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아이들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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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의 화자는  새아빠의 폭력에 집을 나와 거리에서의 삶을 시작한 소년 '링크' 와 거리의 부랑자들을 죽이고 다니는 전직군인 '쉘터'. 이렇게 두 사람이다. 1장씩, 1장씩 서로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들려주는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쉘터의 살인동기가 어처구니없이 없어 화가난다.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사이가 아니기에 아무리 모른다지만 어쩜 그렇게 자기 입장에서만 맘대로 생각하고, 단지 미관상 더럽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까.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고, 그들이 없어짐으로 맘 아파하는 가족, 친구가 있는데 말이다.
물론 일부 노숙자들은 노력없이 대가만 바라기도 한다. 또 이 책의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위장거지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들 또 어떻단 말인가. 도와주지 않을거면 굳이 입아프게 비방할 필요도 없고, 그저 기부를 하기로 맘먹었다면 이미 줘버린 돈에 대해선 잊어야 하는거 아닌가.
 
사실 내가 일하는 곳에도 일주일에 한번, 노숙자 분들이 도움을 바라고 오는 날이 있다. 그 중 대다수는 어쩌면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일을 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눈쌀을 찌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으리란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화가나는건 '언론의 왜곡' 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 3권에 모두 언론의 왜곡이 조금씩 나온다. 바로 <잠깐만, 오드리>, <플레이어>, <표류> 다. 글쎄.. 평소에도 사실 인터넷 뉴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 제목에 많이 속기도 하고, 거짓 뉴스도 많이 봐서 언론에 좀 실망하긴 했지만, 자칫 정말이지 언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더 늘어갈까봐 좀 걱정되기도 한다. 출세나 돈을 위해서보다 정말 진실과 정의를 위해 일하는 기자분들도 많을텐데... 아무튼 이 책에도 거지의 부랑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언론이 나온다. 정말 한순간에 어떤 집단이나 개인을 매장시키기가 이렇게나 쉽다.
 
신문에서 하는 말이, 우리 같은 애들이 집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거야. 온종일 사람들을 속여서 구걸한 돈이 사오십 파운드나 되는데, 밤이면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서 그 돈을 죄다 술 퍼먹고 마약하는 데 쓴다는 거지. - p.57
 
아.. 마지막에 링크의 분노가 너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정말이지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바로 지금 뭔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없는건지.. 무거운 주제를 그래도 비교적 가볍고 적당한 유머와 함께 빠르게 전개하고 있어 읽기도 비교적 쉽고 웃기도 했지만 다 읽고나면 그만큼 화도 많이 나고 맘이 왠지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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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부재중
안토니오 무뇨쓰 몰리나 지음, 박지영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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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그 이름.. 바로 블랑카...
그냥 '블랑카' 로 시작해 '블랑카' 로 끝맺는 10개의 소제목을 읽다보니 생각난 김소월 시인의 '초혼' 을 인용해 보고 싶어져서 적어본다. 부질없는 짓...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책 속 남자주인공에게 블랑카는 곧 사랑이요, 그녀만을 애타게 찾는다. 그녀도 본인도 죽여가는 그런 사랑에 빠져있는지도 모른채. 부르다 부르다 결국 서로 죽을 사랑(=블랑카)인 것이다.
 
이 책은 좀 희한한 책이었다. 생각보다 책 두께가 두껍지 않아서 빨리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바뀐 생활패턴에 독서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마구잡이로 바뀌는 시간구성, 회상구조에 머리가 복잡해져 불편한 맘으로 책을 더디게 읽게 되었다. 전처럼 편하게 즐기며 느긋하게 독서를 할 수 없다는 상황이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조급한 맘 탓인지 내가 기대했던 아멜리 노통의 냉소적 유머 보단 알랭 드 보통의 지적 유희 만 더 많이 느낀 듯 하다. 한 박자 더디게 책 내용을 받아들인 걸 보면...
 
