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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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학교다닐때 역사시간을 기억해보면 위인들의 이야기나 문화와 경제, 한시대를 아우르는 사건등 그리고 선조들의 삶의 모습들을 주로 공부했던것같다. 그래선지 나는 자연스럽게 역사를 움직이는것이 오직 사람만이 할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박승규작가의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를 만나면서 내가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됐다.
우선 작가소개를 살펴보니 동물에 대한 관심사가 남달라보인다. 그중 신화나 민담, 설화에 관심이 많은데다 옛문헌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 이야기에 푹빠져있다는걸 책을 읽다보면 종종 느껴지곤했다.

책은 역사 속 동물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라는 작가의 서문을 시작으로 1부 [태초에 동물이 있었다], 2부 [한중일 전쟁에 얽혀 든 동물들], 3부 [한중일을 사로잡은 동물의 왕국], 4부 [동물원 밖 동물 이야기]로 나뉜다.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세 나라인 한.중.일의 역사속 동물들은 낯선 존재들이 아니다. 곰과 양, 또 호랑이와 늑대, 낙타와 비둘기, 고양이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역사의 일부가 되어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만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는 내용들은 신기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전쟁의 역사는 과연 인간만의 역사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전쟁에는 인간만큼 중요한 자원이 작용해왔다. 바로 동물의 힘이다. 동물은 때로는 식량으로, 때로는 이동 수단으로, 때로는 무기 발명에 커다란 영감을 줬다. 사실 전쟁에 동물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아주 오래전부터 말과 소, 낙타 등은 군수 물자 수송에 활용됐다. 고도로 과학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수많은 동물이 여전히 전쟁에 쓰이고 있다. 첨단화.기계화가 이뤄진 지금도 경비와 감시, 탐지 임무에 군견들이 투입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때로는 동물들이 사람에 의해 '살상 무기'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144p)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건 기린의 이야기다. 한중일 동양 문화권에서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속 동물로 여겼던 기린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기린의 모습이 아니고 성인의 출현을 예견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다는 내용 또한 흥미로웠다. 그밖에 광해군을 폐위시킨 일등공신인 호랑이 이야기와 임진왜란때 적진을 종횡무진 돌파한 300마리의 원숭이 부대, 참새 소탕 작전의 실패로 인해 권력을 잃은 중국의 마오쩌둥의 이야기등, 책제목처럼 재밌고 흥미로운 동물이야기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우리가 익히 배우고 들었던 역사뿐만 아니라 모르고 있었던 동물들의 활약상까지 꼭 한번 읽어보라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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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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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운동`이란 이름아래 여성들의 권리와 목소리를 빼앗긴 이야기를 그린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하루에 100단어 밖에 말할 수 없는 이 말도 안되는 세상속에서 여자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였다.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고자 했던 대통령과 성경교리처럼 살아야 한다는 목사가 장악한 세상은 그야말로 여성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싶다.

 

 

소설속 주인공인 진 매클레런은 네아이의 엄마이자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이다. 동료인 린과 로렌조와 함께 자신들이 성공한 실험발표를 앞두고 모든 것을 빼앗긴채 하루에 허락된 100개의 단어를 세는 `카운터`을 손목에 차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진은 정부로 부터 사고로 언어능력을 잃어버린 대통령의 실질적 조력자인 형을 치료하기 위해 베르니케 연구를 하라는 명령을 받고 연구소로 가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되고 여성들의 숨은 조력자들과 함께 순수운동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면서 소설의 긴장감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만약 내가 술과 말로 감각을 마비시키기라도 한듯 분노를 터뜨리며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면, 손목에서부터 시작된 전기가 온몸에 흐를까? 그게 나를 뻗게 할까?

아마 아닐것이다. 낙태를 허락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우리를 죽이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필요악이니까. 이용당하면서도 잠자코 있어야 하는 물건이 되었으니까. (53p)

 

 

소설속 여성들은 말할 권리만 박탈당한것이 아니다. 순수운동이란 명목아래 여성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사회에서 배제해버린 권력자들의 횡포로 생존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손목에 카운터를 낀채 언어발달에 영향을 받는 어린 여자아이들과 순수운동이 시작된지 1년동이란 시간동안 정부로부터 세뇌당해 남성우월주의에 취해 있는 남자들까지. 과거로의 역행을 꿈꾸며 모든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 인간다운 삶을 살수없는 디스토피아.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설속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아 소름이 돋는다.

