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마을 이야기 2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게릴라에게 재산과 가족을 빼앗긴 여자들만 남은 마을, 마리키타. 눈앞에서 가족을 잃었을 뿐 아니라 생각해보지 않았던, 해보지 않았던 것에 직면한 마을의 과부들과 어린아이들은 모아뒀던 돈을 쓰거나 구걸을 하며 살아갑니다. 마을은 엉망이 되고 작물은 자라지 않고 가축은 말라가고 사람들 역시 지쳐갑니다. 경관의 아내였던 로살바는 마을의 피해상황을 살피러왔던 국군장병의 즉흥적인 권유로 치안판사에 앉게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마을을 살기좋게 바꾸고자 노력합니다. 그녀가 의욕적으로 발표한 정책들은 이런저러한 일 때문에 실패하고, 그것은 참담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며 그로인해 그녀는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곧 새로운 일에 착수하지요.

 이 소설의 좋은 - 그리고 씁쓸하기도 한 - 점은 이 곳에서 드러납니다. 로살바는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지만 완벽한 여성은 아닙니다. 권력욕이 강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에 대한 찬성표를 얻기위해 주민들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기도 합니다. 자신은 치안판사이기때문에 공정해야하고, 마을 사람들이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계획하는 그녀와 권력욕이 강하고 일의 성공을 위해 하는 거짓말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그녀는 동일인물입니다. 이 소설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의사의 아내였던 마을의 유일한 간호사는 결벽증에 지식이 부족하고, 게릴라에게 끌려가지 않은 유일한 남자인 신부 역시 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함께 슬퍼하고, 웃고, 다투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로살바와 마을 사람들이 바라는, 그리고 만들어가는 뉴마리키타의 모습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 - 로살바와 마을 신부 - 이 생각하고 결정해나가던 소설의 초반과 아이를 낳아서 대를 이어야한다는 불안감으로 나오는 일련의 희극적인, 그리고 비극적인 에피소드들과 허망한 결말. 그 안에서 마을사람들과 로살바는 변화합니다. 우연히 마을에 들렀다가 교사를 하게된 과르니소와의 반목과 협력자가 되는 과정, 마을 사람들과의 대립, 화해. 시행착오 속에 단단해지는 결속력. 마을 사람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사랑의 방식과 처음으로 되돌아가려는 그녀들의 움직임, 평화, 권력의 양분. 그리고 새로생긴 만장일치의 법칙과 나눔의 정신. 이것은 얼핏보면 공산주의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주제의식 사이사이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들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한 챕터가 끝난 후에는 게릴라와 장군, 그리고 무장병사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실려있기때문에 양쪽 저울의 무게균형이 교묘하게 맞춰지는 느낌이랄까요.

  쉽게 읽히는 가벼운 문체지만 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읽고나서도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는 이야기지만, 작가는 이야기의 결말에 희망의 불씨를 피워줍니다. 잡혀갔던 남자들 중 네사람이 돌아오고, 그들은 새로운 마을을 만들게됩니다. 그리고 태어나는 아이. 로살바의 희망의 눈물.

  상처받고 힘들어도 살아서 단단히 서있다보면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을거라고, 제임스 캐넌은 말하고 싶었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엉뚱하게도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어떤 일본의 여자변호사가 쓴 책 제목이 기억나는군요. 뉴어마리키타에 축복을, 나와 내 주위의 여성들의 앞날에 축복을, 그리고 우리모두의 가족들과 남성분들의 앞날에도 축복을!! 그렇게 마음에 희망의 불꽃을 틔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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