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ji 2004-06-22  

원래 그런 날이 있지
겹경사, 줄초상이라고 오늘은 내내 그런 일들 투성이었다. 몇 가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는데, 생각해보니 그 중에서 가장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나는 나를 소진하고 있던 거였어.
오늘의 일화를 통해 당신이 나를 바보라 생각할까봐 내심 걱정이군.
(바쁜데 귀찮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 )

오늘은 서랍 정리를 했어. 세 개의 서랍 중에서 두 개 반을 비웠어. 당신이 언젠가 내 방에서 함께 밤을 보내던 날, 둘이 함께 꺼내보던 것들을 모두 버린 날이었지. 그 중에는 중학교때부터 써온 다이어리 묶음들도 있었고. 하나하나 슬쩍 넘겨가면서 사진을 추스리고 나는 금세 그것들을 모두 봉지에 담아 버렸어. 그리고 당신 생각을 했더랬지. 그 날, 당신이 재미있게 함께 봐주었던 그 날, 그 날 꼼꼼히 볼 수 있었던 탓에 오늘 나는 조금 더 수월히 서랍 정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았어. 그래서 당신 생각이 났겠지. 고맙다고.
작은 세 개의 서랍 속에는 무척 많은 것들이 나왔어. 당신의 사진도 있고, 내 사진도 있고. 그것들을 따로 추스리면서, 서랍정리처럼 마음 정리도, 세상의 모든 문제들도 이렇게 정리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 쉽지 않지만, 정말 큰 마음을 먹으면 해낼 수 있는 정리,같은.

이제 나는 자야겠다. 오늘, 우리는 만나겠구나. 예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짐이 많으니 편한 복장으로, 편한 신발을 신으라고. 그리고 눅눅한 공기라면 크로키북은 과감히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당신 스케치북이 울게 되면 속상하잖아.

서랍 정리를 마쳤으니, 내일은 책상 정리에 들어가고, 책상 정리가 끝나면 (화장대 옆의 삼단짜리 책장) 책장 정리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응원해달라고- 오늘은 조금 칭얼거리고 싶었어.
오후에 보자, 오즈마.
 
 
코코죠 2004-06-2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바보같기는 우리 사이에. 손가락 당장 벌리지 못해욧. 내가 당신을 바보라고 생각한 적은 딱 한번 밖에 없다구요. 아주 예전에 명동 엘칸토에 당당하게 들어가서 가방과 신발을 잔뜩 고르고 당신이 에스콰이아 상품권 내밀었을 때. 점원이 정중하게 상품권을 돌려주며 "손님, 잘못 찾아오셨는데요 엣헴" 하는 소리에 (그때 우리 아마 얼굴 벌개져서 후닥닥 도망쳤지요? 엘칸토랑 에스콰이아가 아니었나 이름은 까먹었는데 암튼 다른 회사였쟌아요 쿠힛힛)
농담이고, 농담^ ^

배려가 많아서 그래요.
정중한 사람이라서 그렇죠.
타인의 가슴에 모질게 상처내지 않는 어진 사람이라 그런 거에요.
그러니, 스스로 상처내지 말아요. 사람은 조금, 자기한테는 너그러워도 되어요.

오늘 녹차 빙수 맛있게 먹었어요. 사진촬영도 고마웠구요 :) 피곤했을텐데 웃어주어서 고마워요. 잘 자고 있죠? 빨리 또 봐요 우리.

코코죠 2004-06-23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방청소 끝내기 전에 꼭 한번 불러줘요 알았지요 :) 화이팅이에요 화이팅
! (근데, 나는 당신이 뭔갈 부산하게 정리하기 시작하면, 어쩐지 마음이 짠해진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