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인디고 : 밤을 달리는 자들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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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클럽과 추리소설이라는 소개문구에 넘어가 관심을 가졌던 책입니다. 책을 읽은 후 작가 소개를 다시 보니 추리상은 추리상인데 단편상을 받았더라구요. 처음 책 소개를 봤을땐 호스트클럽을 바탕으로 한 어떤 끈적한 욕망과 피비린내나는, 혹은 서로 물고 물어뜯는 그런 뒷세계의 치열함 뭐 그런걸 생각했었거든요. 편견일진 모르지만 일단 호스트클럽에 얽힌, 추리물로 갈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하면 왠지 저런게 떠오르잖아요. 나만 그런건가; 어쨌든 저렇게 깊고 질척한, 혹은 성공을 향한 욕망과 호스트를 사랑해버린 호스티스 여인의 원망이 얽힌 흔히 말하는 추리물 - 그러니까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해나가는 정통파 -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음.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었을때 추리하며 읽는 사람과 동화책 읽듯 읽는 사람으로 나누게 되잖아요? 전 후자에 속하는데 저 같은 사람에겐 굉장히 좋은 책이구요, 추리소설에서 복잡한 트릭을 스스로 풀어내는 스릴을 즐기는 분들에겐 얄팍한 책이예요; 등장인물 중 한사람인 형사가 종종 여사장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30대 노처녀 대필작가, 잔소리가 심하고 술을 좋아함)에게 종종 윽박지르곤 하는게 "탐정놀이는 그만둬!!!!"라는 거거든요. 말 그대로 책 전체가 탐정놀이와 비슷합니다.

클럽 인디고는 흔히 우리가 아는 정통파 호스트 클럽이 아니라 사도, (정통파는 왕도라고 한다는군요) 그러니까 틈새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한 줄기인데. 프리터나 OL, 대학생을 상대로 비보이와 길거리 헌팅계의 신화, DJ, 프리터, 운동선수들을 호스트로 둔 클럽이예요. 다양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각각의 사건에 키워드와 근접한 호스트들이 튀어나와 하나의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해결하지요. 다재다능한 호스트들과 베일에 쌓인 유능한 매니져, 그리고 잡지사에서 일하는 두 사장, 그리고 왕도파의 1인자인 호스트의 제왕 구야, 전직 운동선수인 마담언니(......)까지.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자극적인 인물이 톡톡 튀어나옵니다. 기분 전환이나 머리를 식힐때 읽기엔 좋은 책이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깊이는 떨어져서 오히려 탐정소설이나 일반 소설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사실 1권이 나온지 얼마 안됐었기 때문에 리뷰어신청을 할 때만해도 제가 신청한게 1권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발표가 나고 가만히 렛츠리뷰를 살펴보는데 제가 메모해둔 거랑 제목이 다르더라구요; 찾아보니 '제1회 호스트선수권대회'는 2권이였고 제가 봤던 '밤을 달리는 자들'은 1권으로 이미 그 전 렛츠리뷰 목록에 올라있었던거라 리뷰책을 받은 후 1권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1권이랑 같이 봐야할 것 같아서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어떻게 클럽 인디고가 만들어졌는지와 주요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가 나와있으니 도움이 되는 면도 있긴합니다만 전 2권부터 읽고 1권을 뒤에 읽었는데 흐름을 파악하고 주요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처음에 1권을 옆에 두고 2권을 잡으면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다 읽고나니까 필요한 설명은 친절하게 해주고 있고 원래부터 중심이 되는 호스트가 아니면 제대로 설명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혹시 저처럼 순서에 신경쓰이는 분이 계시다면 안심하셔도 될 것 같네요:D

클럽 인디고 2편에 해당되는 제 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는 복수자 / 마이너리티 코드 / 초콜릿 비스트 / 제1회 호스트선수권대회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 비해 가벼운 사건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복수자에 나온 이쓰키군이 마음에 들어서요, 있는지 없는지 아직 알 수 없는 3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 처럼 정말 '클럽 인디고'에 취직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날 위해 나와다오 이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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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D - 기계치도 사랑한 디지털 노트
김정철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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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함을 느꼈다. 그리고 리뷰를 쓴다는건 늘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처럼 이렇게 제목짓기 애매했던 책도 오랜만이였다.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미묘함. 그게 이 책, '안녕, D' 안에 있다.

처음 안녕, D라는 제목을 봤을땐 소설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늘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를 반복하는 책 중에 비슷한 제목이 있기 때문이다. D에게 보낸 편지라던가, D의 콤플렉스라던가.. 그러다 로봇을 보고 설마 디지털? 이라고 생각했는데 D는 디지털의 D였다. 

