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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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라는 제목만으로 나의 ‘집콕, 방콕 휴가’에 찰떡인 책을 만나게 되었구나 싶었다.

쉬면서 느긋하고 한가롭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쉼을 위한 쉬는 시간’을 마련해야만 하는 ‘번 아웃’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며 《쉼의 시간》을 만들어 간다.

나의 ‘쉼’과는 완전히 다른 작가의 ‘쉼의 시간’을 읽으면서 역시 ‘작가는 작가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라면 마냥 늘어지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끼고 누워서 ‘뒹굴뒹굴’이 태반이었을 텐데 말이다.

작가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며 그림들이 참 행복하게 살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마음에 모든 글이 사랑스럽다 느껴졌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는 나에게는 ‘잠수’의 의미로 다가왔지만, 작가에게는 ‘도약’의 의미가 있구나 싶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저자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같은 아시아인의 정서를 건드려주고,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마음까지도 내게 와닿는 것 같았다.

가장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말에 공감하게 되는 요즘의 내 감정까지 건드려주는 따뜻함...

짧은 이야기, 조금 더 길어진 이야기인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가 긴장감 가득하게 읽는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힐 줄은 몰랐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아주 가볍게 읽으려고 했던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는 전혀 가볍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마음이 가고 눈이 갔던 글을 다시 들춰보게 되기까지 했으니 책 속에 푹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번 아웃’이라고 낙담하거나 늘어지지 않을 힘과 마음을 기르고 싶다는 소망까지 생긴 것 같다.

더 튼튼하고 건강한 마음을 갖고 싶다는 마음까지도...

무엇을 할지 모를 시간이 생길 때면 그저 뒹굴뒹굴하기만 했던 나의 ‘쉼 시간’에 용기라는 힘을 주신 작가님의 글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P10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잠깐 일을 내려놓고, 일 걱정을 잊고 느긋이 쉬면서 충전할 방법을 찾고, 이런저런 생각에 자유롭게 빠지는 시간을 갖게 되자마자 그런 시간을 글로 남겨야겠다 싶어진 것이다. 기록해서 모아놓지 않으면 잊히고 사라질 것 같았다.

내가 쉬고 충전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껴봤자 그게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에게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래서 ‘휴식 시간’에 휴식을 한 게 아니라, 그 틈을 타 다른 일을 하려고 휴식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 휴식을 통해 이 책이 탄생했다.


P189

나는 내가 평생 일을 한다는 게 당연하게 생각된다. 그러지 않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아는 한 만국 공통어에 가장 가까운 것은 일이 아닐까 싶다. 항상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러서 매사 우선순위가 거기에 좌우된다.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하는 데 시간을 쓸지 하는 문제가 다 그렇다.

일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일하지 않고도 잘 살아가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선택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동료들과 함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서 작은 자유, 아니 눈곱만큼의 위안이라도 얻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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