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드라마 - 윤소희 장편심리소설
윤소희 지음 / 학지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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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나 학부모, 또는 어르신들과 상담이라는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심리학’이란 공부도 따로 했었다.

전문적으로 학위를 따고 깊이 파보지는 못했지만 그래서였는지 너무나 어렵고 더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은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보면 모르는 척 눈길을 안 주는 편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을 정도로...

그런데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님이 추천하시는 심리학과 만난 문학 소설이라는 점에 큰 호기심의 관심으로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사이코드라마』라는 단어는 어릴 때 보았던 드라마의 장면이 생각나게 하는 제목이다.

드라마의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원로배우인 ‘전무송’님이 의사 선생님이셨고, ‘저런 치료 방법이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했던 것 같다.


소설 『사이코드라마』의 시작도 내가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무대로 시작한다.

대본 없는 연극으로 재연되는 무대 위에 있는 ‘프로타(주인공)’는 ‘예주’다.

‘예주’는 심리학과 교수인 ‘주한’의 내담자이다.

갑작스레 부탁하는 같은 학교 불문과 학생 ‘예주’의 상담을 맡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예주’와 만나면서 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학생 등 여러 가지로 이름 붙여질 관계가 허물어지는 ‘주한’의 흔들리는 이성이 안쓰러울 만큼 불안하게 진행된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도 평범하고 굳건해 보이는 ‘주한’을 흔들어 놓는 ‘예주’는 너무나 가엽고, 흔들어지지 않을 만큼 꺾여 있는 듯이 보이는 과거와 현재를 보인다.


예주에게는 양부에게 받은 과거의 아픔과 상처, 주한에게는 사랑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으로 남은 그녀라는 아픔과 상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없을 수도 있을 그러한 일들이 이들을 이렇게 가엽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 슬프기까지 하다.


너무 몰입을 해버렸는지 나도 모르게 놀라버려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짜증 섞인 화가 나기도 하면서 많은 감정을 쓰며 읽게 됐다.

단락마다 명화나 명작들의 단편이 소개되기도 해서 그림을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그런 장면이 있었던가 싶어서 책을 찾기도 했다.

첫 장면의 《시몬과 페로》, 마지막쯤에 있는 《미제레레 (Miserere)》까지 너무나 완벽하게 문학적이다.

<추천의 글> 중에 “벌써부터 윤소희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라는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P61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혹시 내가 예주에게 이성으로서 끌리고 있지 않은가, 질문해 보았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그 어떤 성적인 관계도 맺을 수 없다는 윤리적 규범이 있지만 상담자도 인간이니 때때로 내담자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성적으로 끌릴 때 그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건 상담자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다.

P63

머릿속에 경고등이 울렸다. 각 항목에 대해 강도는 약하지만 해당하는 항목이 반 정도는 되었다. 20년 가까이 상담하면서 여성 내담자에게 끌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 감정 자체를 없앨 수도 없고 없앨 필요도 없다. 이 모든 반응을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다루기만 하면 된다. 내담자와 함께할 때느끼는 에너지와 열정을 잘 활용하고 위험한 경계선을 넘지 않고 내담자를 보호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담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상담받고 싶어요.”

어느날 불쑥 이 교수의 상담실로 찾아와 사담을 요청한 예주.

처음에는 당돌한 그녀의 행동이 못마땅했지만, 상담을 거듭할수록 이 교수는 불행한 과거와 묘한 매력이 공존하는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상담자로서의 중심이 흔들리면서 그의 삶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두 사람이 벌이는 위태로운 심리 게임의 끝은 과연 희망일까, 절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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