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 인상기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길주 옮김 / 푸른숲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공자님도 자기가 살던 시대에 젊은이들이 버릇없다고 했다던가.. 뜬금 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도스토예프스키가 겪었던 여러가지 유럽의 극단적인 진보와 자유를 향한 몸부림에 대한 인상이 지금과 비교해서도 똑같은 말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을 만나고 그 나라 사람들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수도 있지만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 느낌을 도스토예프스키는 잘난체 하지 않으면서 그가 보고 느낀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너무 여과없이 보여주는 바람에 그로 인해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대문호가 그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배경들을 밝힌 글을 읽는 것은 그의 작품 자체를 읽는 것 만큼이나 흥미롭다. 이 앞에 읽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에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끝없이 도박에 시달리고 돈을 구걸하는 편지들에서는 내가 그러한 편지를 받는 입장에 처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인간적인 불쌍함과 동시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친구가 한달에 자기가 버는 몇 배의 돈을 카지노에 다 써버리고 힘들게 외국생활을 성실히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본 나는 3장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돈을 빌려주고 내가 더 힘들었던 시기가 떠올라 가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돈을 빌려줄 수도, 안 빌려줄 수도 없는 그런 상황.. 항상 극에 달해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다시 그 곳으로 향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생각하면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 (^^;;;)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야할까 실망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와중에 다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탄생시킨 걸작들을 생각한다면 많은 경험이 작가에게는 최고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일단 가볍게 접근해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