디지털 얼마만큼 알고있니? 라는 카피문구답게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기기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mp3와 게임기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예쁜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데..아 못하겠다. 솔직하게 쓴다. 사진이 굉장히 예쁘다. 요즘 트렌드처럼 쉽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디지털의 벽을 낮추고 싶은 의도로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한때 학습지에서 직접 선생님이 설명하는 듯한 말투로 이해도를 높인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내달렸던 총력test 해설식의 대화도 그렇고 쉽고 재미있게 쓰려는게 지나쳐 내심 짜증도 북돋게 했던 어설픈 말장난도 그렇고 의도는 알겠는데 과연 이게 쓸모있을 것인가, 란 생각이 든다고 해야하나?

쉽고 재밌는 말투가 도움이 될때도 있다. 딱딱한 정론보다는 카더라 통신에 혹하게되는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중간중간 에피소드식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재밌었다. 센스도 있었다. 특히 애플사에 관한 짤막한 설명이나 P27의 에니악에 대한 도입부는 노트에 따로 메모해둘 정도로 인상적이였고 멋졌다. 그런데 그게 너무 남발되니까 어디까지가 카더라통신이고 재미를 위해 삽입한 에피소드인지 구분 되지 않았다. 그쪽에 관심이 많아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딱딱 구분짓고 웃을 수 있겠지만 저 책의 광고문구에 혹해서 책을 집어들 정도면 진짠지 가짠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개그맨들이 말하는 것 처럼 한두개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뿌려댄거라면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런게 잘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만 만약 내가 서점에서 책을 한번이라도 펼쳐볼 수 있었다면 절대 이 책을 사지 않았을거란 확신은 있다. 내 취향엔 정말 아니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예쁘장한 책이 유행인지 이번에 받은 또 다른 책도 딱 이런 포맷이라.....

나중에 판매량을 따로 검색해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예쁘게 만드는 책이 잘 팔리는걸까?

개인적으로는 관심분야가 그쪽이라 그런거기도 하겠지만; 본편보다는 뒤에 보너스형식으로 실린 IT, 별거 아닌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고 도움이 됐다. 웹 2.0에 관한 이야기는 오히려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에 나온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간단하게 설명되어있어서 좋았다. 구글과 관련된 이야기도 재밌었고.


이 책의 좋았던 점

1. 감각적인 사진과 편집
2. 재미있게 쓰여진 쉬운 설명
3. 중간중간 실린 도움되는 팁
4.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관련제품이나 회사의 짤막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필독! 재밌다.

이 책의 아쉬움

1. 예쁘긴한데 굳이 이 사진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란 생각이 드는 페이지도 있었다.
2. 한 챕터 내에서 여러번 반복되는 말장난이 종종 불편하기도 했다.
3.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에 관한 부분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재밌었던 부분들

Q 휴대폰 사고싶어요
A SCH-M480 같은 모델은 어떨까? 쿼티키보드를 탑재하고 블루투스 2.0 기술과 HSDPA, 그리고 200만 화소 CMOS...
Q 그게 뭔 암호인가요? 전 김태희폰 살건데요.
A 김태희폰이라니..김태희라는 표준기술 규격은 들어본 적이 없다. 새로운 무선통신방식인가.. (p14)
- 저 암호문은 이 페이지 뒤에 제대로 설명된다:)

사과를 보면 누구나 입 안에 도는 군침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사과를 보며 침만 흘려댄 것은 아니다. 똑같은 사과를 놓고 윌리엄텔은 자식의 목숨을 걸었고,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했으며, 파리스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다.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여 사과는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타게 된다. 바로 애플이라는 컴퓨터 회사를 통해서다. 애플은 1976년 설립된 이후로 퍼스널 컴퓨터 (PC), PDA, 노트북, MP3 플레이어, 휴대폰, PMP를 만들며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사과가 되었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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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명화들 - 뭉크에서 베르메르까지
에드워드 돌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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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도난과 그 추적에 관한 리얼 스토리

"에드워드 돌닉은 탐정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실제 이야기를 선보였다. 예술 범죄의 지하 세계를 내부자의 시각으로 상세히 소개한다. 그 곳에선 대가의 걸작이 도박 자금으로 통용되고,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가치있는 캔버스가 아무렇게나 돌돌 말려 트렁크에 처박힌다. 보통 스릴러에서나 찾을 수 있는 음모와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생생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전문성도 빠지지 않는다."

