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변형이 되어 전해오는 것 같습니다. 그 중 유명한 이야기가 엄지공주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남자아이가 나옵니다. 등장인물들과 곤충, 동물들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글을 모르는 아이가 그림만 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투도 구어체로 되어있어 그대로 읽어주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내용도 단순하게 구성하여 4-6세 아이들이 읽기에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본이 다소 허술한 듯한 것이 흠입니다. 낱장으로 잘 떨어져버립니다.
반복되는 어구와 간단명료하게 보이는 그림과 글이 많은 것을 바라고 사는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 두 아이는 자기 전에 이 책을 보면 운동이 되어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다람쥐처럼 둥글게 말아도 보고,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도 보고 - 물론 엄마가 일일이 다 잡아주어야 합니다 - 홍학처럼 한쪽 다리를 들기도 하고... 자기들 모습에 웃고 떠드느라 잠이 다 달아나버립니다. 몇번 보니 다 외워버리네요. 그래도 또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러더보니 어느새 잠이 드는 날도 있습니다. 다람쥐처럼 웅크리고도, 해달처럼 누워서도.
신데렐라와 콩쥐가 왕자와 결혼 후 만났더라면 둘은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을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동화>를 보면 그런 동화에서 얻어야 할 점을 조목조목 나열해 놓긴했지만 그래도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동화도 좀 더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선택해보았습니다. 아이가 어직 어려 '두 사람은 결국 결혼하지 않았지요.'라고 끝나자 '왜?'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좀 더 크면 재미있게 보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여자의 운명이 남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 것보다 사람은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자신을 구하러온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로널드 왕자처럼 서로의 보석같은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꼭 딸에게만 읽어주기 좋은 책은 아닌 듯 싶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름대로 재미있어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전래동화와 다른 반전이 있어서인가봅니다.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이슬이가 나오는 책이 참 맘에 드나봅니다. 3살밖에 안된 작은 아이도 이 책을 읽더니 가게앞까지 가서는 돈을 달라고 하더니 엄마는 밖에 서 있으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슬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자 도망치듯 엄마에게 달려나옵니다. 두 번째는 돈을 들고 엄마가 골라준 물건을 들고 계산을 치르고 나왔습니다. 큰 아이도 이 책을 보면 혼자 가게에 가고 싶어합니다. 언젠가는 동생을 부추겨 내복바람에 둘이 손잡고 나가려고 하더군요. 껌사러간다고.차와 사람이 무서운 세상.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이 세상 어느 부모에게도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 순간 그렇게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상황이 될까봐 감히 아이를 못내보냅니다. 아이가 가게에 갔다가 집을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중간에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를 일 때문에 감히 내보낼 수가 없습니다. 책은 상세한 그림과 함께 아이의 심리묘사를 잘 해놓았습니다. 아저씨가 담배 사러온 게 좀 마음에 안들긴 합니다. 아이가 '아줌마, 담배 주세요.'를 흉내내거든요. 4-5살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책입니다.
이제 유치원에 다닌지 3달째인 큰 아이가 자신과 비슷하게 생활하는 레옹의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자꾸 읽어달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는 차를 타고 가는데 레옹은 엄마 아빠 손 잡고 갑니다. 레옹의 유치원 친구들과 유치원에 계신 어른들이 나오면 자기가 다니는 곳에는 누가 있는지 생각나는대로 한참 얘기합니다.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듣고 한 장남감 가지고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그림도 내용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