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내게 마법의 존재를 믿느냐고 묻는다면 “마법이 존재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할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힘듦을 느낄 때 누군가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종교를 찾고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마법이 존재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는 그런 바람을 갖고 있는 내게 어린 시절 꿈을 키우며 읽던 동화를 읽는 느낌을 일깨워준 책이다.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진 일본의 어느 시골 마을에 있는 《종달새 마을》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마법 상점》을 열고 있다.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면 마법으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주로 본인이 키운 약초와 다양한 찻잎을 팔고 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나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갖고 아름다운 마법사를 찾아오지만 쉽게 그들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다.

마법의 힘을 믿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은 마법사와 함께 살아가지만, 마법사는 마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주려 하지 않는 것에 어쩌면 야속한 마음마저 들기도 한다.


마녀 ‘스이’는 사람들이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사》인 것이다.

상처의 치유를,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설 수 있는 의지를 주는 마녀 ‘스이’의 능력이 그러한 따스함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착한 마녀’, ‘착한 마법사’라면 응당 주문을 외우거나 지팡이라도 휘둘러서 힘든 상황의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으련만 생각하기엔 특별한 마법이 없어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마녀 ‘스이’는 너무나 큰 절망에 빠져 있거나 마지막 기회밖에는 없는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마법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내 삶에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마녀 ‘스이’와 같은 존재가 함께한다면 그녀에게 소원을 빌거나 하지 않더라도 마음 한편이 든든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판타지적인 이야기이지만 ‘판타지 소설’로만 느껴지지 않고, 나도 모르게 어릴 적 마음으로 돌아가는 몽글몽글해짐에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예쁜 책이었다.

표지에서부터 끌리는 마음을 책의 마지막 장까지 끝까지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P25

여기는 마녀의 상점, 마법상점이다. 분명 마법을 파는 곳이다. 메이는 절대로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원을 말한 것도 아니다.

한 쪽 팔에 있는 흉터 하나만 없애달라고 했을 뿐이다. 마녀라면 그런 소원쯤이야 거뜬히 들어줄 수 있을 텐데.

“저기, 돈은 있어요. 저금한 돈 다 가져왔어요. 혹시 부족하면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 해서 꼭 다 낼게요.”

“우리는 돈으로 움직이지 않아. 그런 건 중요하지 않거든.”

“그런…….”

“설령 네가 나라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을 가져왔다 해도, 지금 여기서 네 흉터를 없애기 위해 마법을 쓰는 일은 없을 거야.”


P174

“이 마을에는 마법의 힘을 얻기 위해 오는 사람이 하루코 씨 말고도 많아.” 주인은 혼잣말을 하듯 나지막한 음성이었다. “그중 정말 마법으로 소원을 이루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마녀는 선인이 아니라서 모든 사람의 소원을 다 들어주지 않아. 자기 마음이 동해야지만 움직이지.”

“…….”

“마녀에게 거절당하고 우울해하거나 화를 내면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어딘가 후련해지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마녀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 나름이라고 생각해.”

“사람 나름이요?”

“음…… 하루코 씨는 어떨까? 이 마을을 떠날 때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