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소설/한국] 제리/ 김혜나/ 민음사 ★★★★
분홍빛 표지에 풍선과 여자의 얼굴. 몽환적인 <제리>의 표지를 보고 난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저 표지엔 무언가 담겨 있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이 있을 거야. 위시리스트에 적어 두고, 언젠가 꼭 읽어야지 했다. 하지만 먼저 읽은 지인들의 평은 그닥 좋지 않았다. 검색을 해 보아도 읽는 내내 답답했다는 말 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럴까? 호기심을 더 자극시킨다.
주인공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뚜렷한 목표는 없다. 아니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저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과 술 마시고, 집으로 돌아 오는 일상을 반복할 뿐이다.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처음 만난 이성과 쉽게 섹스를 할 수도 있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1년을 만난 남자 친구와는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감정을 느끼지도 않으면서 함께 하는 것은 오로지 술과 섹스 뿐이다. 그러다 그녀는 노래방 도우미로 나온 제리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그녀의 생각과 일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제리를 자꾸 만나고 싶어지는 것 뿐.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애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그 자리에서 태어난 거니까.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죽어라 달려도 절대로 그런 애들을 뛰어 넘지 못해. - p.100
<제리>를 읽는 내내 나도 다른 이들처럼 답답함을 느꼈다. 그 답답함의 의미가 약간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느낀 답답함은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생이 되었는데 달라진 바는 없다. 자유는 있으되 목표도,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 전쟁 속에 살고 있으며, 수학 능력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면접 시험 준비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청춘이 있는 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 지를 모르는 청춘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냥 되는 대로 살고, 그냥 그 순간을 지나칠 수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청춘에게 누군가 나서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있다고 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무수한 인간들 중 어떠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숨기고 싶은 삶의 한 부분을 여실히 까발려 놓은 것 같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 아픈 사람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름 없이 "나"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 너무 아프다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않아도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괜찮다고, 한번도 말해 주지 않았다. - p.216
독서 모임을 통해 다른 이들과 이 책의 느낌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느낀 점과 다른 이들이 느낀 점은 당연히 다를 것이고, 그 차이에 대해 인정해야 함을 알게 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