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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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대를 담은 개인들의 기록❞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조차 모르는 너무나 많은 면이 있고, 당신의 눈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당신이 갖고 있는 그 작은 점에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을 두고, 살고 싶어진다는 것… 모두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_ “작가의 말” 중에서


-

『우리의 환대』

장희원 소설집 | 문학과지성사



한줄 끄적임 : 상실의 시간대를 담은 개인들의 기록

+앞으로 기다리고 읽게 될 작가님을 발견했다(!)


#도서협찬 #문학과지성사 


✍️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계속 찾고 읽게 될 작가님 한분을 또 만난 것 같아서 기뻤다. 장희원 작가는 19년에 등단했고 이번에 첫 소설집을 냈다. 첫 소설집은 작가들에겐 정체성, 방향에 대한 첫 걸음이기에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소설집을 읽고 나서는 그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책을 읽는 내내 상실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개인의 서사에 그치지 않고 연결된 슬픔과 이별에 대한 그리움이 안개처럼 다가왔다. 아홉 편의 단편들은 성별, 나이, 배경, 상황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상실을 마주한 삶을 증언하는 듯하다. 


죽음, 자해, 실종, 간호, 추모, 회피 등 여러 모습의 상실은 각자의 상황, 성향, 선택들에 의해 여러 모습으로 변주된다. 그 모든 갈림길 가운데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머뭇거리다가 때론 확신있게 더 어렵고 어두운 길로 발걸음을 향한다. 


100명의 죽음이 한 사건이 아닌 100개의 개별적 사건이라는 말이 있다. 이 책에선 그런 개별적 상실의 이야기를 마음을 써서 기록해간다. 그리고 혹여나 우리가 놓고온 이들의 마음, 이야기를 향수에 잠기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머뭇거리며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읽었다. 겨울에 더 상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서 지나가는 얼굴들을 한번 더 보게 된다. 그런 책이다.





문장들 📖

“잠시동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아내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기사가 힐끗 뒤를 돌아봤다. 그는 아내가 본능적으로, 이제 영원히 아들을 잃었음을, 자신들이 도저히 좁히지 못할 어떤 경계선을 기어이 넘어버렸음을 깨닫는 중이라고 여겼다…그는 눈을 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는 자신이 감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저 빛 너머의 모습이 눈부시다는 듯 자꾸만 두 눈을 움찔움찔 떨었다(69-70).”


“유진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이 절에 모든 게 타버렸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화마에 남은 작은 목재 불상이 있어서라는 것을 알았다. 어쩐지 거짓말 같았다. 모든 게 타 버렸는데도 남은 것. 그런게 정말 가능한가. 영원히 남는 것. 사라지지 않는 것이(152-153).” 




책 소개 📚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장희원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마음의 온기가 삭막한 이 시대의 희망처럼 읽힌다”(오정희·성석제)라는 심사평과 함께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희원은 일상 속 소외된 마음과 그 이면에 남아 있는 희망을 정확한 문체와 사려 깊은 묘사로 꾸준히 그려왔다.


“모두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우리의 환대>는 타인을 환대하는 용기야말로 자기 자신과 세계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랜 시간 세공하듯 다듬어진 아홉 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부재’인 것 역시 지나간 시간과 흩어진 마음마저 껴안으려는 작가의 선하고 단단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볼 수 있다.


장희원의 소설에서는 스스로 세상을 등진 딸이 엄마에게로 가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오래전에 사랑했던 사람과 펄펄 내리는 눈을 맞을 수도 있다.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다시 한번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의 부재를 확인하고 더 밝고 선명한 세계로 나아간다. 이미 사라진 대상과 시간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증명하는 게 문학이라면 신예 장희원은 이러한 작업을 그 어떤 부침 없이 감각적으로 또 믿음직하게 해낸다.


