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4-08-13  

환상의 나라 오즈로 가자
생각해보니 당신의 서재 이름은 참 근사하다.
'환상의 나라 오즈로 가자'라니. 그리고 당신의 이름은 오즈마,라니.

우리가 조금 더 가까운 동네에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요즘들어 무척 많이 한다.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나가 '야, 오즈마, 뭐해? 나와-' 이 한 마디 창문 밖에서 던지면 당신은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귀찮다는 듯이 '오늘은 또 왜?' 라고 말하면서도 냉큼 내 팔짱을 끼겠지. 그럼 나는 당신을 이끌어 동네 치킨집에 가서 생맥주 한 잔씩 앞에 시켜두고, 닭다리나 기본 안주로 나오는 팝콘을 우물거리면서 치킨집에 매달린 TV를 보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친구들의 남편들 이야기, 혹은 엄마와의 신경전이나,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는 형제,남매에 관한 넋두리를 중얼거리는거지. 너나 나 중에서 누군가 먼저 졸음기가 몰려오면 으흐흐- 웃으면서 일어설 수 있는. 그것이 하등 이상할것이나 어색할 일이 아닌. 그런 친구, 그런 동네 친구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울 때 그리워 하는 일.
그렇게 나는 늘 당신이 그립고-
 
 
코코죠 2004-08-15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사랑하는 당신, 당신의 서재이름이야말로 멋진걸요 :)
존재증명, 부재증명이라니.
존재를 증명하는 일에 지쳐서 부재를 증명하고 있는 요즘이에요 :)
후후, 우리 서재 이름 바꿀까나?

우리가 같은 동네에 살았더라면 하는 상상은 내가 당신보다 열배쯤 더 할 걸요. 아니 스무배쯤. 아니 서른 배. 언젠가 당신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던 친구를 내가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우리가 같은 동네에 산다면 나는 언제라도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당신 집으로 도망갈 수 있겠죠. 우리가 가까이 있다면 나에게 주려고 감자를 볶던 당신이 "오즈마야, 간장 한 숟갈 들고 건너와라!"하고 소리 치면 내가 쪼르르 달려갈 수 있었을 거예요. 우리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산책을 하고, 쇼핑을 하고, 떡볶이 같은 겅 나눠 먹을 수도 있었겠죠.

그리울 때 그리워 하는 일이 당연한 줄 알지만, 그건 언제나 힘든 일인데,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누군가 나를 그리워 해주다니,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걸. 고마워요, 백퍼센트의 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