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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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시트콤]은 제목처럼 코믹하면서 재미있는 소설이다. 눈으로 읽지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때문에 유쾌하게 읽어 내려간듯 하다. 
십대들의 이야기들은 내겐 익숙하면서도 관심이 많은 소재다. 소설속 연수와 엄마의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십대 딸아이가 어쩔수 없이 생각이 났다.
딸과 엄마는 같은 여자여서 통할때가 많은 반면 수시로 토닥거리는 사이다 보니 그들의 전쟁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몇일전 중간고사가 끝난 딸과의 언쟁이 생각나 연수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었다. 물론 많이 과한 부분도 있어서 온전히 공감은 힘들었지만 말이다. 언젠가 나역시 딸아이한테 '결혼해서 엄마처럼 살지말고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아'라는 말을 한적있다. 얽매이지 말고 좀더 자유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보니 좀더 버젓한 직장과 스펙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잔소리가 좀 과해졌었다.

힘들어 하는 소설속 인물인 연수. 엄마가 하라는대로 군소리없이 따르고 줄곧 전교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인 연수는 서울대만을 원하며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엄마에게 지쳐있던 연수의 가출과 자퇴을 하려 한다. 또다른 인물인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온 웅과혁. 여자를 성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웅이와 그런 친구를 경멸하는 혁. 연수를 향해 흑심을 품고 성폭력을 시도하려던 친구를 향해 따끔하게 혼내는 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래 그냥 내뱉는 말에 진심이 담기는 거야. 난 네가 여자랑 해보고 싶어서 환장한 애라는 걸 너무 잘 알아. 길에서 맨날 여자들 얼굴이나 품평하고, 입만 열면 할 줄 아는말이 여자 외모 얘기, 섹스 얘기... 지극지긋하지도 않냐?"(81p)

"나처럼 지랄하는 애들이 있으니까, 너처럼 눈치라도 보는 남자들이 생기는 거야."(91p)

원조교제를 하려다 고등학교에서 속옷차림으로 낭패를 보는 남자와 우연찮게 테이블 밑에 함께 숨게된 네 남녀의 좌충우돌 소동까지 소설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큰줄거리는 연수의 이야기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이 주는 자잘한 재미도 그려진다. 물론 이해가 안되는 억지스런 설정도 있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엉뚱하게 전개되는 사건들은 한편의 시트콤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자음과 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이자 '새소설' 시리즈의 첫작품이 된 [시트콤]. 젊은작가의 참신한 소재와 가독성이 뛰어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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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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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쓴 책들을 대할때면 다양한 감정을 느낄때가 많다. 인물들의 행동과 주변 상황을 보면 나역시 종종 겪었던 이야기이였기에 무한 공감을 느낄때도 또 눈살 찌푸려질때도 있다.
여성인권을 위한 다소 거친 행보들로 페미니즘이란 단어조차 민감하게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차별적 현실에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강력한 메세지가 필요한 이때 이토록 위트넘치고 유쾌하게 풀어가는 소설의 등장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유명정치인과 불륜에 빠진 젊은 인턴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비바,제인]에는 다섯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하원의원과 사랑에 빠져 불륜이라는 낙인과 함께 벼랑끝에 몰리는 젊은 인턴 아비바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아비바의 엄마인 레이철, 어린딸 루비, 불륜상대인 하원의원의 아내인 엠베스,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있는 제인 영까지 다섯챕터로 나뉘어 이야기 하고 있다.
딸인 아비바의 불륜관계를 알게된 레이철. 스무살 철부지 어린 딸의 실수가 오랜시간 다른이들의 농담거리가 된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편의 성공을 뒷바라지 하는 정치인의 아내 엠베스. 병마와 싸우면서도 남편의 재선을 위해 파티를 준비해야하고 연설을 해야 하는 지쳐있는 그녀다.
한순간의 실수로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던 제인 영.
발목을 붙잡는 과거앞에 굴하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더욱 강인한 여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비바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요? 누군가의 딸자식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나요? 레빈은 성인 남자이자 선출직 공무원이고 내 딸은 사랑에 빠진 철부지였는데, 레빈은 결국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내 딸만 두고두고 회자되는군. 뭐야, 그리고 십오 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그애가 또다른 꼰대의 농담거리가 돼야 하는 거지?"(100p)