#우리의환대 #장희원소설집 #우리의환대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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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 - 문학, 질문하며 함께 읽기
홍종락 지음 / 비아토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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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기독교 외서 전문 번역가로 알려진 홍종락 선생님이 소개하는 문학 이야기 📚



책수다 💭

C.S. 루이스의 책을 포함해서 <한나의 아이>, <사랑과 정의>, <요한계시록 설교> 등을 번역하고 번역가 대상과 올해의 역자상을 받은 홍종락 선생님의 책이 나왔다. 그리고 뻔할 수 있는 기독교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문학 고전들을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기에 바로 서평단을 신청하게 되었다.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에는 문학 고전 24편이 소개된다. 단순히 책 내용 전달이 아닌 읽게 된 동기와 정리하며 읽어간 독서 기록이 함께 공유되기에 독서 가이드를 읽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독교인이면서 전문 번역가인 저자는 ‘취미형 독서’로 읽어간 문학 고전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느낀 지혜, 감동, 나름의 충격을 글로 적었다. 때론 비-기독교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 같은 책을 소개하기도 했고, 때로는 신앙과 신념에 질문을 던지는 책도 솔직하게 읽어갔다.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서가 한 개인의 사고, 신념을 더 확장시키고 경직된 사고가 아닌 유연한 배움의 자세를 만들어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그의 번역은 꽤 많은 독자로부터 인정받고 모범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번역가로서의 삶이 일과 생계형 독서에 제한되지 않고 독자로서의 독서로 그 나름의 즐거움을 지키며 하루하루 나아간다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악마의 눈이 보여 주는 것>은 문학 고전에서 새로운 자극, 힘 그리고 기쁨을 발견하는 독자이면서 전문 번역가로서의 독서 기록이 남겨있다. 


독자는 이 과정을 통해 “질문하며 함께 읽기’를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다. 책을 읽었는데 소개된 문학 고전들이 더 궁금해지는 밤이다.




문장들 📖

“내가 발붙이고 일하는 기독교 출판계에서 문학은 관심을 잘 얻지 못하는 영역이다…오랫동안 문학 읽기는 내게 대체로 ‘취미형 독서’에 해당했다(6-7).” 


“흔히들 맹목적 읽기를 경계하며 비판적 읽기를 강조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내용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독자의 생각과 자아만 강화될 뿐이다… 충실한 수용적 읽기는 충실하고 정당하고 예리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8).” 


“플래너리 오코너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작가다. 그녀는 개신교가 주류를 이룬 미국 남부에 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관찰자의 눈으로 그곳의 열광적인 개신교 세계를 때로는 짓굿게, 때로는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 플래너리 오코너는 그런 선입견 내지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깨뜨린다. 그녀의 작품들은 분명히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고, 예수, 구원, 죄, 피, 설교, 교회 등 종교적인 소재와 대화가 난무하지만, 그 모든 주제는 광기를 담고 있고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는 부적절함이 느껴진다…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런 극단의 한 지점에서 현상태인 자기만족에 균열이 일어나고 희미한 구원의 서광이 번득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28-35).”



책 소개 📚

인간이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 무엇을 지향하며 사는지를 보여 주는 문학은 독자의 적극성 여하에 따라 음미하고 경험하는 바가 천차만별이다. 이 책은 늘 텍스트와 씨름하며 살아온 저자가 체득한 문학의 독서 방법과 지침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깨달음을 선사하는 한편, 독자가 그것에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극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에서 김탁환까지, 《현명한 피》에서 《침묵》까지, 동서양에 걸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와 작품을 가지고 우리 삶의 면면을 탐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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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의 사랑 문지 스펙트럼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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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에게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

『아돌프의 사랑』

뱅자맹 콩스탕 저 |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한줄평 : 진정한 베르테르적 인물의 사랑 이야기

+낭만주의 소설을 넘어선 현대적 감각이 엿보이는 소설(!)



① 사랑은 믿을만한 것인가?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모호하고도 복잡한 것이다(27).”


한 청년이 나이 차이가 나는 여성을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잠깐이라도 얼굴을 마주하려고 애쓰고 편지로 마음을 쏟고 자신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인생을 걸고 맹세한다. 불타는 고백 앞에 마음을 열게 된 엘레노르는 하루아침에 권태, 증오라는 감정에 영혼을 다치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까지 건 사랑의 고백이었지만, 결국 너무나도 쉽게 변해버렸고 포기되었고 사랑하는 상대방을 ‘귀찮게’ 여겨버린다. 


사랑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고 맹세들은 오늘날도 계속 만들어진다. 그와 동시에 그 맹세들은 배반되고 허무한 것으로 변해버린다.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에서는 이 사랑들을 판단하거나 기준을 가지고 정리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이 어찌 되었든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사랑이 그저 그 생애를 좀 더 빨리 또는 좀 더 길게 유지될 뿐이라고 사랑의 유한성과 무한성을 엮어낸다. 