_ 아서 골든, 게이샤의 추억 작가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때도 이 책이 팩션일거란 걸 의심해본 적이 없습니다. 앞쪽에 부연 설명이 나와있고 중간에 첨부된 사진들을 보면서도 (찰리 힐이란 이름이 그대로 나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팩션이니까- 이 인물들과 사건을 바탕으로 쓴건가봐~ 하고 생각했었고, 그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보다 더 사실같은 이야기란 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책의 중반부분에 접어들었을때 이상하더란말이죠. 분명히 작가는 전지적 시점으로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것 처럼 써내려가고 있는데 (이 부분이 날 혼란케했음) 찰리 힐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 이상한거예요. 애정이 담겼다 말하기엔 객관적이고 객관적이라 말하기엔 미묘하게 중립적인, 그러니까 자기 캐릭터를 멋지고 중립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그렇게 만드는게 아니라 남의 캐릭터를 빌려 쓰는 것 마냥 망설이고 있다고 해야하나,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찰리 힐이다보니 그 미묘함이 걸려서 작가후기를 봤는데 아뿔싸, 뒷표지의 리얼 스토리는 리얼(한) 스토리(소설)가 아니라 리얼(취재) 스토리(르포) 더라구요?! 그제서야 제가 멋대로 착각했었단 걸 알았더랬지요. 훈민정음 암살사건인 줄 알았는데 경성기담이였어!!!랄까요...

 아직 현역으로 활동 중인 인물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는 것은 여러 제약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작가가 찰리 힐의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긍정적인 평가만을 하지 못한 것은 그의 성격이 독특한데다 그를 적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의 평가도 들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깨닫고 나니 책에서 느꼈던 위화감이 이해됐습니다.

 책은 제가 팩션이라 믿었을 만큼 매끄럽게,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마치 직접 보고 있었던 것 처럼 상세하게 나와있는 범행 과정과 귀족과 범죄자와 쉽게 융화되는 찰리 힐이란 인물의 독특함. 한심스러울 정도인 미술관과 정부의 대응과 해결방식. 한 편의 블랙코메디로 볼 수도, 정치풍자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단 오버스러운 판단을 내리며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진짜(!!!!) 이야기, '사라진 명화들'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찰리 힐이란 사람은, 셜록 홈즈의 괴팍함을 빼다 박았더군요. 두 사람 다 멋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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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2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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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릴라에게 재산과 가족을 빼앗긴 여자들만 남은 마을, 마리키타. 눈앞에서 가족을 잃었을 뿐 아니라 생각해보지 않았던, 해보지 않았던 것에 직면한 마을의 과부들과 어린아이들은 모아뒀던 돈을 쓰거나 구걸을 하며 살아갑니다. 마을은 엉망이 되고 작물은 자라지 않고 가축은 말라가고 사람들 역시 지쳐갑니다. 경관의 아내였던 로살바는 마을의 피해상황을 살피러왔던 국군장병의 즉흥적인 권유로 치안판사에 앉게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마을을 살기좋게 바꾸고자 노력합니다. 그녀가 의욕적으로 발표한 정책들은 이런저러한 일 때문에 실패하고, 그것은 참담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며 그로인해 그녀는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곧 새로운 일에 착수하지요.

 이 소설의 좋은 - 그리고 씁쓸하기도 한 - 점은 이 곳에서 드러납니다. 로살바는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지만 완벽한 여성은 아닙니다. 권력욕이 강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에 대한 찬성표를 얻기위해 주민들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기도 합니다. 자신은 치안판사이기때문에 공정해야하고, 마을 사람들이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계획하는 그녀와 권력욕이 강하고 일의 성공을 위해 하는 거짓말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그녀는 동일인물입니다. 이 소설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의사의 아내였던 마을의 유일한 간호사는 결벽증에 지식이 부족하고, 게릴라에게 끌려가지 않은 유일한 남자인 신부 역시 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함께 슬퍼하고, 웃고, 다투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로살바와 마을 사람들이 바라는, 그리고 만들어가는 뉴마리키타의 모습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 - 로살바와 마을 신부 - 이 생각하고 결정해나가던 소설의 초반과 아이를 낳아서 대를 이어야한다는 불안감으로 나오는 일련의 희극적인, 그리고 비극적인 에피소드들과 허망한 결말. 그 안에서 마을사람들과 로살바는 변화합니다. 우연히 마을에 들렀다가 교사를 하게된 과르니소와의 반목과 협력자가 되는 과정, 마을 사람들과의 대립, 화해. 시행착오 속에 단단해지는 결속력. 마을 사람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사랑의 방식과 처음으로 되돌아가려는 그녀들의 움직임, 평화, 권력의 양분. 그리고 새로생긴 만장일치의 법칙과 나눔의 정신. 이것은 얼핏보면 공산주의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주제의식 사이사이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들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한 챕터가 끝난 후에는 게릴라와 장군, 그리고 무장병사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실려있기때문에 양쪽 저울의 무게균형이 교묘하게 맞춰지는 느낌이랄까요.

