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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2월
평점 :
절판
어두운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던 <마당깊은 집>은 생각하는 외로 재미있는 소설이입니다. 전쟁, 가난,절망, 누추함이라는 단어들에서 연상되는 어두움보다는 삶의 강한 의지가 가득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나 생생하게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마당깊은 집의 다양한 인물들―아버지 없는 집안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느질로 살림을 꾸려 가는 어머니와 장차 그 집안을 짊어지고 나아갈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안쓰러운 큰아들, 그리고 그 누나와 동생들로 구성된 주인공 일가뿐 아니라 그 가족들과 함께 피난살이를 하는 다른 이웃들, 집주인 식구들과 그들 가족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 등―을 통해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은 결코 편하게 읽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시대를 살아 보지 못한 내게 커다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서두 부분 <마당깊은 집>의 배경 설명을 통해 이루어지는 소설의 내용 전개는 읽는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솔직히 마당깊은 집의 가옥구조나 구성원들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리를 하는 데에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당깊은 집>의 처음 부분은 읽는 데 있어서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았었습니다. 무척 많은 등장인물들에다, 생소한 단어들도 자주 등장해서 문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에게는 벅찬 글읽기였습니다. 절반쯤 읽고 나서야 겨우 마당깊은 집의 인물들에 대한 어느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한창 <마당깊은 집>을 재미있게 읽던 중에 친한 친구의 권유로 <마당발,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도서출판 청동거울, 2002)이란 책을 같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마당깊은 집>을 읽은 여덟 명의 애독자들이 모여서 만든 책으로 김원일 선생님의 에세이, 마당깊은 집의 가옥구조도, <마당깊은 집> 소설어 사전, 세대별 거주자들의 행적, <마당깊은 집>을 드라마화했던 박진숙 선생님의 이야기 등 <마당깊은 집>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내용들로 가득했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기에만 급급했던 나였지만 <마당깊은 집>과 <마당발,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이라는 책을 통해 경험하게 된 효율적인 독서의 체험은 나를 뿌듯하게 해주기 충분했습니다.
전쟁 이후에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뜨거운 삶에의 의지를 불태우며 살아가는 <마당깊은 집>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치열함이 없이 다만 안일하게 살기만을 원했던 내게 많은 자극제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마당깊은 집>과 그 속의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