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띠지의 광고 문구(추천사)나 앞표지, 뒤표지에 있는 글들은 물론이고 작가 소개와 목차를 꼼꼼히 읽고 본문을 읽기 시작하는 편이다.

‘프롤로그’나 ‘서문’으로 책을 집필하는 이유나 그에 대한 서사를 소개하는 글로 시작하는 글로 안내를 받는 것이 대개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야수를 믿다』의 간단한 저자 소개의 글로 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게 되는데 길지 않은 글에 나도 모르게 기함하고 말았다.

소설이 아닌 실화인 이야기로,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로 『야수를 믿다』가 집필된 것이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곰의 공격에서 살아 돌아온 여성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

극한의 위기에서 등반용 얼음도끼를 휘둘러 곰을 쫓아낸 후 인공 턱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거치기까지 한 후의 생존기를 남길 수 있는 대범함을 가진 인류학자의 글을 읽기 시작한다는 점에 큰 숨이 필요할 정도였다.

《인류학자(人類學者, 영어: anthropology)는 인류와 과거와 현대에서의 인류문화의 기원과 특징 등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인류학의 분야가 사회인류학 , 문화인류학 , 철학인류학 등으로 나뉨에 따라 같은 인류학자라도 연구의 범위가 다르다. 위키백과 발췌》

‘인류학자’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 무섭고 어려운 상황속으로 들어가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인지 여기저기 찾아보기도 했다.

지극히도 평범한 내 이해의 범위에 있지 않으므로…….


「가을」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첫 장은 곰의 공격을 받은 후 정신을 차리고 살아남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나스티아(나스타샤)’가 구조요청을 떠난 동료 ‘니콜라이’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구조된 ‘나스티아’는 훈련소이자 캄차카반도 러시아 군대의 비밀 기지인 ‘클라우치’의 보건소에서 응급 시술을 받는다.

그곳은 매주 폭탄을 쏘아 올리는 곳이고, 현지인인 ‘에벤인’과 ‘코랴크인’, ‘이텔멘인’이 모두 징집되어 있다는 것조차 알아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치료와 시술을 받기 시작한다.

소독하고 꿰매고, 다시 소독하고 꿰매는 일들과 인공 턱뼈까지 삽입하는 어마어마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사도 받아야 하고, 가족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만나게 된다.

프랑스로 돌아와서도 받는 재수술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악재는 자꾸만 일어난다.

(가슴이 자꾸만 답답해지고 머리까지 아파져서 몇 번이나 책을 손에서 놓기까지 했다.)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전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스티아’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마음으로, 머리로 알게 되며 다시 그곳으로 가려 한다.

그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알래스카에서 그위친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한 2년 여의 시간과 어머니와 같은 ‘다리아’, 형제와도 같은 ‘이반’과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녀의 삶에 피를 나눈 가족 이상의 사람들이 돼버린 것이다.

그녀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버린 곰과의 사투는 곰과 그녀를 동일시 시켜버린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할 수 없다.

위대하다고, 존경스럽다고도 할 수가 없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특별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녀가 다시 ‘곰’과 마주했을지, 그녀가 믿고 있는 ‘야수’는 우리 인류와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나도 알고 싶다.


「2015년 나스타샤 마르탱은 시베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에벤인을 대상으로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던 중 캄자카 화산 지대에서 곰의 습격을 받는다. 얼굴 전체와 오른쪽 다리가 찢기고 턱 일부마저 사라지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등반용 얼음도끼를 휘둘러 가까스로 곰을 쫒아낸 후, 러시아 클리우치의 군사기지 병원으로 이송되어 인공 턱을 삽입하는 대수술 끝에 살아남는다. -작가 소개 중에서-」


P16

내 상처를 꿰매는 사람은 나이 든 여자다. 매우 신중하게 바늘과 실을 움직이는 그녀를 바라본다. 나는 고통의 어느 단계를 넘어섰고, 더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여전히 의식이 있고, 의식이 있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내 육체에서 분리되고도 동시에 여전히 그 안에 존재할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의식이 선명하다. Vsio boudet khorocho, 모두 괜찮아질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손, 그것이 전부다. 기적적으로 쪼개지지 않은 내 머리뼈의 상처를 꿰매기 위해 그녀가 내 머리칼을 자르고, 나는 발밑으로 떨어지는, 피가 붇은 금발을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