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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올리비아 개트우드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평점 :

정확한 관계도 알 수 없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어서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지 처음엔 알지 못한다.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살고 있는 ‘미티’의 정체가 궁금하고 그녀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친구라는, 이모라고 부르는 ‘베델’과는 진짜 어떤 관계일까....
‘미티’와 ‘베델’의 삶과 관계의 의문 부호를 마침표로 찍기도 전에 ‘미티’마저 궁금증으로 가득한 새 이웃 ‘레나’와 레나의 남자 친구(동거인) ‘서배스천’까지 등장한다.
『네가 누구든』의 주요 인물들이다.
10년째 함께 살고 있는 ‘미티’와 ‘베델’의 원래 이웃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여름 별장이나 공유되고 있는 집들로 인해 새로운 세입자들과는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옆집으로 ‘레나’ 커플이 이사를 오고 ‘미티’는 새 이웃에 대한 궁금증이 날로 커지고 있었다.
매끄러운 피부와 늘씬한 몸매,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인 ‘레나’ 또한 남자 친구를 만나기 이전의 삶이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이들의 극적인 만남으로 ‘친구’가 되어가는 듯하지만 둘의 관계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상처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과거를 갖고 있는 이들 속에 일흔아홉의 ‘베델’의 삶은 왠지 모를 낭만이 느껴진다.
어쩌면 생면부지일 수 있는 ‘미티’와의 인연, ‘미티’ 엄마인 ‘퍼트리샤’와 인연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까지 내게는 낭만이다.
『네가 누구든』의 여자인 등장인물들을 보면, 자신의 삶은 현재만이 아닌 과거, 미래까지 모두가 ‘나’여야 하는 정체성을 찾고 있다고 느껴진다.
어울림이 느껴지지 않는 이들이 만나고, 함께 하고, 같은 마음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의리」와는 다른 「연대감」의 만들어진 「우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의 앞날이 선명하지는 않아도 환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기에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이야기가 더 반가웠다고 하고 싶다.
열리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미티’와 ‘레나’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응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소망해 본다.
P15
오늘은 미티와 베델이 동거한 지 십 년째 되는 날이다. 미티의 인생의 거의 삼분의 일을 함께 산 것이다. 그들의 기념일이 진정한 이정표로 느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베델의 나이가 일흔아홉이고 생애 대부분이 미티가 태어나기도 전에 흘러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들이 함께한 세월은 너무도 짧고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동거 십 주년을 기념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중략] 결국 미티는 베델이 이런 의식에 의미를 두든 말든, 감사의 뜻으로 케이크는 사 가기로 결심한다. 이번에는 당근 케이크다.
그녀는 진열장 유리를 손가락으로 누른다. “저거요.”
직원이 작은 디저트를 꺼내 상자에 담는다. “케이크에 뭐라고 안 써요?” 미티는 베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잠깐 고민한다.
「날 구해줘서 고마워. 날 계속 데리고 있는 건 하나도 안 고마워.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P288
엄마가 미티, 세상에 대한 너의 관점은 전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라고 말했단 사실을, 오래전에 끝난 일들을 곱씹는 미티를 엄마가 얼마나 못 견뎌 했는지를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해줄 것이다. 엄마가 틀렸다고.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녀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문가를 말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재생되는 편집 영상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미티 자신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녀의 말을 인용하는 사람도 없다.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이 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