이해부족의 와중에도 책을 끝까지 읽었던 건 그래서 블랑카가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와 과연 블랑카와 루이스 오네시모가 어떻게 될까.. 이 두가지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줄곧 블랑카와 결혼한 행운의 남자 '마리오' 의 입을 통해 전개된다. 그의 평범한 삶, 삶이 따분해지는게 싫다며 떠나버린 약혼녀, 그 후 절망 속에 빠져 있던 블랑카와 우연히 만나고 다시 운명적인 재회를 거치면서 어떻게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독자에 대한 배려심 없이 펼쳐친다. 현재에서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로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자신과 블랑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읽으면서 첨에는 마리오의 정확하고 짧은? 정확한 꿈같은 근무시간이 너무나 부러웠다. 오전 8시에서 오후 3시라니... 게다가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은 아내 블랑카와 함께 한다. 정말이지 첨에는 그런 자상한 남편을 몰라주고 따분하다느니, 열정만 있지, 대책은 없는 블랑카가 이해불가능이었다. 마리오의 말처럼 그녀는 돈, 권력을 싫어하면서도 마다하지는 않고, 그것없이는 살 수 없는 모순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가 깨달음을 얻은 것을 나는 참 다행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마리오가 하고 있는 건 뭐랄까... 정확히 말해 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보답을 기대한다거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한다거나 하는 관계는 가는 빨랫줄 위에 올려둔 유리병처럼 언젠간 금방 쉽다. 특히나 상대가 원하는 건 생각지도 않고 혼자서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게 사랑이라니... 말도 안된다.
마리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내가 부재중인 것이 아니라 마리오의 사랑이 부재중인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상태에서의 사랑, 마리오가 하는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생각해보면 이 책의 주제는 좀 어렵다. 굳이 잘잘못을 가리자는 건 아니지만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렵고..
집착과 사랑을 그 누구도 완전하게 정의내리기 힘든것처럼... 일방적으로 블랑카에게만 집착하는 마리오나 현실은 회피한채 몽상적이기만 한 블랑카, 둘 모두가 모두 잘못이 있다고 본다.
그래두 자꾸만 마리오에게 맘이 가는건 이 책의 화자가 마리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옛날 내 모습이 떠올라서도이다.
글쎄, 우리는 마리오만큼, 잘못된 사랑을 많이 한다. 사랑에는 제대로된 방법이 없으니까...
언제쯤이면 사랑에 대해 반반큼이라도 이해하고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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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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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 <용의자 X의 헌신> 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탐정 갈릴레오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탐정 갈릴레오'.
그건 형사 구사나기가 데이도 대학 공학부 물리학과 조교수인 유가와 마나부를 부르는 별명? 비슷한 말이다.
유가와. 그는 약간 독특하고 신중한 성격을 지닌 천재적인 물리학자이다.
친구인 구사나기가 형사인 탓에 가끔 해결못하는 괴사건을 해결해주는 소일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런 이야기 5편이 담긴 책이 <탐정 갈릴레오> 이다.
 
책 부제가 - 용의자 X의 헌신 시리즈 제1탄 - 이라고 적혀있어서 다음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이 크다.
다만, 다음 시리즈에선 '유가와' 란 인물의 내면적인 부분에 대한 에피소드도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책에서 전편 <용의자 X의 헌신> 에서 친구와 추리 대결을 벌였던 유가와가 다시 나온다기에 엄청 기대를 했는데
너무 사건과 의문점 해결이라는 형식적 관계에만 치중한 듯 해 조금 심심했다.
본격적으로 구사나기와 유가와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말이다.
 
<용의자 X의 헌신> 편은 그래도 '사랑과 희생' 이라는 주제 때문에 많이 슬프고 감동적이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첫번째 에피소드인 '타오르다' 편이 그 맥락을 이어오는 것 같아서 좋았다.
 
두번째 에피소드 '옮겨붙다' 편은 너무 흥미롭고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정작 사건해결시 그 원리가 내 지식으로는 이해가 좀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
 
주인공이 형사가 아니라 물리학자로 어려운 과학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물리학을 이용해 설명하여 범죄를 해결하는 유가와의 설명을 이해하면 좋고, 아니래도 그건 그것대로 또 상관없는 것 같다.
어짜피 우린 추리소설 책을 읽는거지, 과학 책을 읽는게 아니니까.
게다가 마지막 편을 보면, 살인자를 잡는 것 까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살인범을 잡기까지 추론해나가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어떤 현상, 그것의 원인을 추론하고 밝혀내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유가와가 열심히 밝혀내던 추론은 살인범을 잡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유가와의 과학적 설명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곳곳에서 터지는 유머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이해, 그리고 결말에 대한 궁금함이 일단 이 책을 한번 손에 넣으면 유가와의 실험이 섞인 증명을 들을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책이 참 많이도 나온다. 아직 몇 권 읽지는 않았지만, 그의 책에선 안타까운 살인범이 많이 나오는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추리소설.
올 여름, 그의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싶다. 그리고 다음 <탐정 갈릴레오> 편에선 유가와 본인의 마음도 좀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참. 기대되는 책, 기대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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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문학에 관한 10문 10답 트랙백 이벤트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감성적 일본소설, 판타지, 추리, 미스테리 장르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다카노 히데유키 -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히가시노 게이고 - 백마산장 살인사건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이영도, 애거서 크리스티 님인데요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펴내시는 책 장르가 완전 제 취향입니다), 다카노 게이고 (이분은 갠적으로 평소생활과 생각이 궁금하다는), 오츠이치입니다.
오츠이치 님은 색다르고 독특한 느낌의 공포,미스테리물을 펴내셔서 좋습니다.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빨강머리 앤

제 평생의 친구이자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빨강머리앤 의 앤

스스로 못나다고 생각하고 상상력의 세계를 좋아하는 점이 닮았어요,

다만 앤은 저보다 적극적이라는게 달라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그녀의 세련된 점은 저와 하나도 닮지 않았지만,

연애관이 닮았어요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빌리 엘리어트

가슴 따뜻한 가족, 우정, 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진짜..멋지고 좋은 책이에요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CEO의 거짓말

제 동생 상사가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작품성? 그건 뭔지 잘 모르겠구요, 흥행, 유행과 무관하게 만점을 주고픈 책이라면 
J.M. 에르 의 <개를 돌봐줘>

 독특한 유머가 섞인 미스테리물입니다.

