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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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제주 여행은 4년 전, 자전거 하이킹이었다. 다들 자동차를 렌트해서 관광 명소를 찾을 때 친구와 나는 자동차보다 느리고, 더 많은 것을 보며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을 택했었다. 바닷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그 길이, 내리 쬐는 햇살에 얼굴과 어깨를 내 맡긴 채 바라 본 그 바다가 그리워 나는 올해 6월 제주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더 느리게, 더 많이 보자 생각했고 걷기 여행을 테마로 잡았다. 동생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그 길 위에서 평소 나누지 못했던 정을, 마음을 느꼈다. 친구와 나눈 우정과는 또 다른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두 번의 제주 여행에서 나는 외국 여행에서 느꼈던 신비로움과 생소함을, 외국 여행에서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과 포근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계획하고 있다. 제주 올레 걷기 여행을...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이 세 번째로 쓴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을 만나게 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이번에는 제주 올레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가자.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가는 것도 신비함에 즐거울 수 있지만 그 길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구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가면 더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제주 올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세에 대해, 파랑색과 주황색으로 함께 묶여진 리본과 화살표에 대해 알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탄생이 되었는지, 누가 그걸 설치했는지에 대한 내막은 모를 것이다. 이 책은 자연을, 올레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알려 주고 있다.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그 사람들의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지를 말이다. 우리는 그들 덕분에 편하고, 안전하게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 게으르다는 것은, 늘어질대로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극장에서 공연이 없는 날을 '공연 안 하는 날' 이라고 하지 않고 '공연 쉬는 날' 이라고 하듯이, 우리는 저마다 사회라는 극장 또는 무대의 배이다. 우리는 때로 휴식이, 다시 말해 쉬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쌍소의 게으름 예찬론

-p.200

 

 


 

 이 책을 통해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첫 '올레 걷기 축제'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올레길을 혼자 걷는 나를 상상하곤 했는데 이 소식은 내 마음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올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 자연에 순응하며 보이는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벅차 오른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에 눈을 맞추며 꼬닥꼬닥 걷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제주에 마음을 홀릭당하고 만 것이다. 몸은 육지로 돌아 올 수 있으나 마음은 언제나 제주와 함께 하게 될 거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 떠나기를 두려워 말라.
바람에 걸리지 않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떠나라.
바람이 그대의 친구가 되고, 들꽃이 그대의 연인이 되어주리니.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이르는 법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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