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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상점가의 기적
쇼지 유키야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6월
평점 :

세기의 대도라 불리던 영국인 ‘세인트’는 일본인 아내를 만나 은퇴 후 일본에 귀화하여 ‘꽃길 상점가’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영국과 일본 혼혈인 아내를 만나 세인트라는 이름에서 따온 ‘야구루마 세이진’이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리며 학원 운영을 하고 있는 딸 ‘아야’와 함께 평범한 듯한 생활을 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딸 ‘아야’는 아빠가 영국에서 전설로 불리는 대도였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는다.
도둑질이라기보다는 도둑의 기술을 이용해서 남을 돕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작은(?)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삶의 의욕을 잃지 않기 위한 자부심으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아빠가 무너질까봐 모른 척 해주고 있는 것이다.
번화한 상점가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한 마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온정과 끈끈한 의리가 느껴지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마을에, 주민들에게 개발지역 선정으로 인한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작은 상점가들이 문을 닫게 되는 위기가 찾아오고, 어두운 속내가 보이는 보상과 꿍꿍이가 너무나 확연히 보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일련의 일들로 ‘꽃길 상점가’를 구해내는 일들이 펼쳐진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세이진’이 아닌 ‘세인트’의 조력자들과 전리품들이 큰 도움을 주면서 기적을 만들어간다.
전직 괴도와 딸의 이야기라서 ‘루팡의 딸’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결이 확연히 다른 이야기이고,
오래도록 사랑과 정으로 만들어진 마을을 구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따뜻함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괴도의 도둑질을 응원하게 되는 이상스런 마음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혹시 다음 시즌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P20
산책할 때도 꼭 정장을 갖춰 입는다. 스무 살 때부터 들고 다녔다는 지팡이를 든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천천히 반듯하게 걷는다. 영락없는 서양인이라 키가 커서 위엄 있어 보인다. 영국인이지만 일본을 사랑한다. 그래서 비 오는 날 산책 할 때는 지팡이 대신 종이우산을 들기도 한다.
P89
“이제 어떻게 하려고? 아빠는 뭘 할 거야?”
“뻔하지. 방금 말했잖니.”
“도둑질을 할 거야.” 라며 아빠는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남룡에서 소중한 걸 훔칠 거란다.”
소중한 것이라니, 대체 뭘까.
P163
“나는 항상 퍼펙트하게 일을 처리 한단다. 그 아이들의 장래에 털끝만 한 생채기도 내지 않고 과업을 완수할 거야. 그 아이들은 지금처럼 여기서 장사를 하며 꽃길 상점가를 지킬 거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