소설은 미국 르윈스키 스캔들과 또 얼마전 미투운동으로 뜨겁던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던 정치인과 비서관의 스캔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하지만 남성들에게는 가볍게 지나가고 일상을 유지할수 있는 반면 여성에게만 비난의 화살과 2차가해까지 당해야 하는 이중잣대의 모습은 동서양과 상관없이 행해지는 듯 하다.
여성들의 호의가 유혹이라 단정짓고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남자. 여덟살 여자아이도 다리 제모를 해야하며, 스캔들의 사냥감은 늘 여성이 되어 물어뜯는 언론과 사람들. 어디서나 거리낌없이 당해야 하는 여혐의 행동과 언어의 폭력까지. 민감하고 무거울수밖에 없는 소재들을 당당하면서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영리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미추모임의 모토는 '미녀도 추녀도 다 함께'예요. 너무나 오랫동안 추녀, 즉 못생겼다는 위협은 여성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사용되어왔죠. 모두 함께 아우름으로써, 니들이 우리 생김새를 갖고 뭐라 하든 우린 신경쓰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보내는 거예요. 우린 강하고 영리하다. 그게 중요한 거다, 라고요."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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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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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내에 죽어야 하는 법이라니 충격적이면서도 참신한 소재가 아닌가 싶다.
허구의 이야기라지만 나의 수명의 기한이 정해져 있다라 가정해서 생각해보니 기분이 좋을수는 없다. 더군다나 나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인해 강제로 내 삶을 마감한다 생각하니 불쾌하기까지 하다.
3대거짓말중 노인들의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 있는데 우스개소리라지만 그만큼 나이를 떠나 죽음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의 살아있음이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면?
더군다나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수 없어서 가족의 도움없인 살아갈수 없다면?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란 소설속엔 70세 사망법안이 한가정안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려지고 있다.
날로 늘어가는 고령화로 인한 국가재정의 파탄을 막고자 70세 사망법안을 발표한 정부. 자신들의 수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퇴사를 하는 중년남성들이 생기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인 노년층과 젊은사람들의 대립도 생기면서 사회는 혼란스러워진다.
평범한 다카라다의 가족에게도 70세 사망법안으로 인해 많은 변화들이 생기게 되는데 그중 시어머니의 오랜 병수발로 지쳐있던 도요코에게 눈길이 간다.
편하게 외출한번 하지못하고 밤에도 수시로 부르는 시어머니로 인해 잠조차 편히 못자던 그녀다. 가족중 어느 누구하나 도와주지 않고 나날이 괴팍해지는 시어머니로 인해 절박한 심정으로 법안을 반기게 된다. 이젠 시어머니에게 남은 기한은 2년. 그러나 퇴직을 신청하고 세계여행을 떠나려는 남편. 구직을 한다는 이유로 집안에 틀어박힌 아들과 독립을 해서 나간 딸. 유산에만 관심있는 시누이들까지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자 지친 도요코는 결국 가출을 해버린다.

자신이 이 집에서 쓸데없는 인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자기 탓에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살고 싶어서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저승사자가 와 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빨리 죽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이렇게 억울한 심정을 지닌 채 그대로 죽을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301p)

'살아 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병으로 인해 꼼짝할수 없는 여든넷의 기쿠노 할머니의 말에 가슴이 저리다.
자신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또 그렇지만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과 병상에 누워 연명장치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인 료이치의 할머니가 떠올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소설속에도 취업난을 겪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와 악덕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일류대학을 나왔지만 사회속에 흡수되지 못하고 은둔하는 히키코모리의 이야기도 그려져있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까지 다양한 문제들로 소설을 읽다보면 어쩜 우리의 현실과 비슷한 모습일까 싶다.

