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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이승진 옮김 / 향연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학교를 나오고 나서 이제 드디어 내 자유 의지로 책을 고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서점에 가보면 정말 읽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제대로된 작품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 훌륭한 작품들이다.  뭐, 문학 시장이 죽었다느니, 한국 작가들이 책을 안쓰려고 한다느니, 하는 식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런 말들에 동조할 만큼 나는 그리 잘나지 못하다. 왠지 그런 말들은 정말 잘난 사람들이나 하는 말 같다. 학교는 나왔지만 소설에 대해서, 혹은 시에 대해서 아니, 글쓰기의 자체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공부하는 학생일 뿐 정말 훌륭한 기성 작가들에 대해 이렇궁 저렇궁 감히 평을 할 위치가 아니다. 나는.

하지만 정말 읽을 것이 없었다.

학교때 접했던 기성 작가들의 소설집이나 혹은 새로 나온 장편 소설들을 몇장 몇장 넘겨 보면 왠지 또다시 강의실에 앉아 책을 보는 것만 같이 따분한 감이 들었다. 이제 한편의 소설을 읽으면 '재미있게 잘 읽었네.'가 아니라 구성과 소재와 패턴과 문체를 분석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편의 소설은 아주 잘 차려진 양식 식탁과도 같아야 한다는 선입견도 생겼다. 구성은 새하얀 식탁보를 깐 둥글거나 내모난 테이블, 소재는 알맞게 아주 맛있게 익은 스테이크, 그리고 주된 메뉴를 더 빛나게 해줄 부수적인 소재의 셀러드, 거기에 아주 정확한 양으로 첨가한 문체 양념... 그렇게 아주 정갈하고도 깨끗하게, 정확하게 한편의 소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주 잘드는 나이프를 가진 독자들은 그렇게 잘 차려진 소설을 썰어서 먹고 잘 소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에게는 소설 읽기와 쓰기가 나가기 싫은 약속 장소에 가는 것 처럼 피하고 싶은 어려움이 될 수 밖에.

그래서 정말 재미있는, 나의 어설픈 잣대로 이리 저리 돌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책이 읽고 싶었다. 딴에는 또 독서 편식까지 있어서 따분한 인문책이나 과학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으니 제일 만만하고 쉬운 것이 문학인데 정말 재미로 다가오는 그런 책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있었는데 찾지 못했을지도. 그렇다고 환타지를 읽을 수도 없고, 환타지는 너무 시시하니까.

그러다 갑자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읽어줄 동화책들만 고르다 보니 문학류 책과는 자연히 멀어지게 되다가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이 <사요나라 갱들이여>다.

또, 일본 작가에 대한 선입견도 있어서, 뭐 그렇고 그런 포스트모더니즘 류 겠거니 생각하고 읽었다. 아니, 그런데 처음부터 사람을 벙지게 만든다. 이 책이. 오우, 놀라워라.

스스로 지은 이상한 이름들, 그래서 이 시인의 이름은 '사요나라 갱들이여' ,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는 '나카자와 미유키 송북 (S.B. 송북)' .

스스로 이름을 짓고, 이름 없이 20살이 넘게 살기도 하고, 관리들은 아주 오래된 이름을 샛강에 던지고,시체가 되어 떠내려 가는 이름들, 죽는 날을 하루 일찍 관리로 부터 통보받는 이런 세상은 어떨까? 상상속에서나 있을, 비현실적인 이런 세상이 아주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작가가 실어증을 회복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단지 실어증 걸린 사람의 헛소리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래선 안된다. 이 소설은 매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한 철학적이다. 시종 이 독특한 소설 속 공간 속으로 내 눈을 하염없이 빨려들게 한다. 이 시인이 강의한다는 강의실 속으로, 이 시인이 헨리 4세와 S.B. 송북과 살고 있는 방 안으로 내 얼굴을 깊숙이 들이 밀어 놓고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 가며 그들의 말을 주의깊게 듣도록 한다.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해서 여기 저기 인터넷을 쏘다니며 봤더니 창작열을 솟구치게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정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다시, 다시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 나의 내면에 있는 돌덩이들을 이 작가 처럼 뱉어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식으로든, 무슨 말로든 분풀이를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친구에게 나의 남편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앞서 내가 가진 문학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구구절절히 길게 늘어 놓은  이유는 이 책은 분명 내가 가진 선입견과는 다른 소설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였다. 정말 읽을 것이 없는 때에 정말 읽을 만한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였다.

