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인디스토리 엮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 : 워낭소리
지은이 : 인디스토리
출판사 : 링거스

 

 

 우~ 우~ 딸랑~ 딸랑~.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아마 올해 4월 쯤이었던 것 같다. 직장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영화관에 들러 볼 영화를 고르고 있었다. 신입이지만 가장 연장자였던 선생님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고, 그 선생님보다 15살~ 20살 가량 어렸던 우리는 제발 재미있는 것을 고르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난 사실 아무거나 상관이 없었다. 내 인생에 영화 감상은 멀리, 저 멀리 가 버린지 오래였고, 시간이 아까운 것,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지... 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이 [워낭소리]를 선택하자 나머지 선생님들의 표정이 굳었다. 친구나 연인과 왔다면 그 영화는 선택하지 않았을 거라는 표정이랄까? 나는 그 상황이 내심 너무 웃겼지만 포스터를 보니 어렸을 때 키웠던 소의 커다란 눈망울이 생각나며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워낭소리]는 아무런 예고없이 불쑥 내 가슴으로 들어 왔다. 느릿느릿 걷는 소 뒤에는 달구지가 달려 있고, 그 위에는 할아버지가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졸고 계셨다. 꿈벅꿈벅 커다란 눈망울은 곧 눈물을 쏟을 것 같았고, 매일 지치지도 않는 할머니의 지청구는 정겹기까지 했다. 할아버지와 자신의 수명을 훨씬 넘겨 버린 늙은 소는 서로 의지하며 평생을 논으로 밭으로 다니며 일을 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투박하게 서로 내색하지 않으며 삶의 고단함을 보듬어 살고 계셨다.

 

 미련스럽게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농사를 짓고, 하루라도 거르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처럼 일을 하는 할아버지와 이미 너무 늙어 버린 소...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 졌다.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논에 나가시고, 어두어서 보이지도 않는 저녁까지 시장하지도 않는지 묵묵히 일을 하시던 부모님... 우리네 부모님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자신을 죽여 가며 일을 하셨나... 하는 생각을 하니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죄송스러웠다.

 

 그렇게 펑펑 울며 영화를 보고 나온 밖은 햇빛이 따갑게 내리 쬐고 있었다. 얼른 시골집에 전화 해야지... 들어 갈때 뚱했던 젊은 선생님들이 얼굴은 어느 새 색깔 고운 홍시마냥 발그레 붉어져 있었다.

 

 늙은 소가 죽고 할아버지는 어떤 삶을 살고 계실지 내내 궁금했는데, 나처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던지 실제 주인공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는 봉화에는 취재진들이 몰려 곤욕을 치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온전한 삶인데 누군가에는 그냥 가십이라고 생각하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었을 고통이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영화로 미쳐 느끼지 못햇던 것을 책으로 읽으며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과거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 준 책과 영화 [워낭소리]에 감사한다. 독립 영화 사상 최초 관객수 300만명 돌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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