이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나는 엘님이 외로운 건 싫으니까,
그런 밤이 또 오면 연락주세요.


근데 그런 밤이 안 오면 더 좋겠어요 :) 그게 내 바람이 됐어요.
그럼, 나의 엘님, 오야스미나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