  쉽게 읽히는 가벼운 문체지만 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읽고나서도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는 이야기지만, 작가는 이야기의 결말에 희망의 불씨를 피워줍니다. 잡혀갔던 남자들 중 네사람이 돌아오고, 그들은 새로운 마을을 만들게됩니다. 그리고 태어나는 아이. 로살바의 희망의 눈물.

  상처받고 힘들어도 살아서 단단히 서있다보면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을거라고, 제임스 캐넌은 말하고 싶었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엉뚱하게도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어떤 일본의 여자변호사가 쓴 책 제목이 기억나는군요. 뉴어마리키타에 축복을, 나와 내 주위의 여성들의 앞날에 축복을, 그리고 우리모두의 가족들과 남성분들의 앞날에도 축복을!! 그렇게 마음에 희망의 불꽃을 틔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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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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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반대되는 이불 속의 따뜻함과, 주위를 채우는 커피의 향기. 호호 불어 먹는 호빵의 달콤함과 눈부신 햇살, 거리의 상가에서 울리는 노래소리까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변화를 느끼게 되거나 혹은 그 미묘한 감각적 변화를 찾아낼때 비로소 완성되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역사상 가장 감각적 경험을 즐겼던 사람은 클레오파트라, 마릴린 먼로, 프루스트처럼 육체적 쾌락에 빠진 이들이 아니라 삼중의 장애를 지닌 한 여성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는 라디오에 두 손을 올려놓고 음악을 즐길 때면 나머지 감각을 섬세하게 조율하여 관악기와 현악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헬렌 켈러는 친구인 마크 트웨인의 입을 통해 미시시피 강 근처의 활기 넘치는 남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탐욕스럽게 탐색했던 생의 압도적 향기, 맛, 촉감, 느낌에 대한 긴 글을 썼다. 그녀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많은 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살아 움직이는 삶을 살았다.


  이런 글을 보게 되었거든요:)

  영화 '식스센스'에도 나왔던 것 처럼 흔히들 사람은 오감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다이앤 애커먼은 이 다섯가지의 감각에 공감각을 더해 여섯개의 감각을 구분해두고, 책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갑니다. 그 이야기 보따리 안에는 그녀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문학과 음악, 미술과 의학, 역사를 아우르는 온갖 이야기들이 꾹꾹 눌려린채 담겨있기 때문에 처음에 책을 읽을땐 한꺼번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들을 받아들인다는게 힘들더라구요.

  그녀는 말합니다.


  감각은 의식의 경계를 규정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났으므로, 우리는 바람 몰아치는 감각의 경계를 거닐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마약을 하고, 서커스를 구경하고, 정글을 탐사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황홀한 향수를 구입하고, 진귀한 요리에 거액을 지불하고, 새로운 미각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감각으로부터의 자유'는 긍정적인 어떤 것, 예를 들어 아시아의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초월적인 평정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죽음과 강렬한 감각은 인간의 공포인 동시에 특권이다. 인간은 감각과 함께 살아간다. 감각은 인간을 확장시키지만, 구속하고 속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 또한 아름다운 구속이다.


  이렇게나 생의 감각을 사랑하는 그녀가 하나하나 모아둔 감각 - 그녀의 감각과 타인의 감각들 -의 결정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다보면 그녀의 해박함과 열정에 놀라게 됩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알고 있는 책이나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그녀가 구분해놓은 챕터 속에 내가 아는 문구들을 끼워넣기도, 또는 반박도 해나가다보면 책의 두께에도 아랑곳없이 마지막까지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더라구요. 예를들자면- 다이앤은 후각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빛이 있을 때만 보고, 입 속에 뭔가를 밀어넣어야 맛을 느끼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접촉해야 감촉을 느끼고, 일정 정도 이상이 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숨쉴 때마다 냄새 맡는다.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지만, 코를 막고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엔 이런 문장이 있었지요.

