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내가 직접 사 와야지로 시작되는 델러웨이부인의 하루. 이미 영화 The hours로 인해 친숙해져 있다. 처음 읽으면서 계속해서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과 비교하게 되고 또한 감탄하게 되었다. 어차피 소설속의 인물이지만 커맹햄의 소설속 주인공 세명이 얼마나 델러웨이 부인을 닮아 있는지.. 그러나 소설을 읽어가면서 버지니아울프의 인물 내면 묘사와, 시대상 설명등, 섬세한 필치로 다가오는 델러웨이 부인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 세속적이지만 고고하고 당당한 아름다움의 그녀가 아침에 꽃을 사러 나가서 파티가 끝나가는 밤의 어떠한 시점까지.. 우리는 런던을 다 만날 수 있다. 1920년대의 런던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델러웨이 부인에게는 리차드라는 입각하진 못했지만 능력있는 정치인인 남편이 있고 아름다운 이제 17? 18살인 딸 엘리자베스가 있다. 상류사회에 속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허릴 꼿꼿이 세우고 있을것만 같은 여인. 그에겐 첫사랑이라 불릴만한 피터 윌슈라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 쉰이 되어가도록 정착하지 못하고 여자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저멀리 인도에서 살던 그 남자. 우연히도 그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던 날. 그는 런던에 왔다. 그가 공원을 지나 어디론가 가던 그 때 셉티머스와 그의 아내는 귀엽게 벤치에서 다투고 있다. 아니다. 결국 그는 세상을 조롱하고 약하디 약한 그의 아내를 떠난다. 셉티머스의 주치의는 델러웨이 부인의 파티에 와서, 파티에 와서 말이지 그 죽음을 얘기한다. 무슨관계가 있다고. 즐거워야할 파티에서 죽음을 얘기하는가 말이다. 단지 그날 오전에 비행기의 쇼를 같이 보고 있었을 뿐인 그의 죽음을,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한다. 하루종일 그녀와 그의 감정선이 비슷하게 흐르고 있었음을. 그가 죽지 않았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파티를 진행하고 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엇을지...빠르게 책장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한장한장 넘기면서 감탄을 금치못했던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들었지만 재고가 없는 상태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난. 영화를 참 좋아한다. 나름대로 많이 보는 편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영화를 가끔씩 행사처럼 보는 사람들 아니면 너무나 전문가들이라 감히 범접하기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 서두에서 그런다. 별로 전문가적이지도 않고 영화를 보고 다르게 할 말이 많은 사람들.. 어쩌고 저쩌고를 위한 책이라고.. 음.. 그런가? 하면서 다 읽고 나니 나를 위한 책이다. 전혀 나의 삶과 상관없는 영화를 보고는 꼬투리 같은 한 순간을 잡아서 내 삶속의 어떤 사건과 연관을 짓거나 아무리 좋은 영화를 봐도 떠드는 관객들에 더 열받아서 나오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글들이다.작가라 좀더 편하게 적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걸까? 그의 글들은 쉽게 다가오고 책은 빠르게 읽혀진다. 가끔씩 자기는 영화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는 걸 너무 강조하는 게 어설프게 보이긴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그는 그 영화라는 걸로 한 몇년 먹고 살았으니 싫어할 수는 없을거다...... 다 읽고 나서 표지에 있는 화양연화가 보고 싶던 날. TV에서는 때마침 화양연화를 해주었다.
사실 책보다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고 그 원작에 관심이 가서 책을 보게 된 경우다. 허무해 보이던 영화의 전반적이 분위기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밝고 희망이 보이는 장면들이 참 많다. 책을 읽는 동안은 영화가 계속 떠올랐고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책이 이해가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았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 같다. 밝고 강한 느낌..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담담하면서 당당한 세 여자들을 보면서 영화에서 보지 못 했던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버지니아가 자살을 택했어도 브라운 부인이 탈출을 택했어도 그게 삶에 대한 기본적인 애착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영화를 보았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한 명작이다.
공자님도 자기가 살던 시대에 젊은이들이 버릇없다고 했다던가.. 뜬금 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도스토예프스키가 겪었던 여러가지 유럽의 극단적인 진보와 자유를 향한 몸부림에 대한 인상이 지금과 비교해서도 똑같은 말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을 만나고 그 나라 사람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수도 있지만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 느낌을 도스토예프스키는 잘난체 하지 않으면서 그가 보고 느낀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너무 여과없이 보여주는 바람에 그로 인해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대문호가 그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배경들을 밝힌 글을 읽는 것은 그의 작품 자체를 읽는 것 만큼이나 흥미롭다. 이 앞에 읽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에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끝없이 도박에 시달리고 돈을 구걸하는 편지들에서는 내가 그러한 편지를 받는 입장에 처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인간적인 불쌍함과 동시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친구가 한달에 자기가 버는 몇 배의 돈을 카지노에 다 써버리고 힘들게 외국생활을 성실히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본 나는 3장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돈을 빌려주고 내가 더 힘들었던 시기가 떠올라 가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돈을 빌려줄 수도, 안 빌려줄 수도 없는 그런 상황.. 항상 극에 달해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다시 그 곳으로 향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생각하면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 (^^;;;)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야할까 실망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와중에 다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탄생시킨 걸작들을 생각한다면 많은 경험이 작가에게는 최고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일단 가볍게 접근해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글이다.
책을 주문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유명한 작가, 그리고 TV매체의 추천이 어우러져 무지 기대하고 기다렸다. 책이 내 손에 쥐어졌고 첫 글을 읽는 순간 작은 실망을 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아는 내용들이었고 대부분이 옳고 바르게 살아가는 법, 신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 이럴 수가 도덕책 내지는 종교서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왕 내 손에 쥐어진 책이었기에 읽어 나가기 시작했고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고 익숙한 이야기들이어서 쉽게 읽혀졌다.이 책에는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고 그다지 도덕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들어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주변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아주 우회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허탈감에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나서는 스스로의 생각과 삶의 방향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