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빌리 > 노회찬 대표 강연회 후기
● 행복전도사
행복전도사를 자청하는 한 개그맨이 TV에 나와 얼토당토 않는 행복의 기준을 들이대며 시청자들에게 우리모두 행복하자고 강요한다. 설정 상 재벌2세 정도 되어 보이는 이 행복전도사는 집에 차가 두 대 이상 없으면 덜 행복한거라든지 과목별로 과외선생님이 없으면 조금 불행한거라든지, 말도 안되는 사례들을 들며 시청자들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인간은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궁극적인 목표 역시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분명 보편적인 행복의 기준은 존재한다. 위 개그 내용처럼 돈만 많으면 행복한, 물질이 절대적 기준이 아님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땅 이 시간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이라고 말하는 이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노회찬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왔다.
● 시선(視線)의 차이
노회찬 대표님을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화면에 비치는 것보다 얼굴이 훨씬 까무잡잡하시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실제로는 얼굴이 좀 많이 까맣죠?" 라고 말문을 트셔서 깜짝 놀랐다. 70년대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1년 내내 아스팔트 바닥에서 항거한 이후 이렇게 오래토록 거리에 나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이명박 정권 들어선 후) 그래서 얼굴이 많이 탔다고 하셨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예로 들며 요즘은 얼굴 까만 사람이 정치판에서 잘 나가서 괜찮다고 하셨을 땐 좌중 웃음바다가 되었다. 역시 촌철살인의 입담 노회찬이었다.
본격적인 강연에선, 직접적인 책 제목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땅에서 이 시간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음에 대해서 지적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것이 주가 되었다. 국가는 헌법에서 국민이 행복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국민의 행복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이 헌법을 준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왜?
노회찬 대표님이 물었다. 상품과 서비스의 차이는? 서비스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고 상품은 개인이 돈을 지불하여 구입하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보장해야할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교육, 다음으로 의료와 주택이다. 이 세 가지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 제공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굳이 선진국이 아닌 대만과 같은 나라에서조차도 우리나라처럼 중학교 의무교육을 실시하기까지 50년이 걸리고, 1년에 천 만원이나 하는 대학 등록금을 매기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근본적으로 시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상품을 소비하게 만드는 소비자로 보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하는 교육, 의료, 주택권은 상품을 만들기에 급급하다. 그나마 가장 합리적이었던 국민의료보험 제도는 이마저도 민영화를 통해 확실한 상품화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게 현 정부의 실태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왜 서비스로 제공되어야하는가? 답은 확실하다. 행복하기 위해서. 물론 이렇게만 갖추어준다면 그 나라 국민들은 모두 행복해진다고 장담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기회의 균등,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들이 충족된 사회는 전체적으로 행복한 사회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적어도 돈 없어서 못 배우고, 치료받지 못하고 잠자지 못하는 사회는 아니라는 것이다.

● 행복하십니까?
슬픈 경쟁시대. 여기 옆 친구를 짓밟고 옆 동료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선 개인이 있다. 정상에 올라선 순간의 희열은 있겠지만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상황에서 그 개인은 남은 인생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인간은 혼자선 살 수 없다. 고로 혼자선 행복할 수 없다.
12월이다. 구세군 냄비에 천 원짜리 한 장 넣어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천 원 한장일지라도 나눔의 행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든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저버리지 말자. 평생 도둑이나 바보로 살 순 없지 않은가? 행복하기 위해 나눔과 연대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길,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끊임없이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분명한 이유이기 때문이다.