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인류의 상처, 여성 폭력
일레인 스토키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20년 7월
평점 :
[서평 - 이제라도 마주하는 우리이길]
서평 도서 :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일레인 스토키, ivp
⠀
⠀
1. 여긴 대한민국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생각이 있다. 그건 외국인에게 치안이 좋아서 “안전”하다는 평을 받던 한국의 거리가 여성들에겐 폭력 가능성이 보이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 여러 차례의 미투, 성 착취 영상물 불법 유포, n번방 사건 등을 통해 우리의 현실은 더 이상 안전하거나 그저 평화롭지 않게 되었다. 아니, 더 이상 평화롭게 느끼면 안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 않나? 이런 문제는 소위 “교회 안”에서도 등장했고 이제는 너무 많이 일어나서 별로 놀래지도 않는 무서운 무관심, 무기력이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이 현실에서 우린 그렇게 쉽게 포기해서도 멈춰서도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의 저자 일레인 스토키는 이렇게 말한다.
⠀
“폭력을 멈추는 게 시급하다.
인류에게 그어진 상흔이 깊다.
이제는 치유와 회복적 정의를 위한 일에 동참할 때다(370쪽).”
⠀
그는 누구보다 현장에서 여성 폭력을 방지하고 생존자를 구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행동에 대한 시급함을 호소하면서 희망을 놓치 않는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는 동안 현실은 더 끔찍하게 느껴졌지만, 이상하게 큰 도전과 용기를 얻었다. 우린 여기 대한민국에서 인류에게 그어진 상흔, 흉터를 마주해본다.
⠀
⠀
⠀
2. 아직도, 여전히 이루어지는 여성 폭력의 역사
사람이 한 지역과 문화권에만 있다면 때론 그게 편견, 오만이 되어서 다른 문화권을 폄하하거나 다른 곳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지 않게 되어버린다. 이런 사례는 이 책에 가득하다. 여성 인권에 대한 무관심, 성 감별 낙태, 영아 살해, 여성 성기 훼손, 여성 살해, 가정 폭력, 인신매매, 성매매, 성범죄, 전쟁과 성폭력이라는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겐 별문제 같지 않게 느껴지고 도리어 수호하기까지 한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지금까지의 전통, 문화를 그저 받아들이며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에 있다.
⠀
누군가에게 여성이 당하는 불평등, 폭력, 살해 위협, 차별은 역사에서 오랜 시간 지속되었기에 “정상”처럼 취급된다. 이런 거대한 오만과 편견에 저자는 의학, 법학, 종교, 사회학적 의견을 제시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그는 차분히 공식적인 통계를 사용하면서 여성이 당하는 폭력의 문제를 암, 말라리아, 교통사고와 비교하고(17쪽) 여성을 위한 법이 존재하는 국가의 수를 제시한다(32쪽). 그는 끔찍한 여아 살해 사건을 200만 명이라는 수치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여자 아이들의 강제 결혼을 “3초마다” 이루어진다고 증거를 제시한다.
⠀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그녀는 한 가지를 말하는 것 같다.
아직도 여성 폭력의 역사는 인류의 상흔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
⠀
⠀
3. 교회와 여성 폭력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장은 아마도 내가 가장 쓰기 어려운 장일 것이다. 내부자로서, 그리고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의 관찰자로서 나는 비판자들, 특히 진실을 말하는 비판자들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지난 50년간 모든 종교를 괴롭혀 온 가부장제가 기독교의 긴 역사에서도 자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339).”
⠀
이제 누구나 교회도 여성 폭력 앞에선 무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전병욱 사건은 교회가 여성 폭력이라는 문제를 얼마나 제대로 다루지 않는지를 보여주었고 아직도 그런 가해자가 목회직을 유지하는 것은 교회 또는 교단이 그런 악에 가담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
그때 저자는 성경에서 반-여성적으로 사용된 텍스트를 가져와서 그 안에 있는 오해, 편견을 수정하고 성경의 이야기가 인간을 관계-속-인간으로 정의하고 모든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에 요약된다고 강조한다(362쪽). 이제 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 역사 가운데 여성 폭력, 불평등에 가담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현실을 철저히 깨닫고 이제라고 폭력을 멈추고 치유, 회복, 정의를 위해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370쪽)?
⠀
마지막까지 기독교를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가자고 초대하는 저자의 말에 마음 한구석에 큰 위로와 용기를 받는다. 교회가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의 역사를 기억하고 “인류의 상흔”이라는 여성 폭력을 마주하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