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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ㅣ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소녀의 얼어붙은 시체.
그 뒤에 숨겨진 검은 비밀.
역사 추리 소설은 처음 접해 보았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범죄의 현장을 파헤쳐 진실을 밝혀내는 역사 추리 소설이라니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두근거림을 견딜 수가 없었다.게다가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는 캐나다에서 총 7권이 출간 되었으며, TV 시리즈로도 여러번 제작 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자~그럼 캐나다 역사 추리소설 속으로 빠져 볼까나?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 겨울 길바닥에 발가벗겨 진 체로 꽁꽁 얼어 붙어 있는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어린 소녀는 무슨 이유로 추운 한 겨울에 죽임을 당했으며, 발가벗져진 체로 버려져 있었을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머독 형사가 주변을 일일이 탐문 수사하면서 단서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 낸다.

나체로 발견된 소녀는 근처 로즈 박사네 하녀로 임신한지 6주이며, 아편으로 인한 중독사로 밝혀 졌다. 소녀를 아꼈던 로즈 부인은 몹시 우울해 했고, 로즈 박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행동했으며, 아들 오언은 약혼녀에게 사건이 있었던 날 밤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인 부부는 무언가 숨기는 구석이 많아 보이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마구간지기 조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 한다.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난 곳 근처에 사는 길거리 여인인 앨리스와 에티는 소녀의 옷을 훔친 혐의를 부인하며 머독 형사에게 자신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하지만 며칠 후 앨리스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머독 형사는 두 사건이 연관성이 있음을 직관하고, 일일이 찾아 다니며, 직접적으로 물어서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 간다. 머독 형사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있어서 인지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면이 있고, 사회 약자를 도와 주려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처럼 과학수사니 예리하게 뭔가를 밝혀 내는 것이 아닌 그저 두리뭉실하게 수사하며, 뭔가 얻어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머독 형사가 하숙하는 집의 부부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며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을 보더라도 딱부러지는 형사는 아닌 듯 보인다.


어린 소녀가 죽은 뒤 얼마 후 앨리스의 죽음, 어린 소녀의 임신, 가난한 하녀의 아편 중독, 모두 진실을 말하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하나하나 밝혀지는 아픈 진실들을 읽으며 캐나다의 그 당시 빈부의 차이나 계급의 차이, 종교간의 마찰 등의 문제점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모린 제닝스는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그 당시의 사회적인 모순을 지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보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직업이나 자신의 환경에 맞춰 사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피 튀기는 잔인함이 없어도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머독 미스터리 1편이어서 그런지 머독의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않고, 머독의 과거나 토론토의 사회상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었나 보다. 이 아쉬움을 앞으로 출간될 머독 시리즈를 통해 해소하고 싶다. 다음 편이 얼른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