서점가에 쏟아지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페미니즘 도서들보다 극단의 상황을 그린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화를 삭히며 읽니라 꽤나 힘들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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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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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일곱개의 회의]에는 대기업의 자회사인 한 중견업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등을 통해 심심찮게 봐왔던터라 그닥 새롭지는 않았다. 거기다 이케이도 준의 전작인 [한자와 나오키]의 내용도 금융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라 이번 신간역시 비슷한 전개로 흐르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원작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내부 고발자:월급쟁이들의 전쟁]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된 [일곱개의 회의]는 생각보다 탄탄한 이야기전개로 소설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챕터마다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독립된 이야기들을 연결시킨 옴니버스 형식은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대기업인 소니의 자회사인 도쿄 겐덴.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과중한 업무와 실적만을 강요당하는 영업부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회의시간에 졸면서 불성실한 태도로 직장내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 영업1과의 만년계장인 핫카쿠. 그가 자신의 상사인 영업1과의 에이스과장인 사카도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고발하면서 파장을 일으킨다. 사내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잘나가는 영업부 에이스인 만큼 시말서나 견책정도일것이라 생각했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사카도는 대기발령을 받게 된다. 사카도를 대신해 영업2과의 과장인 하라시마가 영업1과 과장으로 오고 미스터리한 인사발령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과연 나라면 기타가와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가정법에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잘 않다.
죄는 죄이다. 인생에 운과 불운은 따라다니는 법이고, 그것이 크든 작든 다양한 결과를 좌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기타가와가 나간 뒤, 무라니시는 집무실에서 혼자 자조하며 중얼거렸다.
"세상이란 정말 불합리한 곳이네, 아버지." (400p)

소설속 중견기업인 도쿄겐덴의 영업부에선 생겨서는 안될 엄청난 비리로 인한 내부고발로 긴장감이 맴돈다. 기업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사람들과 드러내려는 사람들의 갈등은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깊어지고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결말이지만 현실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500페이지 가까운 꽤 두꺼운 소설이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반전들과 늘어짐없이 흐르는 전개로 지루할 틈없이 읽을수 있었던 소설이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살아온 저마다의 사연들과 지옥같은 상황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일곱개의 회의]. 흥미로운 이야기뿐아니라 조직의 쓴맛을 맛본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면 읽을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싶다. 개인적으로 호평가득했던 이케이도 준의 전작인 [한자와 나오키]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로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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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 합본 개정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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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니 섬뜩하겠어요. 평범한 한인간이 연쇄살인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니 흥미롭네요~~주변에서도 호평이 많이 추천도서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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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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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 전국의 야채가 모이는 오사카의 야채도매상인 가와치야집안의 큰도련님 세이타로. 큰 도매상의 후계자로 하는 일마다 허술하고 참을성도 없이 제멋대로 자란 그는 모르는 야채가 없을정도로 야채에 푹 빠져있다.

그런 세이타로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소설속 또다른 주인공인 지사토. 사무라이집안으로 시집을 간 그녀는 병으로 남편이 죽자 시댁으로부터 강제로 내쫓기고 어쩌다보니 가와치야집안의 시녀로 지내게 된다. 막부의 보호를 받으며 독점을 보장받은 상인회대표의 큰아들인 세이타로가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고자 청원을 넣은 농부들을 도우면서 소설속 갈등이 시작된다.


청상과부로 하루하루 먹고살기 빠듯한 지사토였지만 당찬 에도출신이자 사무라이의 아내였던 그녀가 바라본 세이타로는 그야말로 한량에 얼간이다. 하지만 화려한 기생을 끼고 유흥을 즐기는 한심한 부잣집 큰아들로만 보였던 그가 야채에 대한 열정과 상인회의 독점판매에 대한 부당함을 말하는 그에게 조금씩 빠져든다. 츤데레같은 모습으로 은근히 지사토를 챙겨주는 세이타로와 허술한 그가 어려울때마다 도움을 주는 지사토. 소설속 재미는 무엇보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사람인 세이타로와 지사토의 로맨스라고 할수있다.

그리고 야채시장의 유통구조를 위한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는 두사람의 계획은 성공할수 있을지.


50세 늦은 나이로 데뷔한 작가 아사이 마카테. 나오키상과 전국 서점원이 뽑은 시대소설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작가가 내놓은 [야채에 미쳐서]는 유쾌하고 달달한 로맨스뿐 아니라 배경인 에도시대 상인들의 모습까지 그려져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수 있는 소설이다.

 

 


정말 채소에 미친 남자들이었다. 채소에 미쳤기 때문에 세이타로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밧줄을 끌어당기며 채소 장사의 새로운 장을 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일개 상인, 그것도 아직 당주가 되지못한 사내가 도매상의 틀을 넘어 뭔가를 바꾸려 하고있다.(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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