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시트콤]은 제목처럼 코믹하면서 재미있는 소설이다. 눈으로 읽지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때문에 유쾌하게 읽어 내려간듯 하다. 십대들의 이야기들은 내겐 익숙하면서도 관심이 많은 소재다. 소설속 연수와 엄마의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십대 딸아이가 어쩔수 없이 생각이 났다. 딸과 엄마는 같은 여자여서 통할때가 많은 반면 수시로 토닥거리는 사이다 보니 그들의 전쟁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몇일전 중간고사가 끝난 딸과의 언쟁이 생각나 연수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었다. 물론 많이 과한 부분도 있어서 온전히 공감은 힘들었지만 말이다. 언젠가 나역시 딸아이한테 '결혼해서 엄마처럼 살지말고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아'라는 말을 한적있다. 얽매이지 말고 좀더 자유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보니 좀더 버젓한 직장과 스펙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잔소리가 좀 과해졌었다. 힘들어 하는 소설속 인물인 연수. 엄마가 하라는대로 군소리없이 따르고 줄곧 전교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인 연수는 서울대만을 원하며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엄마에게 지쳐있던 연수의 가출과 자퇴을 하려 한다. 또다른 인물인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온 웅과혁. 여자를 성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웅이와 그런 친구를 경멸하는 혁. 연수를 향해 흑심을 품고 성폭력을 시도하려던 친구를 향해 따끔하게 혼내는 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래 그냥 내뱉는 말에 진심이 담기는 거야. 난 네가 여자랑 해보고 싶어서 환장한 애라는 걸 너무 잘 알아. 길에서 맨날 여자들 얼굴이나 품평하고, 입만 열면 할 줄 아는말이 여자 외모 얘기, 섹스 얘기... 지극지긋하지도 않냐?"(81p) "나처럼 지랄하는 애들이 있으니까, 너처럼 눈치라도 보는 남자들이 생기는 거야."(91p) 원조교제를 하려다 고등학교에서 속옷차림으로 낭패를 보는 남자와 우연찮게 테이블 밑에 함께 숨게된 네 남녀의 좌충우돌 소동까지 소설을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큰줄거리는 연수의 이야기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이 주는 자잘한 재미도 그려진다. 물론 이해가 안되는 억지스런 설정도 있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엉뚱하게 전개되는 사건들은 한편의 시트콤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자음과 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이자 '새소설' 시리즈의 첫작품이 된 [시트콤]. 젊은작가의 참신한 소재와 가독성이 뛰어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