 

 

그리고 새러 그루언 의 <코끼리에게 물을>

 생각지 못하게 만난 책인데 너무나 멋진 책입니다.
1930~40년대 미국 공황기 암울한 시기에 대한 이야기인데 읽고나면 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만 남습니다.
정말 멋진 책이었어요.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방문자. 그 말이 가슴속 깊이 가라앉았다. 내가 스스로를 어딘가에서 무슨 착오로 이 세상에 오고 만 여행자처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틀림없이 ’나미’ 지만 ’나미’ 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일까. 어디서 온 걸까. 다시 말해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 있었다. 어떤 우연의 작용으로 이 세계에 도착해 이 가에데초라는 곳에 있다. 나는 방문자.
- <암흑동화> 中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제 인생의 책은 누가 뭐래도 <빨강머리 앤> 입니다.

처음 앤을 만났을 때부터 제 평생 마음의 친구이자

인생의 이상적 인물로 그녀를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제 꿈과 희망과 즐거움의 친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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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별 아래 집 - 어느 동물원장 부부의 은밀한 전쟁 이야기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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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동물원에 동이 틀 무렵이면, 찌르레기 한 마리가 표절이 의심되는 노래 메들리를 힘차게 뿜어내고, 멀리서 굴뚝새들이 몇 가지 화음을 넣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거기에 정각에 울리는 시계소리처럼 단조로운 뻐꾸기 소리가 가미된다. 갑자기 긴팔원숭이들이 집합 나팔소리처럼 요란하게 고함을 치면, 이어서 늑대와 사냥개들이 일제히 짖어대고, 하이에나들이 끽끽 소리를 내고, 사자들이 으르렁거리고, 갈까마귀들이 까악까악 울어대고,... (중략) - p.17
 
다이앤 애커맨의 글을 읽고 "동물들에 관해 쓸 때 특히 최고의 솜씨를 보여준다" 고 평한 시애틀타임스지의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유머와 함께 저 생생하고 다양한 의성어 표현이란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책 소개를 접할때만 해도 유태인학살, 그 암울한 시기에 목숨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물원에 유태인들을 숨겨주던 동물원 부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단순한 픽션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끔찍했던 시대상의 보고서 같은 느낌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숭고한 도덕적 양심을 지켰던 동물원 원장부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기록, 그밖에 수많은 자료들을 참고하여 1930~40년 당시, 전운이 감돌던 폴란드와 독일 등 유럽과 열강의 관계와 암묵적으로 오고갔던 자국의 이익을 위한 여러 비밀적 활동들, 결국 전쟁이 터지고 발생했던 나치의 끔찍한 인종주의 정책, 그에 대비되듯 바로 서술되는 폴란드 독립활동을의 여러 모습, 점점 더 심각해지는 나치의 살생과 그에 반항하듯 좀 더 비밀스럽고 대담스운 다양한 비밀조직 활동들과 위장술 등... 담담히 당시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서술하는 와중에 동물원 원장 부인인 안토니나의 심정을 접하는 일기가 적절히 배합되어 그당시 비극사에 대한 정보도 알게되면서 안토니나의 감정에 공감하여 책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반전을 불러오는 사건들도 몇 개 있어서 몇번이나 조마조마 하며 읽었다.
또, 영화로 단시간내에 비극의 참상을 영상으로 접하는 충격과 이렇게 책으로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잔혹해지는 나치의 횡포에 고통에 빠지는 유태인들의 생활에 점점 동화되는 것 같은 느낌은 또 색다른 느낌과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중반, 본격적으로 나치의 위협적인 정책 아래서 유태인들을 구하고 아내도 모르게 비밀결사대 활동을 하던 얀의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한참이나 아름다웠던 동물원 생활, 동물과의 즐거운 한때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운이 감돌고도 함참이나 안토니나는 전쟁이 일어날꺼라 믿지 않는다. 그저 아들 리시가 전쟁 걱정 없이 행복하고 안전하기만을 바랬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의 정치 이야기에서 멀리 떨어진 별장에 있다 보면, 다시 말해, "평온하고 단조로운 농촌 생활, 하얀 모래언덕과 수양버들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경" 속에 고치 속 누에처럼 폭 싸여서, 별난 동물들과 작은 남자아이의 모험으로 하루하루에 생기가 돋는 그런 생활을 하다 보면, 세상일 따위는 무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적어도 세상일을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있었다. 고지식할 만큼 순진한 시선으로. - p.48
 
이런 책을 보면 나에게는 먼일인 것만 같은 그런 끔찍한 역사가 다시한번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또 나도 그렇게 목숨의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그들을 도울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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