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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 읽기를 즐기는 사람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너무나 유명한 이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고 하니 조바심이 났다. 이 작가의 소장 중인 다른 책을 먼저 읽을까, 신간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 읽으려면 빨리 읽자 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부분의 책이 경찰이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데 반해 이 책은 제목이 [탐정클럽]인 걸 보니 유능한 탐정이 등장하나 보다. 읽기 전, 책의 겉표지를 벗겨 속표지도 훑어 보고, 쭈욱 넘겨 보니 곳곳에 검정 정장을 입는 남, 녀가 보인다. 이 두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인가 보다 했다.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장의 밤, 덫의 내부, 의뢰인의 딸, 탐정 활용법, 장미와 나이프 등 읽기 전에는 아리송한, 그래도 어느 정도 상상하며 감은 잡을 수 있는 제목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에 다섯 편의 추리소설을 쓰다니 읽기도 전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 이 좁은 공간에 기, 승, 전, 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까? 그러나 첫 이야기인 <위장의 밤>을 읽으며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앞에서 4장 정도까지 무슨 주인공이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어 자꾸 앞으로 넘겨 확인해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그냥 사람, 사람, 사람하면서 책장을 넘겨 버렸다. 그 짧은 이야기 안에 등장 인물의 수는 너무 많고, 살인에 불륜, 이혼에 배신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짬뽕을 이루고 있다. 책장을 덮고 싶어지는 순간에 탐정이 나타나 사건을 착착착 해결해 주어 안도했다.
첫번째 이야기에 너무 실망을 한 탓에 두번째 이야기부터는 기대하지 않고 무심히 내려 갔다. 보통 추리 소설과 마찬가지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외부인일 것이라 생각하고 범인을 찾지만 결국 가까운 지인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불륜과 배신이 난무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단편소설이기에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전개가 빨라 쉽게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섯 편에 나오는 검은 정장에 항상 무표정하고 반듯한 모습을 하는 탐정들은 실제로 주인공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각각의 의뢰인이고, 탐정들은 단지 고객들의 요구 사항에 맞춰서 정보를 모으고 진상을 추리해 결과를 알려 줄 뿐이다. 그러므로 탐정들은 사건에 관련된 인물에 대해 아무런 선입견도 없고, 결과도 중요치 한다. 그저 VIP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일을 할 뿐이다. 탐정이 주인공이 아니기에 우리는 의뢰인들에게 집중하면서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은 방대한 정보 수집과 탄탄한 내용 전개로 읽는 책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인데, 이 책은 최근 작품들에 비해 치밀성이 부족하고, 너무 이야기를 후다닥 헤지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봤더니 우리 나라에서 이번에 출간되어 우리는 신작이라고 알고 있는 이 단편 소설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품이라고 한다. 이 다섯 편의 단편들이 장편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책들의 작품성을 본다면 충분히 대작이 나오고도 남을 만 했을텐데, 그 점이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