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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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전편으로 읽은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의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을 조금은 알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운 캐릭터들이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인사할 수 있었다. 

시리즈라는 생각으로 읽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의 일상을 무료하다고 생각하는 ‘나’인 화자와, ‘오즈’는 물론 ‘아카시’군의 등장은 여전하다. (조연들도 물론 다시 등장한다)

‘나’의 ‘다다미 넉 장 반’이 1층에서 2층으로 옮겨졌다는 정도만 달라졌을까.

사소하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타임머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시간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에서 펼쳐진다.

이들의 행동으로 우주의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우주의 변화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의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가 귀엽기까지 하다.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 시절의 나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이가 듦의 씁쓸함도 잠깐 느끼기도 했다.

평범하지 않다고, 엉뚱하다고만 할 수 없는 청춘들의 기발함과 소재의 신선함으로 가끔 나도 모를 갸웃하는 고갯짓이 있긴 하지만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 ‘청춘스케치’가 떠오를 만큼 젊음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재미를 느끼며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꽤 매력이 있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다다미 넉 장 반’에서 어떤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P13

209호의 소문을 처음 들은 것은 1학년 여름이었다. 공동취사장에서 마주친 팬티 바람의 고참 학생이 가르쳐주었다. 히구치 세이타로라고 이름을 댄 고참 학생이 귀띔해 준 ‘에어컨 달린 다다미 넉 장 반’은, 당시 나에게 아서 왕이 최후를 맞이했다는 전설의 섬 아발론처럼 아득히 먼 환상의 땅으로만 여겨졌다. 그로부터 이 년 뒤, 209호로 이사하는 영예를 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구태여 1층에서 2층으로 방을 옮겼는데도 나은 에어컨의 은혜를 겨우 며칠밖에 입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눈앞에 있는 사내, 오즈에게 있었다.

 

P126, 127

그해 겨울 나는 썰렁한 다다미 넉 장 반에 틀어박혀 전기히터를 화로처럼 끌어안고 ‘내가 그렇게 융화를 주장했건만!’ 하며 분개했다.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너는 네 의견이라는 게 없다’라 비난해 놓고는, 막상 광란의 시기가 지나자 모든 책임을 오즈에게 떠넘기고 ‘모두 사이좋게 지냅시다’ 하는 사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녀석들이 사과하러 오면 용서해 줄 수도 있고’ 그러나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즈만이 남았다.

‘우리는 운명의 검은 실로 맺어져 있다’라고 오즈가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어어 이 년 반, 다다미 넉 장 반 황야를 방황한 끝에 간신히 손에 넣은 것은 오즈라는 괴인과의 악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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