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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이란 무엇 인가를 깨닭게 해주는 책이다. 암 선고를 받은 중년신사..그는 가족들이 이 사실을 미리 알면 슬퍼하고 괴로워 한다며 알리지 않았다. 죽음이란 외로움 앞에서,그 어렵고 무거운 짐을 홀로 지려했다는 사실..병원에 입원해서도 아내와 두 자식만을 생각한 아버지.. 나는 과연 우리 아버지를 얼마나 위해주었고 얼마나 이해했으며 얼마나 사랑했는가....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매일 돈 많이 못벌어온다고 원망만 했지 내가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했었던 적은 없었던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들 마음속에 그늘로 자리잡혀버린 아버지. 일터와 가정을 오가는 힘든 하루속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해야 했기에 자연스레 외톨이가 되어버리신 아버지. 나의 아버지도 그랬고, 정수 또한 그러했다.
나이 오십이 다 되도록 정수는 오직 가족을 위해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정수에 대한 가족들의 무관심과 췌장암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죽을병 뿐이었다. 앞으로 5개월밖에 남지 않은 목숨 앞에서 정수는 다시 한번 외로움을 느껴야만 했다. 자신에겐 너무나도 무관심한 가족들 때문이었을까? 정수는 죽음 따윈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삶에 미련을 갖게 되어 죽음을 두려워 하게 될까 하는 것이 그에겐 더욱 큰 두려움이었다. 언제부턴가 뚝 끊어진 가족들과의 대화. 그로 인해 멀어진 그와 가족들 사이...
이 모든 것들이 다 정수의 책임이라고 가족들은 생각했다. 그 때문에 정수는 더 큰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더군다나 딸 지원에게서 난생 처음으로 받아 본 편지, 품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설레이기까지 했던 그 소중한 편지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딸의 한없는 원망만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숨겨진 사랑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딸... 나는 딸 지원이를 마구 욕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가 없었다. 그런 지원이의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여서 사실을 말하지 않고 계속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결국에는 입원을 하고 가족들에게 들키고 말지만 그때는 이미 살날이 며칠이 남지가 않고 있었다. 정수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고통 당하는 것을 보여주기 싫어서 안락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내색은 하지 않으시지만 아버지들께서 얼마나 힘이 드신 지..그리고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시는지...그리고 이 글에서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씨 착한 포장마차 주인, 그리고 비록 술집에서 일을 하지만 정수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이소룡...그리고 영화를 본 후여서 그 장면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읽으니까 더욱 감동적이고 내용을 확실히 이해 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란 책....이 무미건조한 세상에 마치 비 같은 존재라고 생각이 든다. 삭막하고 딱딱한 이 세상을 부드럽게 해줄 그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