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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back Mountain - O.S.T. - 브로크백 마운틴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영화음악을 앨범으로 거의 사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정말 잘 만든 좋은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첫번째에는 참 잘 만든 영화고 내용이 너무 슬프다는 생각만 들었다. 우연히 한 번 더 볼 기회가 생겨, 시간도 되고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한 번 더 봤는데, 두 번째 때에는 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애절하고 애잔한 그 기타 소리, 영화의 내용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아마 이 음악이 없었다면 영화는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내용을 지원 사격해준 이 음악이 없었다면 영화의 슬픔은 증폭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반감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OST들이 영화에 종속된 느낌을 주는데 비해 이 음반은 그런 느낌이 별로 안 든다. 영화에 달려 나온 부가서비스라고 생각하기에는 이 음반이 영화만큼이나 잘 만들어진 하나의 독립적인 앨범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분명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우울하거나 슬플 때 이 앨범을 듣고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영화의 장면 장면을 떠올리며 브로크백 마운틴의 아름답게 펼쳐진 정경이든지 두 남자의 가슴 아픈 사랑을 느끼며 슬픔에 젖을 것이다.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가수의 노래들이 삽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산만하지 않으며, 영화와는 따로 떨어진 별개의 앨범이라고 봐도 전혀 무방하지 않으면서도 또 동시에 영화의 느낌을 잘 전달해 줘서 영화가 전해준 감흥을 회상하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OST라는 점이다! 이건 이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은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뛰어난 역량이라고 생각되는데, 구스타보는, 마치 힙합 앨범의 인트로와 아웃트로, 곡 사이사이 들어가있는 짤막한 에피소드 음악처럼, 영화의 삽입곡들 사이에 자신이 작곡한 영화음악을 적절히 배치해 삽입곡들과 영화음악 사이에 이물감이 안 느껴지는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이 음반이 OST로써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동시에 별개의 독립적인 앨범으로 봐도 손색이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난 이 앨범을 주로 밤에 잘 때 틀어놓는다. 첫 오프닝 음악이 나오면 어두컴컴한 방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잠에 빠져들면 어느새 나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절경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