이런 작가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돌프의 사랑>에서의 사랑은 결코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랑이고 관계로 보인다. 이런 비극적 결말은 사실 이야기의 초반부터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작가는 경제적으로(?) 이야기를 단순하고 정직하게 풀어낸다. 


나이 차이도 나고, 사회적 신분도 다른 엘레노르를 사랑하게 된 아돌프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지만 결국 끊임없이 흔들리고 권태하고 피하고 다시 집착하고를 반복한다. 


정말 믿을 수 없는 한 청년의 객기이자 격정이 그려지고 한 인물의 삶은 낙원으로 꾸며진 폐허로 이끌린다. 어쩌면 과거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지금도 일어나는 누군가의 이야기.



② 사랑이란 선택 = 사랑이란 포기

“자네 앞에는 길이 활짝 열려 있어. 문학을 하든 군인이 되든 공직자가 되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 자네는 뭐든지 할 수 있어. 하지만 명심하게….넘어야 할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장애물은 바로 엘레노르라는 것을(107).” 


아돌프는 영원을 약속했지만, 자신의 맹세가 결국 선택이고 어떤 가능성에 대한 포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돌프만 이런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그저 자유로운 표현이자 고백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이 안에는 그 사람만을 선택함으로 다른 모든 가능성을 닫겠다는 선언과 어떠한 권리, 특권도 내려놓겠다는 포기가 내포된다. 그렇기에 사랑은 감정을 넘어선 책임 있는 선택이 된다. 


사랑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아돌프는 자꾸 옆에서 툭 던지는 가능성의 말에 흔들린다. 사랑이 그저 자유가 아닌 선택이자 포기라는 것을 깨닫자 그의 사랑은 허무해진다. 그리고 비극 앞에서도 자신의 가능성만을 기뻐한다. 


“나는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누구로부터도 사랑을 받지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나는 누구하고도 무관한 타인이었다(153).” 


책의 제목은 <아돌프의 사랑>이지만, 어쩌면 “엘레노르”의 사랑으로 읽혀지는 이야기이다. 엘레노르는 그 선택에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그럼에도 포기했고 끊임없이 선택을 붙잡으려고 했다. 물론 그 모든 시도가 해피 엔딩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선택에 자신을 묶었다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사랑의 환상에 조금은 가깝지 않을까? 


③그래서 슬픈 사랑 이야기인가? 

이 대목이 <아돌프의 사랑>을 다른 로맨스 소설과 다른 심리적이고 교훈적인 계몽주의 시대의 소설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저자는 아돌프의 흔들리고 변화무쌍한 사랑을 드러내면서 사랑을 쉽게 고백하고 의무를 버린 이에게 모욕, 조롱, 불명예를 남기려고 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는 베르테르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유지하지 못하자 죽음으로 사랑을 남기려고 했다. 그래서 비극적 인물로 베르테르를 그려냈다면, <아돌프의 사랑>에서는 역설적으로 엘레노르가 베르테르적 인물이 되어 사랑의 순수함을 수호한다. 그러면서 정직하게 엘레노르의 심경도 담았기에 사실상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비극적 인물은 엘레노르가 된다. 그리고 제목을 통해 아돌프는 ‘사랑’을 포기하고 저버린 인물로 남겨진다.


그저 슬픈 사랑 이야기일까? 

아니면 비극적 인물의 스토리일까? 


이 질문의 답은 독자의 위치에 따라서 변해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지금 나에게 엘레노르는 비극적 인물이자 사랑의 수호자이다. 


사랑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위해 사람들은 살아가고, 

타인에게 온 삶을 던진다. 

그럼에도.



-

“문지 스펙트럼은 빛의 파장처럼 세계 문학과 사상의 고전들을 펼쳐드립니다. 문학의 섬세함으로 혹은 사유의 힘으로.”



#문지스펙트럼 #문지스펙트럼서포터즈 #아돌프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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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십자가 대속의 십자가 - 예수의 죽음은 무엇을 성취했는가
N. T. 라이트 외 저자, 박장훈 역자 / IVP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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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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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클래식이죠(!) ㅎㅎ
클래식 입문서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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