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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빠알간 종이가 끼워진 타자기가 그려진 표지가 나를 유혹한다. 얼른 나를 읽어~~!!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글쓰기. 그래서일까? 이 책은 제목과 표지가 함께 유혹한다.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 보라고.. 글쓰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책 읽는 사람이 되라고..
어쩌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강요 당했는지도 모른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검사하시는 선생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매일 일기를 써야 했고, 어버이 날이건 스승의 날이건 의무는 아닌 듯 보이는 의무적인 편지를 써야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어렸을 때는 글쓰는 게 퍽이나 귀찮고, 성가신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해 가는 숙제는 귀찮은 일일뿐 내 마음을 다해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조금은 솔직히 내 마음을 담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엄마인 김 작가는 하나뿐인 딸이 어떤 인생을 살든 신경쓰지 않는다. 집을 나가든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자신이 평생 글을 쓰며 살 수만 있으면 개의치 않는 듯 하다. 엄마답지 않은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다른 이들처럼 김 작가라 부르는 영인 또한 엄마가 어떤 삶을 살든 자신이 책을 읽고, 쓰는 일에만 열중하며 자기 멋대로의 인생을 산다. 다른 듯 하면서 너무 닮은 이 두 모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소설이 다른 장르와 비교 했을 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라구 - p.96
김 작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동네 아낙들을 끌어 모아 "글쓰기를 사랑하는 계동 여성들의 모임"을 만든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여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고야 만다. 영인은 이 여자들의 글을 보면서 쓰레기보다 못한 쓰레기라고 비웃는다. 그러나 뉴저지에 살며 몸과 마음이 아픈 시기를 겪을 때 자신도 모르게 "라이팅 클럽" 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된다. 김 작가나 여자들이 하는 글쓰기를 비웃을 때는 언제고 자신도 엄마와 똑같이 글쓰기 모임을 만들다니... 이렇게 닮아도 꼭 닮을 수가 있는지..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말로 하지 않았을 뿐 이 두 모녀는 펜 끝으로 마음을 주고 받았나 보다. 글 쓰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다독였나 보다.
밑바닥까지 내려 간 모녀의 삶이 아프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지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힘든 고비를 힘들다 내색하지 않고, 무심히 넘겨 버릴 수 있었던 여유와 아픔은 그네들이 써 내려간 글에 담겨 있을까? 고통스러우면서도 왜 글쓰기를 하는 것일까? 써도 미치고, 안 써도 미치는 인생.. 이 책은 쉽게 술술 읽히는 듯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줄 모를 거야.
작가들이 진실한 문장 하나를 갖으려고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는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