하지만 소설의 재밌는 점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소재가 꽤 유쾌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가정의 중심점이자 혼자서 오롯이 부양의 짐을 지던 도요코의 가출로 인해 가족이 서로 도우는 긍정적인 공동체의 모습으로의 변화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가 아닐까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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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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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저항하는 어린 예술가들의 이야기인 이우작가의 [레지스탕스]는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함만큼 소설속 두 인물이 뿜어내는 열정과 고뇌와 상처가 그려진 소설이다.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며 시인을 꿈꿨던 민재와 누군가로부터의 인정에 목말라 있던 기윤은 서로의 만남을 통해 온전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 모범생만을 원하는 학교와 아버지를 향한 저항의 발길을 내딛는다.
관심과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외모에 집착했던 기윤에게 민재는 데미안같은 존재였다. 소설의 화자인 싱클레어에게 구원자 같았던 데미안. 그런 민재를 통해 이해받고싶고 정신적인 허기와 감정의 결핍을 채우길 원했던 그.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민재에게 기윤은 싱클레어같은 존재였지 싶다. 힘든 성장통을 겪는 싱클레어. 그런 기윤을 통해 자신과 같은 이단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화가로써 성공을 꿈꾸며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가혹한 혹평으로 절망에 빠진 스물아홉살의 기윤. 
발버둥치듯 꿈을 향한 열망의 몸짓들이 자신이 동경했던 민재의 모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이 없는 삶이 어디에 있겠어. 우리가 갖고 있는 소소한 계획들이나 품고 있는 열망들, 그것들의 실현이 곧 행복이지. 하지만 이러한 행복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 귀결되는 하나의 삶을 거시적으로 놓고 보면 비극 그 자체야. 인간의 삶은 온갖 부조리와 오류, 기만, 그리고 고뇌들로 가득 차있을 뿐이거든." (147p)

십대의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이야기같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고등학교선생님인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진로상담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보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한다. 문득 나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자그마한 꿈한조각을 품고 있던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어쩌면 소설속 자신의 꿈을 쫓는 열아홉살의 민재와 기윤의 이야기는 그때의 우리들 또는 무언가가 되기위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라 할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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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외우는 영단어 1 - 초등.중등 영어 교과서에서 뽑은 단어.숙어.표현 만화로 외우는 영단어 1
라임 지음 / 라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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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알파벳을 배우고 '애플'이나 '밀크'라는 간단한 단어 몇마디 잘난척 혀굴리면서 말하던 둘째 아이. 3학년 처음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학원 한번 안다니던 아이라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4학년에 올라와선 더더욱 영어공부는 뒷전이 되버렸다.
책과는 거리가 멀고 하루종일 땡볕에서 공만 쫓아다니는 아이기에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엄마인 나역시 손을 놓고 있던 차에 만나게 된 책한권.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알게된 [만화로 외우는 영단어]는 '만화'라는 단어 하나에 마음이 콕 박힌데다가 호평인 후기덕분에 책을 받고선 책을 읽을 아이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다.

남자아이라 그런지 만화는 우선 시선을 끌긴 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영단어들 보단 조금 어려워 하는 듯 싶었다. 선행조차 안되어 있고 쉬운 단어 하나도 외우기 힘들텐데 책에서 말하는 덩어리(chunk)로 배우는게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만화로 공부를 한다는것이 아이에게 장점이 된걸까? 만화의 내용을 읽고 싶어서인지 아이의 집중도는 정말 최고인듯 싶다.
다행히 영단어 밑엔 원어민 발음에 최대한 가까운 우리말로 써있어서 우선 따라 읽기가 좀더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화를 따라 읽고 단어를 외우니 영어공부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힘들게 공부시키지 않으며,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지 않으니 이것만큼 좋은것이 어디 있을까.
또한 책의 맨밑 하단 부분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어 아이가 물어볼때마다 설명해야 되는 엄마의 긴장감도 덜어주니 진도가 팍팍 나간다. 
암기공부에는 '반복'이 중요할터, 스토리가 있는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단어와 숙어들을 반복해서 외우면 영어에 자신감이 좀더 생기지 않을까싶다.
총 7권으로 구성되어 나온다 한다.
우리아이처럼 영어공부가 싫어하거나 어려워 하는 아이들에게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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