"상상으로 글을 쓰는 자는 총살형을 각오하라."

나의 가슴에 스스로 손가락 총을 겨누며 이제부터 상상으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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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갔어요 우리 아기 동물 놀이책 2
에밀리 보램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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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표지 안쪽에 우리 아기 철준이 얼굴을 크게 찍은 사진을 넣으면 철준이는 원숭이가 되고, 말도 된다.

 

"철준이가 정글에 갔어요, 정글에 갔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임철준입니다.

흉내놀이 좋아하는 건 누굴까? 누굴까?

나야, 나 원숭이

물놀이를 좋아하는 건?

나야, 나 하마

---

동물 친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건?

누구지? 누굴까?

나야, 나 임철준!"

하고 장난스럽게 운율를 살려서 읽어 주고, 철준이를 꼭 끌어 안아 주면 우리 철준이 방긋 방긋 하하하하

사이즈도 작아서 우리 철준이는 책을 들고 이리 저리 돌려 가며 만지고 논다.

하도 많이 만져서 모서리가 다 닳았다. 좀 아쉬운 점이다. 종이가 견고하지 못한 것이. 우유곽 제질로 아이들 책을 만들면 좋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이 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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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국민서관 편집부 엮음 / 국민서관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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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책장에 예쁜 그림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친숙한 물건들이 하나 하나 그려져 있다.

   처음 이 책을 보여주었을 때 우리 아기 철준이는 책장의 가장 자리에 매달려 있는 그림만 만지며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요즘은 앉아서 책장 하나 하나 넘기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저리 주저리 내뱉는다.

    책에 나오는 과자그림, 장난감 그림, 오리 그림, 옷그림 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꼭 우리 집에도 이런 것이 있다는 듯 말을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엄마 흉내를 내는 것이겠지.

"우리 집에는요, 과자도 있구요, 바나나도 있구요, 요구르트도 있구요, 달걀도 있어요.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목소리의 색깔을 바꿔 가며 큰 소리로 읽어 주었더니, 이 책을 펴면 엄마 처럼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철준이가 빨리 말을 해서 나처럼 이책을 재미나게 읽었으면 좋겠다.

요즈음은 온 집안을 아장 아장 걸어다니며 탐구하는데, 가다가 이 책이 발에 밟히면 주저 없이 앉아서 한참 동안이나 한장 한장 넘겨가며 손가락질 하고 뭐라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들을 내뱉는다.

철준이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니 좋은 책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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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갔어요 우리 아기 동물 놀이책 2
에밀리 보램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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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철준이가 태어난 축하 선물로 받은 책이다.

뒷 표지 안쪽에 철준이 얼굴을 크게 찍은 사진을 넣으면 철준이는 원숭이가 되고, 말도 된다.

 

"철준이가 정글에 갔어요, 정글에 갔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임철준입니다.

흉내놀이 좋아하는 건 누굴까? 누굴까?

나야, 나 원숭이

물놀이를 좋아하는 건?

나야, 나 하마

---

동물 친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건?

누구지? 누굴까?

나야, 나 임철준!"

하고 철준이를 꼭 끌어 안아 주면 우리 철준이 방긋 방긋 하하하하

사이즈도 작아서 우리 철준이는 책을 들고 이리 저리 돌려 가며 만지고 논다.

하도 많이 만져서 모서리가 다 닳았다. 좀 아쉬운 점이다. 종이가 견고하지 못한 것이. 우유곽 제질로 아이들 책을 만들면 좋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이 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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