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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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 지인에게 '유령으로부터 제자를 지키려는 가정교사 이야기' 라는 짤막한 줄거리를 들었던지라 표지를 보며 오묘한 생각이 들었다. 저 여인은 유령일까? 가정 교사일까? 누구든 어떤 이유 때문에 저리 괴로워하는 것일까? 호기심도 잠시, 100년 전에 지어진 소설이라니 내가 과연 이 시대의, 이 작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집어 들기 전까지 몇 번의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한적한 시골의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은 갓 스물이 되고 일자리를 찾는다. 부유한 집의 가정교사 자리를 알게 되고, 그녀의 고용인은 고아가 된 조카를 돌봐 달라는 부탁과 자신에게는 어떠한 상황 보고도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황망한 시골의 저택으로 가서 만난 제자 플로라와 학교에서 퇴학 당해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르치게 된 플로라의 오빠 마일스는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는데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표현했다. 아이들과 하녀, 하인 밖에 없는 그 집에서 가정교사는 안 주인과 다름없는 행세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을 관리하는 일, 너무도 멋진 고용인이 혹시 시골 저택으로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갖느라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종탑위에 서 있는 처음 보는 남자를 보았고, 집안일을 돌보는 그로스 부인에게 물어 보니 몇 해 전 죽은 주인의 하인이라고 했다. 또 얼마 후 플로라와 호수에서 놀고 있을 때 예전 가정교사였던 여자가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남자 유령과 여자 유령은 플로라와 마일스와 친했고 종종 나타나는 듯 했지만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듯 했다. 아이들에게서 떼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가정교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 아이들을 구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하고 있다고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빠요. 애들은 이미 빼앗긴 거야! "

 

- p.102

 아이들은 가정교사가 없어졌으면 하고, 가정교사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유령들이 없어졌으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모호하고 정확치 않은 설명 때문에 곤혹을 치룬 나는 이 부분에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분명 이 소설은 가정교사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그녀의 일기 형식으로 적혀 있는데, 전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처럼도 보이고, 단순히 고용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아이들을 지키려 하는 것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아리송한 부분은 아이들에게 정말로 유령 친구가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유령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앙큼해서인지 전혀 유령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정교사와 그로스 부인, 플로라가 함게 있었던 호수가에서 가정교사 혼자서만 유령이 보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만약 가정교사에게만 보이는 유령이라면 가정교사가 정신 이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 왜, 나를 즐겁게 해주고 매혹시키고, 하지만 이제 돌아보니 아주 묘하게도 그 바탕에 있어서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했던 것이지요.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이라든가, 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로 너무 착하다는 점 말이에요. 그건 하나의 수법이에요."

 

-p 139 

  헨리 제임스는 작가 서문에서부터 끊임없는 묘사와 비유로 사람 헷갈리게 하더니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관점이 모호하고 분명치 않으며, 사건의 전개가 왜곡과 과장으로 뒤덮혀 읽는 이로 하여금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서술로 인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한가지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둘러 앉아 토론한 가치가 충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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