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것 (리커버 에디션)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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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허스트베트’라는 작가를 잘 몰랐다.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책들의 작가인 ‘폴 오스터’의 아내라는 것뿐, 그녀의 작품은 이번에 ‘내가 사랑했던 것’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와 닮아가고, 더욱이 부부라면 더욱더 생각과 관념들이 닮아가기도 해서 ‘폴 오스터’의 작품들과 어느 정도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녀와 그의 작품세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껴졌다.


‘자화상’이라는 그림으로부터 시작되는 무명화가인 ‘빅’과 미술사학자 ‘레오’의 이야기가 ‘내가 사랑했던 것’의 전부다.

소호의 갤러리에서 그림을 발견하고 무언지 모를 매력에 끌려 그림을 사게 된 ‘레오’와 그림의 구매자와 화가의 만남으로 시작된 그들의 역사를 ‘레오’의 시선으로 글은 가득 차있다.

완벽한 절친이 되어가는 과정에 서로의 부부관계,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과 함께 나누는 모든 애정의 생활들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레오’의 시선으로 쓰인 모든 글들은 관찰자이자 동반자로서 레오뿐만 아니라 빅의 인생의 서사를 모두 엿볼 수 있다.

사랑을 얻고 잃고, 자식을 얻고 잃는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겪으며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그들의 심정에 내 가슴마저 답답함이 극을 달하기도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그들의 이야기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큰 한숨이 나오기도 하면서 책을 읽었더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숨을 고르기 위해 몇 번이나 책을 덮기도 했으니 내가 너무 감정을 쏟고 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후련함 보다는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기도 했다.

어느 정도 가벼운 마음으로 너무 몰입하지 않고 조금 더 천천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은 심플한데 왜 이렇게 복잡한 관계로 보였는지, 레오의 행동들에 공감하면서도 화가 나는 부분들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마도 꼭 다시 읽을 것 같다.


P11_12

그 그림은 여기 이 방에 나와 함께 있다.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다. 내 흐려진 시력 탓에 그 그림 역시 예전 같지 않지만, 처음 보고 나서 1주일 뒤 나는 2천 5백 달러를 주고 딜러에게서 그림을 샀다. 에리카는 처음 이 캔버스를 보았을 때 지금 내가 앉은 자리에서 겨우 몇 피트 떨어진 자리에 서 있었다. 차분하게 그림을 살펴본 그녀는 “꼭 남의 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죠?”라고 말했다.


P187

아이들은 캠프장 본관 건물 옆의 잘 깍은 넣은 잔디밭에 서 있었다. 커다란 참나무가 머리 위로 가지들을 쭉쭉 뻗어 드리우고, 그 너머로 오후의 햇빛이 호수를 비추고 있었다. 햇살이 수면의 잔물결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빌이 귀가 길에서 먼저 운전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뒷자리의 바이올렛 옆에 앉자마자 나는 다시 돌아서서 차가 기나긴 진입로를 지나 대로로 나오는 사이 멀어지는 두 아이의 형체를 바라보았다.


P433

사흘 뒤 마크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이 내 평생 가장 이상한 여행의 촉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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