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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서, 나 홀로
우에노 지즈코 지음, 박제이 옮김, 야마구치 하루미 일러스트 / 청미 / 2025년 2월
평점 :

나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몰랐던 마음의 평온을 주는 시골 생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싶다는 생각이 나이를 먹어가며 더 진하고 뚜렷해지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인생 책’이 소설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이라고 단박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산기슭에서, 나 홀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우에노 지즈코판 ‘숲속 생활’ 스물네 가지 이야기라」, 「우에노 지즈코판 ‘월든’」이라는 책 소개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꿈을 꾸게 만들어 주었다면 ‘우에노 지즈코’의 『산기슭에서, 나 홀로』는 꿈을 실현 가능성 있도록 계획표를 짤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다.

30년 전 야스카타케 산에 집이 있던 친구의 제안으로 잠시 머문 이후 그곳에 매료되어 집을 짓게 되었다.
서고와 작업을일 겸하는 장소로 설계하고 짓기 시작했지만 연중 내내 그곳에서 지낸 것은 아니었고,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세컨하우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해 도쿄와 산속 집을 오가는 것이 힘들어 지면서 아예 산속 생활이 주를 이루게 된다.

집을 짓기 이전 여러 가지 입지 조건부터, 산속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산기슭에서, 나 홀로』는 귀농이나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둬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기본적인 물(상수도, 하수도)은 물론이고 난방과 자연과의 전쟁, 현실적으로 나도 제일 염려하는 벌레와의 전쟁까지도……(어쩜 이렇게도 친절하신지)
인근 별장에 사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로 고립되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관계며, 연로해지는 사람들의 마지막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들까지 미처 생각지 못해 본 일들을 상기시킨다.

『월든』이 막연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준 책이라면, 『산기슭에서, 나 홀로』는 실현 가능성 있는 꿈을 계획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어려서부터 ‘읽기와 쓰기’가 좋았다던 저자와 너무도 비슷하고 닮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나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내가 꿈을 이루게 될 때 다시 한번 더 꺼내어 읽게 될 것 같다.
P6
내가 코로나를 피해 야마나시현(山梨県) 야쓰가타케(八ヶ岳) 남쪽 기슭에 있는 산속 집으로 온 지 1년쯤 되었다. 산속에 집을 지어놓기를 정말 잘했다 싶다. 아파트를 전전해온 내가 태어나 처음 지은 집이다.
30전 전, 먼저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에 정착한 친구가 제안했다.
“올여름 내내 영국에서 보낼 예정이라 집이 비는데 그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볼래?”
갈수록 심해지는 도쿄의 더위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터라 옳다구나 싶었다. 고작 여름 한 철 지냈을 뿐인데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농가 마당에 조촐하게 마련된 채소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채소를 마음껏 먹었더니 여름 한 철 만에 온몸의 세포가 완전히 새로워진 듯했다. 그 여름의 끝, 나는 근처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