  십자가형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십자가형을 당하는 사람이 왜 괴로워하며 죽어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진하게 생각하듯 손과 발에 못이 박혔기 때문일까요? 사실은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뻗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나무늘보 같은 일부 포유류와는 달리 인간이란 그러한 자세를 오래 견디지 못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누군가 너무 오랫동안 사람 팔을 강제로 치켜들고 있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죽음을 맞고야 말것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너무 오랫동안 팔로 매달려 있다 보면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다 이겁니다. 물론 당신은 그 지경까지 갈 리는 없죠. 하지만 결국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자, 이제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아셨겠지요. 아무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건 없답니다. 당신은 내가 왜 당신 청각을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지 그것이 합법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도 청각이야말로 외부의 자극에 비교적 방비가 허술한 감각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를 피하려면 코를 붙들고 있기만 하면 되고요. 오래 그러고 있다 해서 그리 고통스런 것도 아니지요. 맛을 거부하기 위해선 뭐 흔히들 해온 절식이나 단식이라는 방법이 있지요. 촉각 역시 법이라는 것이 막아주고 있어요. 누군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신 몸을 건드리려 하면 언제든 경찰을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인간이란 단 하나의 약점, 즉 귀를 가지고 있다 이겁니다


  물론, 노통브는 귀의 약점을 보안하는 해답을 책의 뒤쪽에 내놓습니다만 전 저 부분을 보고 무릎을 탁!하고 쳤었기 때문에 '귀를 막으면 되지만 코를 막고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이란 부분에서 태클을 걸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막 저 문장을 읽고나서 청각편에서 저 문장의 약점이 될만한 부분이 나와주길 기대했었는데 (뭐든지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이야기처럼요) 그런 건 나오지 않더군요. 대신 제 심술궂은 생각을 꾸짖는듯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내겐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당연하게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의 고통에 대한 부분이였습니다. 인용된 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인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나는 눈이 안 보일 뿐 아니라 귀도 안 들린다. 귀가 안 들려서 생기는 문제는 눈이 안 보여서 생기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해도, 훨씬 깊고 복잡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훨씬 더 지독한 불행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장 필수적인 자극, 즉 언어를 이끌어내고 생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지적인 인간 집단 속에 있게 해주는 목소리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만약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해온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장애임을 발견했다.


  하나의 감각은 단순히 하나의 일만을 하는게 아닙니다. 인체의 신비란건 그렇게 감각과 감각이 예민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거겠죠.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평소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였습니다. 후각과 촉각, 미각의 부분에선 때론 에로틱하고, 쾌락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면 뒤쪽의 청각과 시각에선 조금 더 깊은 부분을 볼 수 있었달까요. (그렇다고 앞쪽이 너무 자극적인 것은 아니고 뒤쪽의 두 감각이 너무 우울한 것만도 아니예요.)

  451페이지를 꽉 채운 유쾌하고 따뜻하며 감동적인, 때로는 서글프기도 한 그 지적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감각을 향유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이 책을 썼는지 느끼게 됩니다. 감각기관 하나하나에 따른 과학이론과 옛날부터 내려져오는 문장 속의 희노애락을 보며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고 있는 이 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것인지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부족한 어휘력과 얕은 독서의 폭 때문에 이 근사한 책을 이렇게 빈약하게 소개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이 글을 쓴 저자도, 번역을 한 번역가분도 모두 근사한, 간만에 읽은 정말 근사한 책이였습니다.

  뭘 덧붙이든 횡설수설할 것 같아서 그녀의 서문과 마지막 말을 올리는 것으로 책 소개를 마칩니다. 조금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책이란 걸 한번 더 강조하면서!! 한번 더 내 자신에게 감사인사를, 그리고 모든 삶에 축복을:D

 
   인간은 여전히 사랑, 욕망, 충성, 열정 때문에 심한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인간은 여전히 넘치는 아름다움과 공포 속에서, 바로 자신의 맥박 위에서 세상을 지각한다. 다른 길은 없다. 의식이라는 찬란한 열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감각을 이해해야한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하는데, 머리는 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최신 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은 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과 효소를 따라 몸 전체를 여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감촉, 맛, 냄새, 소리, 빛이라는 복잡한 경이로움을 분주히 인식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다. 그리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그 범위와 평가는 어떤지, 감각과 관련된 민속과 과학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감각 관련 언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또한 다른 감각적인 인간들을 기쁘게 해주고 (내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덜 감각적인 마음들도 잠시 쉬면서 감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될 것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썼다. "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서 여행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한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위험이 없다면, 그 모든 넓이와 계곡과 봉우리와 우회로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영토는 무미건조할 것이고, 인생에 매력적인 지형은 전혀 없이 오직 끝없는 거리 뿐인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것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 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가로놓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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